옌지는 조선 자치주의 중심 도시다. 사실 200만으로 우리나라 면적에 달하는 거대한 자치주를 가지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족 자치주는 만들어졌다.
자치주가 가능하게 했던 곳은 지린성 항일 희생자의 80%에 달하는 이가 조선족 동포일 만큼 적극 투쟁한 힘과 주덕해(朱德海, 1911~ 1972)라는 한 인물이 있기에 가능했다.
주덕해는 항일 운동을 하다가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온 후 중국 혁명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마오나 저우언라이 등과도 깊은 친분이 있었는데 그들을 설득해 자치주를 만들어냈다.
그는 옌변대학의 창립에 주도하고 연변가무단을 만드는 등 교육과 예술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문화대혁명 당시 핍박을 받다가 죽었지만 그의 노고는 지금도 옌변대학의 뒷산에 있는 기념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사실 이 지역에서 우리 민족의 자취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구려는 물론이고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가 옌지와 그 북쪽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1880년경 한국인이 우물을 처음 발견하였다는 롱징 기원(起源) 우물
옌지는 한국인 여행객이나 한국에 간 이들이 보내는 송금으로 인해 가장 번화한 여행도시가 됐고, 최근에는 중국인들도 밀려오는 곳이다.
옌지 자체는 여행지가 많지 않지만 서시장 등의 상가는 하루쯤 투자해 돌아봐도 아깝지 않다. 옌지 인근에 가장 대표적인 곳은 롱징(龍井 용정)이다.
롱징은 윤동주 시인의 유적은 물론이고 독립운동의 현장, 또 중국 내 조선족 동포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곳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3·13만세운동의 현장(용정중앙소학교)을 비롯하여 1880년경 한국인이 우물을 처음 발견하였다는 롱징 기원(起源) 우물이 있다.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도 이곳에 있다.
두만강의 지류인 해란강(海蘭江)이 시내를 가로질러 흐른다. 이 강은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그 강이다. 해란강과 더불어 비암산의 일송정(一松亭)은 그 노래에 대한 감상을 더한다. 3·13 반일의사의 묘지, 시인 윤동주의 묘, 한왕산고성(汗王山古城) 유적 등이 있다.
옌지에서 동으로 한 시간 거리인 투먼(圖們 도문)은 두만강을 놓고, 북한과 접경한 지역으로, 창춘은 물론 헤이롱지앙의 도시인 무단지앙(牧丹江)에서 운행하는 열차의 종점인 도시다. 북한과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 곳 가운데 하나고, 현재도 이 다리를 통해 북한과 중국간의 물자 등이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옌지에서 왕청 汪淸을 거쳐 북쪽으로 가거나 둔화(敦化)에서 새로 난 길로 무단지앙(牧丹江)시 방향으로 150km쯤 가다 보면 동징청(東京城)이 나온다. 투먼에서 무단지앙 시로 가다 보면 둥징청 역을 경유하는데 바로 그 역 부근이 고구려의 후손들의 주도로 세워졌다가 멸망한 발해의 도읍터다.
정확히 하면 헤이롱지앙성(黑龍江省) 닝안현(寧安縣])의 남쪽 36㎞ 지점에 있는 발해(渤海)의 상경용천부지(上京龍泉府址). 1933∼1934년 동아고고학(東亞考古學)의 발굴 조사로 그 전모가 밝혀진 이곳은 외성의 벽은 토성(土城)으로 동벽 3211m, 서벽 3333m, 남벽 4455m, 북벽 4502m 규모의 직사각형 모양이다.
이 성은 발해의 제3대 문왕(文王)이 당나라의 장안성(長安城)을 약 8분의 1로 줄여서 모방 축조한 것이다. 내성은 황성에 걸맞은 관아 구역이고, 내내성은 궁성에 대응하는 왕궁의 부분이다.
내성의 남쪽 중앙에서 주작문(朱雀門)에 해당하는 문지(門址)가 발굴되었고, 여기에서 외성 남쪽 중앙으로 주작대로(朱雀大路)가 뻗어 있다. 내내성에서는 6개의 궁전지(宮殿址)와 회랑지(回廊址)가 발굴되었고, 여기에서 돌로 만든 사자머리·녹유주좌(綠釉柱座)·녹유의 각종 기와·당초(唐草) 무늬의 벽돌 등이 출토되었다.
또한 외성의 중앙 남문 근처에서 4개의 사원지(寺院址)가 발견되었고, 찰흙으로 만든 부처, 벽화 조각, 쇠로 만든 부처 등이 출토되었으며, 지상 유물로는 높이가 6m나 되는 용암제(熔岩製)의 석등(石燈)이 있다. 이 유물들은 우리들에게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백두산 여행을 떠날 경우 틈을 내어 이곳과 가까운 아름다운 호수 징버후(鏡泊湖)를 들러볼 만하다. 징버후는 무단지앙에서 100㎞ 떨어져 있으며, 중국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화산 호수다. 이 호수는 약 1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할 때 무단지앙의 일부분과 양쪽 용암이 합쳐진 것이다. 호수 주위에는 여기저기 화산이 폭발한 후에 남은 흔적을 볼 수 있다.
글 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BEST 뉴스
-
드라마 '메이드인코리아' 속의 메타포 '바흐 골드베르크’
70년대의 중앙정보부, 그들이 원하는 대위법적 질서 드라마 '메이드인 코리아'에서 중앙정보부 부산의 수장인 황국평(박용우)국장, 그리고 그 자리를 밟고 올라서는 백기태(현빈). '메이드인 코리아'에서 백기태로 분한 현빈 사진출처=메이드인코리아 스틸컷 ... -
[기고] '단식'이라는 언어의 한계 — 장동혁 단식이 보여준 정치의 공백
정치가 막힐 때 정치인은 종종 ‘몸’을 꺼내 든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으로 말하겠다는 선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번 단식도 그 익숙한 레퍼토리였다.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8일간 이어진 국회 로텐더홀 단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류로 중단됐고, 병원 이송이라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
'얼굴이 아니라 구조를 보라' 연예인 세금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
세금 논란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습관처럼 ‘얼굴’을 먼저 찾는다. 그 얼굴과 관련된 숫자, 이름, 사과문, 그리고 도덕적 판결. 최근 차은우 세금 추징 보도 역시 순식간에 “탈세냐 아니냐”의 도덕극으로 재편됐다. 최근 200억 세금 논란에 휩싸인 차은우 사진=연합뉴스 ... -
[이상헌의 성공창업 경제학] 자영업·시니어 창업, 다시 설계할 때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지역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으며, 그 최전선에 자영업이 놓여 있다. 특히 시니어 창업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졌다. 은퇴 이후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동시에, 지역 상권의 유지 또한 고령 자영업... -
이혜훈 지명 철회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사안은 특정 후보자의 낙마로 마무리될 문... -
[신박사의 신박한 칼럼] 골목상권, '현금 지원'보다 '성장 엔진'을 달아줄 때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파고 속에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비대면 플랫폼의 확산은 오프라인 매장의 존립을 위협한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쏟아낸 수많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 온도가 여전히 차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