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진행한 수십억 원대 장비 입찰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참가 업체 간 특수 관계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코레일은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제보 은폐·방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코레일은 이동식 레일 용접기(낙찰가 약 28억 원) 입찰을 진행했다. 해외 제조사를 대리한 국내 업체 A, B, C가 참여했으나, C사는 자격 미달로 탈락했고 최저가를 쓴 A사가 낙찰받았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A사 부사장과 B사 대표가 부부 사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보자는 두 사람의 이름과 직인이 동시에 들어간 문서, 가족관계 표시 문서, 동일한 생년월일과 휴대전화 번호가 기록된 자료까지 공개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입찰서에서도 이 정황이 확인됐다.
코레일은 지난달 초 제보를 받았지만 29일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코레일은 “공정위가 추가 근거 자료를 요구해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보 당사자 확인조차 하지 않은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논란 당사자인 A사 부사장과 B사 대표는 “서로 알지 못한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같은 사람이 양쪽 문서를 작성한 흔적이 뚜렷하다”며 코레일이 이를 정상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윤종군 의원은 “공기업이 문제를 덮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며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수사기관과 공정위에 정식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발적 문제가 아니다. 올해 2월 감사원은 코레일이 규격 미달 침목을 납품받아 현장에 설치한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 8월에는 현대로템이 철도 차량 담합으로 입찰참가 제한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코레일유통의 역사 상업시설 입찰도 불투명한 기준과 과도한 수수료로 논란이 있었다.
이처럼 담합, 부실 검사, 늑장 신고, 불투명 기준은 철도권 조달 전반에서 되풀이되는 고질적 문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이 제도적 허점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 세금과 안전이 반복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레일의 이번 입찰 의혹은 단순한 한 건의 해프닝이 아니라 철도 공기업 조달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병폐를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티웨이보단 나을줄 알았다…분노의 대한항공 결항기”
지난해 티웨이항공이 이른바 ‘항공기 바꿔치기’가 항공업계의 역대급 결항 사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사건을 뺨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LCC가 아니라 FSC인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승객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유기견 보호소를 ‘실험동물 창고’로…휴벳 사태 전모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휴벳과 이 회사가 운영·연계한 동물병원 및 보호소들이 연달아 동물 학대·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정읍 보호소 유기견 안락사 후 카데바(해부 실습용 사체) 사용, 군산 보호센터의 실험 비글 위탁 관리, 돼지 사체 급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 기업과 그와 ... -
ITX 열차 10대 중 7대 ‘미납’… 고의 지연 업체, 입찰 제한 추진
노후 무궁화호 대체를 위해 도입 중인 ITX-마음 열차가 계약 물량의 3분의 2 이상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을 따낸 업체의 반복적인 지연에도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구갑)이 한국철도공사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