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하는 메리츠금융그룹에서 지난해 스스로 회사를 떠난 직원이 2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연봉을 무기로 인재를 모으던 메리츠에서 오히려 ‘탈출러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표면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의 2024년 자발적 이직자는 954명, 전체 직원 대비 이직률은 20.1%로 집계됐다. 이는 4대 금융지주 평균인 34%의 56배에 달하는 숫자다. 특히 이직자의 86%가 사원·대리급 저연차였고, 30세 미만 젊은 인력이 대다수였다는 점에서 “미래 인력의 신뢰가 흔들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메리츠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성과주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현직 직원들은 “연봉은 높지만 실적 압박과 야근, 주말근무가 일상적”이라며 “성과지표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한다. 급격한 외형 성장과 주주환원 강화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의 부담이 상당 부분 직원들에게 전가됐다는 비판이다.
인사·고용 구조도 불안 요소로 거론된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실적 악화와 무관하게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재개했고, 비정규직 비율은 손보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부에서는 “고연봉이지만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는 냉소가 퍼져 있으며, “언제든 인력 구조조정이 가능해 보인다”는 불안감이 이직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에서 잇따른 사건·논란 역시 직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간 보험금 관련 분쟁, 피해구제 신청, 소비자 민원 건수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보상·고객응대 부서의 업무 부담으로 직결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에서는 PF 금융자문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에게 약 9억 원의 수수료가 지급되도록 한 사건, 임직원의 차명계좌·전환사채(CB) 거래 의혹, 이화전기 BW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등 내부통제 문제가 연달아 불거졌다. 일부 사안은 수사와 제재로 이어지며 조직 이미지에 타격을 가했고,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리스크가 큰 회사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전언도 있다.
메리츠금융은 최근 몇 년간 주주환원과 실적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내부적으로는 높은 이탈률과 조직 피로가 누적되고 외부적으로는 각종 분쟁과 수사 이슈가 겹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 중심 경영 자체는 문제 없지만, 성장 속도에 비해 내부통제·조직문화 개선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더 큰 구조적 리스크”라며 “지금과 같은 인력 유출 흐름이 지속되면 조직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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