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0.5%포인트 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미국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긴축 통화정책의 양대 수단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까지 하면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층 강도를 높였다.
미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그동안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p, 1bp=0.0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며 향후 '빅스텝' 행보를 이어갈 방침을 예고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0.75%포인트의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난 3월 미 연준은 FOMC 정례회의에서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후 올해 6번의 회의마다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15년부터 18년 사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다 19년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년 3월부터는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해 왔다.
미 연준은 8조9천억달러(약 1경1천272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내달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중 47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내보내고, 향후 3개월 후에는 이를 950억달러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칭이다.
종류별로는 오는 6월 국채 300억달러, MBS 등 175억달러를 팔고, 이후 국채와 MBS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까지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미 연준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로 정하는게 적절하다고 뜻을 모았다.
2017∼2019년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양적긴축은 종전보다 2배에 가까운 속도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 연준은 막대한 양의 국채와 MBS를 사들였으나, 이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물가가 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준 금리인상 조치는 일부 지표가 약화될 조짐이 있지만 일자리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하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초강수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준은 지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4%로 집계된 것을 두고 "전반적인 경제 행위가 1분기 감소했음에도,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는 강건하게 남아있다"며 "소득 수입은 탄탄하고 실업률도 근본적으로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하는 형세이며, 이는 팬데믹을 비롯해 높은 에너지 가격,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연관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발생하며 공급망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침공과 그에 따른 사태가 물가 상승을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국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파월 의장은 "우리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하강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경제는 강하고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당할 준비가 잘 돼 있다"면서 미국의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미국 기준 금리인상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따라 국내 전체 산업생산은 1.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 증가율은 5.1% 하락해 국내 경제에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지난 3일 현안분석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위험과 미국 통화정책 모두 국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요인이 확대할 경우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되고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내수 부문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금리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비교적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1.4%, 수출 증가율은 5.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단기간 안에 축소된다는 가정 하에 전산업생산은 -0.3%, 수출 증가율은 -1.8% 등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리스크보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 국내 실물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KDI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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