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4개 시․도,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약물, 화학물질, 농약 등 독성물질 노출에 의한 국내 중독환자 발생은 연간 10만 명 내외로, 이로 인한 진료비는 2022년 기준 약 582억 원이다. 중독 심층 실태조사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중독질환의 예방 및 관리 정책 개발의 기초자료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
질병관리청은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를 통해 매년 중독 발생 현황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으나, 이 조사에서 한층 더 나아가 이번 중독 심층 실태조사를 통해 △중독물질, 중독원인 등 조사 항목을 세분화하고, △중증도 평가 및 의료적 처치 정보를 추가 수집하여 중독질환의 특성을 보다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중독 심층 실태조사에 참여한 15개 응급의료기관에는 2923년 한 해 동안 총 7,766명의 중독환자가 내원했다.
전체 중독환자 중 여성이 55.4%, 남성이 44.6%이며, 연령대는 20대(18.0%), 50대(14.5%), 40대(13.6%) 순으로 나타났다(그림1). 남성은 70대 이상이, 여성은 20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 이유는 의도적 중독(자살 목적, 의도적 오용 등)이 전체의 66.1%로, 환자 3명 중 2명이 의도적으로 중독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적 중독은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여성이 많았으며, 20대에서 가장 많았다. 비의도적 중독(사고, 작업장 중독 등)은 전 연령층에서 남성이 많았고, 50~60대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세 미만에서는 대부분 비의도적 중독이었다.
주요 중독 원인 물질은 치료약물(50.8%), 가스류(13.6%), 자연독성물질(12.4%), 인공독성물질(12.2%), 농약류(10.0%) 순으로 나타났다.
10대의 경우 80.5%가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나타났으며, 세부 물질별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항류마티스제’(175건, 20.6%), ‘벤조디아제핀계’(166건, 19.6%) 순으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10세 미만 아동과 영유아에서는 야외활동이나 가정 내 사고에 의한 노출이 많았는데, 특히 화장품, 락스 등 생활화학제품을 포함한 인공독성물질 중독이 31.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70대 이상에서는 농약류에 의한 중독이 29.9%(350건)로 전체 농약류 중독(779건)의 44.9%를 점하고 있다.
중독 이유에 따라 중독 원인 물질의 분포도 차이를 보였다. 세부 물질별로 보면, 의도적 중독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치료약물, 22.4%), 졸피뎀(치료약물, 12.3%), 일산화탄소(가스류, 10.2%) 순으로 나타났으며, 비의도적 중독에서는 일산화탄소(가스류, 25.2%), 벌(자연독성물질, 12.7%), 차아염소산나트륨 포함 가정용품(인공독성물질, 5.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 7,766명 중 49.5%(3,843명)는 중증 중독질환자*에 해당했다(그림7). 중증 중독사례는 의도적 중독 환자에서 발생 비율이 더 높았고, 중증 환자의 연령은 평균 51세로 조사됐다. 중증 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은 벤조디아제핀계(치료약물), 일산화탄소(가스류), 졸피뎀(치료약물), 글라이포세이트(농약류)였으며,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치로는 위세척, 활성탄 사용, 기관삽관, 기계환기,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 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혈액투석(Hemodialysis)이 비중증 중독 치료에 비해 유의하게 많이 시행됐다.
사망 사례는 122명으로 전체 조사대상자의 1.6%에 해당했다. 사망자의 연령대는 70세 이상(63.9%), 60대(14.8%), 50대와 40대(각각 5.7%) 순으로 나타났으며, 남성이 71.3%로 여성(28.7%)보다 많았다(그림8). 사망환자의 중독물질은 농약류(66.4%)가 가장 많았다.
농약류에 의한 중독질환은 다른 중독질환에 비해 고령층 비중이 높고, 중증중독의 비율이 높아 농약의 취급․보관에 있어 고령층의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 비의도적 농약류 중독의 경우 대부분 집에 있던 농약을 음독한 것으로 조사되어, 공동보관소 또는 공동수거시설 운영 등 가정 내 농약류 관리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질환은 20~40대에서 그 비중이 높고, 비의도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다른 중독 원인물질에 비해 높았다. 또한 겨울철에, 주로 야외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야외활동 시 난방기구 사용 등에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중독질환에 비해 초기 중증도가 높으므로 적정 고압산소치료가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대는 모든 연령층 가운데 치료약물로 인한 중독 발생의 비중(80.5%)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비율(73.9%)과 의도적 중독 비율(83.4%)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청소년 대상 치료약물의 안전한 사용 및 중독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에 대한 교육·홍보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은 청소년들의 치료약물 중독 예방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올바른 치료약물 사용법 및 응급처치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도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 및 데이터가 질병관리청과 관계부처, 지자체 등의 중독질환 예방관리 정책에 유용한 근거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
호반그룹, 성장인가 무리수인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장남 김대헌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