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큐브, 화려한 성장 이면에 불거진 규제 리스크
- 미국 부작용 보고 시스템엔 ‘중대한 이상사례’ 등재 확인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구축하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중심 구조를 뒤흔들었다.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글램디’ 등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이른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로 글로벌 소비자층을 단숨에 확보한 에이피알은 2024년 매출 7천억 원, 시가총액 8조 원을 돌파했다. 한류와 SNS 마케팅을 결합한 디지털 성장 모델로 ‘K-뷰티의 대장주’로 불릴 만큼 화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눈부신 성장의 속도 뒤에는 규제 대응과 품질 관리의 공백이라는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부작용 보고 시스템에 에이피알의 제품이 ‘중대한 부작용(Serious Adverse Event)’으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업의 내부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FDA 보고 시스템에 등재된 ‘메디큐브 제로 엑소좀 샷 7.500’
미국 FDA가 운영하는 CAERS(Center for Food Safety and Applied Nutrition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제로 엑소좀 샷 7.500(Medicube Zero Exosome Shot 7.500)’이라는 제품이 2023년 2월 3일 자 보고 건으로 등재됐다.
해당 보고에는 감염(Infection), 발진(Rash), 흉터(Scar), 피부 위축(Skin Atrophy) 등의 증상이 포함돼 있으며, 시스템상 ‘Seriousness = Y(중대한 부작용)’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불만이 아니라, FDA의 내부 분류 체계상 의학적 개입이 필요했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 등록된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건은 소비자 혹은 의료인이 직접 제출한 리포트로, FDA가 해당 제품의 인과관계를 평가하거나 조사를 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품명이 FDA 공식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후감시 체계의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이피알 “소비자 신고일 뿐… 법적 보고 의무는 없다”
에이피알 측은 본지 질의에 “해당 건은 소비자가 임의로 입력한 리포팅으로, FDA의 공식 소명 요청이나 행정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Seriousness 표시는 시스템 자동 분류로 추정되며, 실제 의료 개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법적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연방법 21 U.S. Code §364(5)를 인용해 “중대한 부작용은 사망·감염·외형 손상 외에도 의학적 또는 외과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번 사례는 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법의 취지는 정반대다. 미국의 MoCRA(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2022)는 기업이 중대한 부작용을 인지한 날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FDA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FDA의 요청이 없어도, 기업이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자발 보고(Self-report) 의무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부작용 보고 지침(Adverse Event Reporting Guidance, 2016)」은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합리적 가능성이 존재하면 보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호르몬제나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해당 부작용과 제품 간의 인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기업의 자발적 보고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FDA 내부 지침인 「Staff Manual Guide 7150.3(2023)」에서도 “FAERS 및 CAERS 데이터(FDA가 운영하는 ‘부작용·유해 사례 보고 데이터베이스)는 신호 탐지(signal detection)와 위험 추세 분석(risk trend analysis)에 활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 한 건의 ‘중대한(Serious)’ 보고라도 FDA의 사후 감시 데이터로 관리된다는 의미다.
미국 의약 규제 전문가들은 “FAERS·CAERS 데이터는 단순 민원이 아니라 FDA의 사후감시 시스템에 유입된 잠재적 위험 신호(signal)”라며 “회사가 이를 인지하고도 보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이는 법적 논란 이전에 관리 체계의 허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K-뷰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제품력만큼이나 규제 대응과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K-뷰티의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경고 사례”라고 평가했다.
에이피알의 눈부신 성장은 K-뷰티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가진 잠재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만큼, 책임과 관리의 깊이도 세계 기준에 맞춰야 한다.
FDA 데이터에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국제 규제망 속에서 감시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공'은 성장을 통해 얻지만, '신뢰'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로 얻는다.
이제 K-뷰티의 경쟁력은 마케팅이 아니라 관리 능력이다. 에이피알이 이 시험대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K-뷰티 신화의 다음 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BEST 뉴스
-
[단독] ‘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최고급 단지라더니 하수단지?”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서 유림종합건설이 시행한 신축 아파트 ‘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를 둘러싼 하수처리시설 논란이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분양자의 개별 불만을 넘어서는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일광 노르웨이숲 오션포레 누리집 ... -
호카 국내 총판 조이윅스 조대표… 폐건물로 불러 하청업체에 ‘무차별 폭행’
유명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국내 총판 대표 조모씨가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서울 성수동의 폐건물로 불러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와 피해자 진술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SNS 갈무리 ... -
유동성 압박 상황에… 바이오에 1조 쏟는 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실적 둔화와 유동성 부담 논란 속에서도 바이오 사업에 누적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롯데 바이로직스 송도 캠퍼스 (사진 출처 =롯데 바이로직스 누리집)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2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 -
[단독] 얼굴에도 발랐던 존슨앤드존슨 파우더…암 유발 인정, 970억 배상
미국 배심원단이 존슨앤드존슨 베이비파우더 사용으로 암이 발생했다는 피해 주장을 받아들여 거액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존슨앤존스 탈크 파우다 (사진출처=로이터 ) 미국 미네소타주 배심원단은 2025년 12월 19일(현지시간), 어린 시... -
“신혼집, 가전이 없어 입주도 못 했다”…LG전자 전산오류에 소비자 피해
LG전자의 전산 시스템 오류로 가전제품 배송과 점검 서비스가 수일째 차질을 빚으면서, 신혼부부와 이사 고객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피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단순한 배송 지연을 넘어 입주 일정 ... -
[단독] 예고도 없이 막힌 스타얼라이언스 항공권 발권…아시아나항공에 비난 폭주
스타얼라이언스 [아시아나 제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예매가 가능했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편 예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터졌다. 대한항공과 합병을 앞두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은 사전 고지도 없이 갑자기 마일리지 사용을 막았다며 불만을 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