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한국 조선업계 출입 기자들에게 미국 조선소를 공개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화제다. 기자들에게 ‘어떤 지원도 협조도 없다’며 조선소 정문으로 오라고 공지하면서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8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주 한화필리십야드 공개 행사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오는 22일 미국 현지에서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한화필리십야드를 직접 둘러보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화제가 된 건 한화오션의 공지문이다. 참가자 신청을 받는다며 5문단의 굵고 짧은 공지를 하면서 “한화에서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거나 “항공·숙박 등 일체의 필요 예약 및 비용은 참석자 자체 부담이며, 취재와 관련한 숙박 예약, 항공 예약, 교통편 제공 등에 대한 한화의 지원은 일체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화오션은 또한 “개별 취재 요청에 모두 응하기 어렵다”며 “행사 당일 정해진 시각에 한화필리십야드 정문에 도착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며 “참석 희망자에게 별도로 확정된 시각을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한화오션은 “원활한 행사 준비를 위해 신청 마감 시간을 지켜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공지를 마쳤다. 이를 두고 “역시 한화그룹 특유의 ‘상남자 스타일’이 잘 느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굵고 짧게 필요한 내용만 공지하고 있어서다.
한 일간지 매체 기자는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한화 특유의 투박하지만 직설적인 스타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한적 운영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부담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업이 특정 참석자에게만 항공권이나 숙박을 제공할 경우 형평성 논란은 물론 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다만 김영란법 위반 소지를 감안해 숙박·항공 예약은 별도로 하더라도, 조선소로 이동하는 국내 교통편조차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간지 기자는 “해외 특정 장소 정문으로 알아서 오라는 공지는 처음 보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 매체 기자는 “미국 취재가 처음이라 길을 잃을까봐 한화오션 측에 문의했는데 ‘보도자료 그대로다. 알아서 오셔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역시 상남자 회사”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한 일부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한화오션 측은 4일 “급박한 일정과 비자 문제, 연말 항공권 예약 등의 불편함을 미리 고려하지 못했다. 미국 현지 사정으로 일일이 대응해 드리지 못했다”며 “그래도 부득이하게 22일 미디어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사과문을 발표할땐 대책을 추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행사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데서 “역시 상남자”라는 평가가 또 다시 나오고 있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이날 “국내 기자님들 뿐 아니라 워싱턴, 뉴욕 등 현지의 특파원 참석도 허용하겠다”며 “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에서 한화필리십야드를 오가는 당일 왕복 버스편을 준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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