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통제 실패에도 권력 분산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
- KB·신한·하나 ‘복수 사내이사’ 체제와도 대비
2026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한 금융권에 ‘지배구조 선진화’ 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임종룡 회장)의 행보가 세간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유 분산 기업의 폐쇄적인 경영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하고, 이사회의 실질적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개혁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최고경영자 권한을 분산하고 내부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과 달리,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회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은행장이나 그룹 핵심 경영진을 사내이사로 포함시키는 ‘복수 사내이사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경영진 간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작동시키기 위한 장치다.
특히 글로벌 금융지주 거버넌스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사회 내부에서 다양한 경영진이 참여해 전략과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문제를 함께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이번에도 임종룡 회장 한 명만 사내이사로 두는 구조를 유지했다.
이사회에서 실제 경영을 수행하는 내부 인사가 회장 한 명뿐이라는 의미다. 나머지는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어 내부 경영진의 의견이 이사회에 직접 반영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이사회를 두고 “형식적 견제 구조일 뿐 실제 권력은 회장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지배구조가 최근 반복된 내부통제 실패 논란과 맞물려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전임 경영진 시절 불거진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을 비롯해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권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겪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건의 구조적 배경으로 회장 중심 권력 구조와 취약한 내부 견제 시스템이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단독 사내이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실패 이후에도 시스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지배구조를 개선해 권력 분산과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응”이라며 “우리금융은 반대로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장 권한만 더 공고해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선명하다.
KB금융은 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사내이사로 참여해 그룹 전략과 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내부 의견이 이사회에 직접 반영된다.
신한금융 역시 주요 경영진이 이사회에 참여하며 의사결정 구조를 분산시키고 있다. 하나금융도 비슷한 구조를 유지하며 회장 권력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은행장조차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장 경영을 책임지는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회장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곳은 우리금융 외에는 BNK금융, JB금융 등 일부 지방 금융지주 정도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국내 금융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리금융이 사실상 지방 금융지주 수준의 폐쇄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갈라파고스식 금융지주 경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투명성과 견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발전시키는 동안, 우리금융은 오히려 과거식 회장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지배구조 논란을 넘어 향후 리스크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지주는 그룹 전체의 전략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기 때문에 이사회 내부에서 다양한 경영진이 참여해 견제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회장 중심 구조에서는 의사결정이 특정 인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회장 단독 체제’가 향후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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