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외교적 결례이자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김영배·김준혁 의원은 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족문제연구소, 한글문화연대, 독립운동유족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다시 파헤쳐 추진하는 ‘감사의 정원’은 정체도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오락가락 설계에 외교적 무리수까지 더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당초 한국전 참전 22개국에 조형물 제작용 화강암 기증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반응이 없었고 현재까지 석재를 제공한 국가는 그리스뿐이다.
김영배 의원(성북갑·외통위)은 “시민 의견도, 참전국의 동의도 없이 ‘감사의 정원’이라는 생뚱맞은 공원을 혈세로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 전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천준호 의원(강북갑·국토위)은 “감사의 정원 부지가 국토부 소유 국유지인데, 영구 시설물 설치 권한까지 종로구에 위임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법적 문제 제기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혁 의원(수원정·교육위)은 서울시가 ‘실시간 영상통화 미디어월’ 설치 명목으로 각 참전국에 10억 원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며 “오 시장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프트웨어·통신계획도 불명확한 제안을 각국 대사에게 전달했다가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해 결국 계획을 철회하고 홍보 영상 재생 방식으로 슬그머니 바꿨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광화문 ‘한글 글자마당’과 인접한 공사 부지의 역사성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참석자들은 “바로 옆에 일제 강점기 한글 말살정책에 저항하다 희생된 열사를 기리는 추모탑이 있다”며 “그런 공간을 파헤쳐 전쟁사만을 기념하는 기이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민 60.9%가 ‘감사의 정원’ 조성에 반대했으며, 응답자 82.3%는 사업 추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민 504명 대상, TNO코리아).
사업 부지가 국유지라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박수빈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와 종로구가 편법적 위임을 남용하고 있다”며 “시민 동의 없는 감사의 정원은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종묘 앞 초고층 빌딩 개발을 옹호한 점을 언급하며 “광화문 개발 전반에 대한 종로구청장의 개입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완공하겠다는 무리한 일정에 수백억 원을 투입하는 전형적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사업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준호·김영배·김준혁 의원과 서울시의회 이병도·임종국·최재란·박수빈 의원, 민족문제연구소, 독립운동유족회, 한글문화연대, 윤경로 역사학자, 김삼열 독립운동유족회장, 이대로 한글운동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정재환 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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