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공기업은 물론 유통·제조·통신·금융 대기업 전반에서 부당징계 및 부당인사명령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 처분에 제동을 건 사례가 최근 3년간 170건을 넘어서며, ‘일부 조직의 일탈’이 아닌 대기업 인사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2025년 노동위원회 판결문이 공개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중 조사 가능한 259개 기업에서 총 697건의 부당징계·부당인사명령 사건이 접수됐다.
이 중 노동위원회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는 172건으로, 전체의 24.7%에 달했다.
부당 판정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공기업이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판결이 공개된 66건 가운데 26건이 부당 판정으로 결론 나며 조사 대상 기업 중 최다를 기록했다. 전보 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형사 처벌과 무관한 사안을 이유로 당연면직 처분을 내린 사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전력공사(한전) 역시 33건 중 9건이 부당 판정을 받았고, 서울교통공사도 27건 중 7건이 노동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들 공기업에서는 조직 개편이나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한 전보·보직 해임이 잇따라 분쟁으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드러났다.
민간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이랜드리테일 등에서 부당징계 판정이 잇따랐다. 점포 실적 부진이나 폐점 책임을 개인 관리자에게 전가하거나, 노조 활동 이후 인사 조치를 단행한 사례들이 문제로 지적됐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세아베스틸을 비롯해 철강·조선·기계 업종에서 다수의 부당 판정이 나왔다. 산업재해나 설비 사고 발생 이후 관리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집중시켜 중징계를 내린 사례들이 노동위원회에서 과도한 처분으로 판단됐다.
자동차·부품 업종에서도 원청의 실질적 지휘·통제 아래 근무하던 인력에 대해 계약 해지나 징계를 단행했다가 부당 판정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 판정을 4건 받으며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례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도 분쟁은 이어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적 미달이나 내부 민원을 이유로 한 보직 해임이 부당 판정으로 이어졌고, 증권사와 은행에서도 내부통제 실패나 투자 손실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징계가 문제로 지적됐다.
업종별로 보면 공기업을 제외하고도 유통(20건), 조선·기계·설비(17건), 철강(11건), 자동차·부품(10건), 보험·석유화학·운송(각 7건), 통신(6건), IT·전기전자(5건), 건설·건자재·생활용품·식음료(각 4건), 증권(3건), 서비스·은행(각 2건), 제약(1건) 등 거의 전 산업군에서 부당 징계 및 인사 명령이 발생했다.
부당 판정 이후에도 기업이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사례는 3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1건은 고발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법적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인사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성과 부진이나 사고 책임을 개인 징계로 단순화하는 관행이 대기업 전반에 남아 있다”며 “노동위원회 판정은 개별 근로자 보호를 넘어 기업 인사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한다.
공기업을 넘어 민간 대기업 전반의 인사·징계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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