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억 우선주 투자 vs 200억 주관 수수료, PF ‘주관권 룰’ 법정행
- 후발 투자자로 거론되는 한국투자증권과 정면충돌
서울 도심 핵심 재개발 사업인 수표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원엑스)을 둘러싼 금융권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기존 금융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시행사 PFV 지분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며, 후발 투자자로 거론되는 한국투자증권과의 주관권 충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증권사 간 경쟁을 넘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관행과 권리의 경계를 정면으로 시험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수표지구 사업은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노후 상권을 초대형 프라임 오피스로 재편하는 도시정비형 재개발로, 연면적 17만㎡ 안팎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인허가와 보상, 공정 관리 등 리스크가 큰 도심 재개발 특성상 금융 구조 역시 브릿지 PF에서 본PF, 이후 리파이낸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띤다.
이 과정에서 초기 금융주관사는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넘어 금융 구조 설계, 대주단 구성, 리스크 관리와 사업 일정 조율까지 총괄하며 사실상 프로젝트의 금융 책임자로 기능해 왔다.
갈등은 리파이낸싱 국면에서 불거졌다. 이 단계는 주관사에게 그간 감내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본격적으로 확정되는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PFV 우선주에 약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하며 자본 투입의 무게를 앞세워 리파이낸싱 주관권까지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단순 투자자 지위와 금융주관 지위를 동일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NH투자증권이 문제 삼는 핵심은 명확하다. 사업 초기부터 금융 구조를 설계하고 대주단을 구성하며 리스크를 떠안아 온 기존 주관사의 계약상·관행상 권리를, 특정 시점의 자본 투입만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선주 투자는 수익과 원금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반면, 주관사는 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과 불확실성을 감내해 왔다는 점에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논리다.
특히 주관사의 핵심 보상이 확정되는 리파이낸싱 단계에서 구조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금융 거래의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인식 속에서 NH투자증권은 PFV 지분 가압류라는 강경한 수단을 택했다. 이는 본안 소송에 앞선 보전 조치로, 주관권 침해를 전제로 한 구조 변경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NH 측은 이번 분쟁으로 약 200억 원 규모의 주관 수수료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기대 이익이 아니라 장기간 실무 수행과 계약 관계에 기반한 정당한 보수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자본력이 큰 금융사가 리파이낸싱 단계에서 주관권을 가져갈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초기 리스크가 큰 브릿지 PF를 맡으려는 주관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대규모 자본 투입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맞선다. 결국 이번 분쟁은 ‘돈을 넣은 쪽이 주도권을 갖는가, 계약과 책임을 수행한 쪽이 보호받는가’라는 PF 시장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법원의 판단은 단일 사업을 넘어 국내 PF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주 투자와 금융주관권의 경계, 주관 계약의 보호 범위, 리파이낸싱 국면에서의 권리 재편 허용 여부가 이번 소송을 통해 구체화될 경우, 향후 대형 PF 딜의 계약 구조와 관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수표지구 분쟁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이미 국내 부동산 금융 시장에 던진 파문만으로도 그 의미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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