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 압록강을 따라 새로 난 길을 6시간쯤 타고 가거나, 선양에서 남만주를 가로지르는 도로로 8시간쯤 동진하면 지안(集安)에 닿는다.
동북지방은 고구려가 처음 도읍했던 도시이자 간도협약 이전엔 우리나라 영토였던 곳이다. 고구려 유적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곳이다.
그런데 2003년 후반기에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억지 시도를 하면서 한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고구려 유적의 중심지는 압록강변에 있는 지안(集安)이다. 이곳에는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해 장군총, 환도성 유적 등 각종 유적이 적지 않다. 원래 고구려는 졸본(현재 환런 桓仁)에 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이곳은 산이 너무 높고 험해 외적의 침입을 막는 데 유리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도읍지로는 적합하지 못했다. 특히 주변 여러 부족국가들이 강성해지면서 ‘졸본’은 도읍지로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안이었고 유리왕 22년에 천도하게 된다. 지안은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물자를 가진 곳이었다. 이곳에서 고구려는 얼마간의 영화를 누렸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평양으로 천도하게 된다.
지안의 고구려 유적은 오랫동안 잘 관리되어 오지 못했다. 특히 공산화 이후에 국경 문제를 부담스러워한 중국은 고구려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최근에 역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재 등을 위해 지안을 방문하는 것을 막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안에서 우선 꼭 들를 곳은 장수왕릉(長壽王陵)이다. 동양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장수왕릉은 장군총(將軍塚)으로 불렸다. 입구에 들어가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독특한 돌로 쌓은 능의 전면이 보인다.
이 능은 화강암을 정성 들여 가공한 돌로 일곱 층으로 쌓았다. 학계에 따르면 장수왕릉의 방식인 돌무지돌방무덤(積石石室墓)은 대체로 3세기 말∼4세기 초로부터 5세기에 나타나며, 기와를 통해서는 4세기 중엽 이후 5세기 전반으로 추정되므로 이 장군총의 연대는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전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할 경우 무덤의 주인은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375~413)이나 장수왕(長壽王 394~491) 중의 하나로 본다.
장수왕릉의 아래에 광개토대왕릉비 및 호태왕릉이 있다. 아버지의 묘가 아들인 장수왕릉의 묘 보다 약간 낮은 곳에 위치해 의심을 받지만 광개토대왕릉비는 한국 고대사 연구에서 가장 소중한 자료이자 또 비문의 해석으로 뜨거운 감자가 돼 온 유적이다.
이 비는 광개토왕의 아들 장수왕(長壽王)이 왕 3년(414년)에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것으로, 당시 수도였던 압록강 유역인 중국 길림성 통화전구 집안현 통구성(吉林省 通化專區 輯/集安縣 通溝城 - 중국 현지에서는 集安縣)에서 동북쪽 약 4.5km 지점의 태왕촌(太王村)에 있다. 비는 각력응회암(角礫凝灰岩)의 사면석이나 자연스러운 모습의 긴 바위 모습이다.
그곳에 처음 들렀을 때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2년이었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미 동북공정이 한참 준비되어 일체의 동영상 촬영이 금지되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광개토대왕릉비는 유리로 된 보호망이 만들어지는 등 곡절을 거쳤다. 근대에 들어서 일본에 의해 비문이 훼손되고, 지금은 중국에 의해 수난당하는 유산을 보는 것은 씁쓸하다.
사실 그 땅에 존재했던 어떤 권력자도 100여년 넘기기 힘든 것을 봐왔던 비석이다. 자신이 주인인양 비문을 훼손하고 곡해하는 후손을 보는 느낌은 씁쓸하기 그지 없을 것 같다.
지안 시내 곳곳에는 국내성의 흔적이 있다. 또 시의 동쪽인 압록강인데 보트 등을 통해 북한 쪽에 접근할 수 있다. 도시의 서북향에는 환도산성이 있다. 과거 관구검이 넘어와 고구려를 위기에 빠뜨린 곳이다. 산성은 복원되어 있는데 성의 면모는 거의 없다. 성 아래에는 고구려 무덤의 집합군인 산성하 무덤군이 있다. 크고 작은 묘들은 과거 고구려의 영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게 한다.
글 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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