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육포럼이 전교조보건위원회가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보건교사 7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보건교사 1인의 과도한 업무 집중 현상이 거의 개선되지 못한 채, 보건교사들의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교육 미비, 보건교사 업무 집중으로 번아웃 심각
이번 조사 결과, 법률의 보건교육 의무조항에도 불구하고 보건교육이 모든 학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학교에서 학교 구성원 간 소통과 협력의 부족으로 보건교사 1인의 과도한 업무 집중 현상이 거의 개선되지 못한 채, 보건교사들의 번아웃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위 단체들은 이미 1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널리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 오히려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향후 학교 방역의 공백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묻는 윤영덕 의원의 질문에 교육부가 별 문제가 없는 듯이 “조치했다”고 답변한 데 대해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하는 한편, 학교 구성원이 함께 방역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보건교육부의 도입에 대해 “학교장의 책임”이라고 회피한 데 대해 매우 아쉬움을 표했다.
◇위드 코로나, 보건과목 필수화·보건교사 2인 배치 도입 필요
보건교사 단체들은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보건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보건교사 2인 배치 및 보건과목 필수화로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임시 조직이자 실효성이 낮은 학교 감염병 대응 조직을 학교의 상설 부서인 ‘보건교육부’로 전환해, 전체 학교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함께 대응하는 참여 방역 등 실질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의 감염병 대응 조직을 구성 학교장, 교감을 중심으로 전체 교직원이 발생감시팀, 예방관리팀, 학사관리팀, 행정지원팀으로 업무를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교사 혼자서 전체 3-4개팀 업무 처리
설문조사에 응답한 보건교사 98%는 감염병 대응 조직을 구성했다고 응답했으나, 코로나 감염병 대응 조직이 팀별 업무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53.8%(매우 그렇지 않아 19%, 그렇지 않다 41.9%)는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5월 서울지역 조사에서, 98.9%의 학교에서 코로나19 대응조직을 구성, 그 중 34%가 이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것보다 더욱 나쁜 결과다. 보건교사의 대부분이 4개 팀별 업무 중 3개 팀 업무 또는 4개팀 업무를 담당, 2020년 5월 당시의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감시팀 업무는 생활지도 담당 부장급 교사(총괄)를 팀장으로 학년부장, 담임교사, 교과교사, 보건(담당)교사로 구성하고 감염병 (의심)환자의 신속한 파악과 밀접접촉자 파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 업무 중 보건교사는 자가진단시스템 운영(96.1%),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확인 조사(96.1%), 감염병 발생 현황 일일 보고(92.6%), 열화상 카메라 구입 설치 및 운영(85.1%), 학생 등교 시 체온 측정이나 손소독제 배부 등 등교지도(69.3%)로 나타났다. 2020년 서울지역 조사에서는 감염병 발생 현황 일일보고(90%), 밀접접촉자조사 및 안내(87%), 열화상 카메라 구입설치 및 운영(70%), 나이스 학생건강자가시스템 운영(64%)으로 나타났다.
예방관리팀 업무와 관련된 설문에선 보건교사가 학생 및 교직원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교육(98.9%), 유증상자 진단(97.1%), 일시적 관찰실 운영(95.9%), 선별진료소 등 안내(93.5%), 예방 및 대응 관련 문자 내용 작성(86.7%)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5월 서울지역 조사의 학생 및 교직원 대상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교육(99.3%), 일시적 관찰실 운영(94.7%), 유증상자 진단 및 선별진료소 안내(98.4%), 필요 시 역학조사 협조(98.4%)와 유사하거나 업무량이 악화된 것이다.
학사관리팀 업무 중 보건교사가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중복응답을 실시한 결과에선 개선의 여지가 보였다. 등교중지 및 출결 사항 총괄(39.5%), 휴업 휴교시기 가정 학습 및 생활 관리 안내(10.8%), 교직원 이환 시 수업 및 학사 조정(2.3%)로 나타나, 이전보다 휴업 휴교 등교중지 시 안내 등의 업무만 10% 정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서울지역 조사에서는 등교중지, 출결 총괄(31.5%), 휴업 휴교 등교중지 시 가정학습 및 생활관리 안내 등(21.8%), 감염병 대응 관련 교사 공백 시 조치사항(수업 조정 등)(1.8%) 등이었다.
행정관리팀의 업무 중 보건교사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선 방역 물품 구입 및 배부(98.5%), 코로나 현수막, 거리두기 표식이나 안내 게시물 부착, 가림막 설치 등(70.7%), 방역 인력 관리(67.2%)학교 시설 방역 소독(37.6%)으로, 현수막, 게시물 설치 등은 일부 개선됐으나 그 외에는 이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5월 서울지역 조사에서는 방역물품 구입, 배부 및 관련 공문처리(98.1%), 학교 시설 방역 소독(27.9%), 코로나19 대응 관련 현수막, 게시물 설치 등(56.2%)이었다.
◇보건교사 부과 금지 지침…절반 학교에서 여전히 안지켜
최근 교육 당국에서는 방역 인력 관리 업무를 보건교사에 부과하지 않도록 공문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약 1/2의 학교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관련 업무 중 보건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확인한 결과 방역 인력 교육(69.5%), 방역 인력 근태 관리(58.4%), 방역 인력 운영 계획(53.5%), 예산 집행 보고(46.5%)방역 인력 모직 공고(41.2%), 면접 준비(41.5%)로 나타났다.
특히 확진자가 학교에서 발생할 경우 절반이 넘는 보건교사가 혼자 관련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건소 역학조사팀 연락(88.3%), 교육청 보고(87.6%),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 동선 확인(77.9%), 교실 배치도 확인 및 보건 당국 전송(61.6%), 교내 선별 진료소 설치(56%), 학부모 대응 문자 및 가정통신문 안내(55.3%) 순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2~3개교 법정 보건교육 못해
한편 최근 3년간 법정 보건교육(초등학교 5~6학년 연간 17시간(일부 지역 지침 16차시) 이상, 중·고등학교에서 각각 1개 학년 이상 연간 17시간 이상 보건교육 실시 또는 중·고등학교에서 보건 과목 선택 과목으로 운영)을 실시한 경우를 조사한 결과, 2019년 513교(68.2%), 2020년 509교(67.7%), 2021년 586개교(77.9%)라고 응답, 코로나 상황에서 절실한 보건교육이 10개교 중 2~3개교 정도에서는 아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보건실 방문 학생을 조사한 결과, 752개교 중 '응답이 없거나 모르겠음'으로 응답한 경우를 제외하고 2019년 30명 미만(19%), 30-60명 미만(29.9%), 60명 이상(12.8%) 순이었으며, 2020년 30명 미만(40%), 30-60명 미만(20.3%), 60명 이상(4.2%), 2021년 30명 미만(41.4%), 30-60명 미만(26.3%), 60명 이상(7.1%)순으로 나타나, 학교 규모에 따라 보건실 방문 학생의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 3년간 보건실 방문 학생 1명당 처치 및 상담 시간에 대해 2019년 3-5분 미만(37.2%), 1-3분 미만(25.8%), 5분 이상(11.8%), 2020년 3-5분 미만(37.8%), 1-3분 미만(26.7%), 5분 이상(12.8%), 2021년 3-5분 미만(41.9%), 1-3분 미만(32.3%), 5분 이상(19.4%)로 코로나 위기가 지속될 수록 1명당 처치 시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교사 대부분 번아웃 증상 호소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교사의 번아웃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2.1%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그렇다라고 응답한 경우가 26.7%로 대부분의 보건교사가 번아웃(정신적,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진해 피로감을 느끼며 극도의 무기력을 느낌)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0년 서울지역 조사의 49.2%가 매우 그렇다, 38.3%가 그렇다에 비해 더욱 악화된 것이다.
번아웃 증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코로나 대응 업무를 무조건 보건교사에게 일임하는 풍토(90.6%), 기존 보건교육 및 학생 건강관리만으로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데 코로나 업무까지 가중됨(70.2%), 합리적인 의견 개진이 학교에서 받아들여지 않는 것 같음(13.8%), 관리자의 감염병 대응 리더십 부족(8.2%), 교육청이나 보건 당국의 비협조적인 태도(6.3%), 선별진료소 의뢰 및 등교 중지 등 학부모 협조 부족(5.1%) 순으로 나타나 학교 구성원 간 소통 및 학교 밖 보건당국과의 소통, 교육당국의 지원 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전면 등교 확대를 위해 방역 대응을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매우 그렇다(51.9%), 그렇다(33%)로 응답했다. 학교의 현재 방역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2가지 사항을 고르는 응답에서 학교 감염병 대응 관련 명확한 업무 분장 및 보건교사 일임 금지(76.1%), 각종 보고 서식 및 절차 간소화(39.8%), 교육청-보건소가 직접 연계해 확진자 발생 대상 학교 알림 서비스 시행(25.9%), 독감 대응 수준으로 코로나19 대응 지침 유연화(23.8%), 보건교사 업무 보조 인력 배치(17.8%), 코로나19 대응 관련 관리자 인식 개선 교육(13.6%)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보건교사 부족 문제는 교육계에서 쉽게 풀지 못하는 숙제였다. 학생들의 최소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7년 학교보건법에서 법률로 정한 모든 학생에 대한 보건교사의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에 대한 의무를 준수해야 함에도 각 학교에 보건교사가 단 1인만 배치돼 보건교사의 보건수업 시 보건실에 공백이 생겼고, 교사,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이 제한돼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문제가 계속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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