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취임 이후 처음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크게 분양가 산정 방식 개편과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이번 대책으로 분양 가격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중단됐던 서울 등 아파트 분양이 재개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또한 2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5% 전월세상한제 등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법이 오는 7월 31일로 시행된지 2년째가 되면서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는 우려 속에서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분양과 임대차 시장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혹시라도 집값이 다시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의 핵심은 필요비용을 산입해주는 것이다.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주비에 대한 금융비, 주거 이전비, 상가세입자 영업손실 보상비, 총회 운영비 등 필요경비를 택지비 가산비에 포함해주는 것이다.
이 비용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만 발생한다. 일반 주택사업이나 공공택지 사업에서는 거의 없고 지금까지는 분양가 상한제의 비용 항목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2월과 9월 정기고시 외에 비정기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조정 항목을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자재 가격 상승분의 공사비 반영 주기를 단축한 것도 이번 개편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정부가 예상한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률은 단지 규모나 위치, 분양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4%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과 분양가 규제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정부가 조합·건설사 입장과 수분양자 입장을 모두 반영해 안을 마련한 셈"이라며 "분양가를 너무 올리면 무주택 청약 대상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고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인상을 허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4천786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의 경우 부동산원의 택지비 평가를 통해 예상된 일반 분양가가 3.3㎡당 3천700만원 선인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정부 예상 평균치인 2%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3.3㎡당 74만원이 상승한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약 2천500만원 오르는 셈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전체 일반분양 수입이 총 910억원이 늘면서 조합원 1인당 약 1천500만원의 수익 또는 분담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실제 분양가 심의 결과는 이와 다를 수 있다.
분양가의 70% 이상을 택지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중이 낮은 건축비와 택지 가산비 미세조정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땅값을 올려주지 않는 한 큰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택지비검증위원회를 신설해 그간 한국부동산원 단독으로 시행하던 택지비 검증 과정에 외부 전문가와 해당 단지의 땅값을 평가한 감정평가사의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함에 따라 일부 택지비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부동산 개편안 확정으로 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공사와의 갈등까지 겹친 둔촌 주공아파트를 비롯해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서초구 신반포15차, 광명시 광명2구역 재개발 사업 등 다수 정비사업의 일반분양이 연기된 상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한제에 묶여 답보상태였던 서울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재건축의 최종 걸림돌은 상한제보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라면서 "재건축 부담금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의 분양을 활성화하려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의 경우 상한제보다는 조합원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느끼는 단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상한제가 개편되면 청약 예정자들의 분양가 부담은 커진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대상 아파트도 자재비 인상분이 인정되고 주변 시세 비교 방식도 개선될 예정이어서 1% 내외의 인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첫 임대차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서도 일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임대차시장 안정 방안은 크게 임차인 부담 경감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압축된다.
정부는 우선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한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2017년 8월 3일 이후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한 주택을 매매할 대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상생 임대인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상생 임대인의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는 임대를 개시하는 시점에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상생 임대인 자격을 인정하는데 앞으로는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집주인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한 임대차 가격 인상을 자제시키려는 의도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자기 집을 세주고 자신은 다른 집에서 세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전·월세 물량 공급 확대 효과를 보려면 상생임대인 양도세 특례 대상을 실질적인 다주택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세 세액공제율은 인상됐지만, 총급여 기준 공제 대상은 이전과 그대로다. 정부는 총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 5500만∼7천만원인 무주택 세대주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기존의 각각 12%, 10%에서 올해부터 15%, 12%로 올리는 방향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연내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윤정부 들어서 첫번째 부동산 대책이 오는 8월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이중 가격이 형성된 임대차 시장에서 갱신과 신규 임차인을 모두 배려한 방안"이라며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 완화와 임대 주택 공급을 통해 그간 지적됐던 공급 부족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가속화되는 월세 전환과 전세 물량 감소에다 갱신권 만료 임차 수요와 이사 철 수요까지 맞물리면 8월 이후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갱신권이 순차로 만료되고 임대 유통 매물이 빠르게 공급된다면 전셋값 급등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합수 교수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그간 매입을 보류한 '전세 안주 수요'가 더욱 커지는 흐름인데다 매매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는 전체적인 수요가 전세로 몰리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시장은 매매 시장과 연결돼 있어 별도로 임대 시장만을 분리해 안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난 몇 년간의 정책을 한 번에 바꾸거나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정책 당국의 꾸준한 시장 안정화 추진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