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최근 기름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로 인해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석유회사들의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국제 에너지 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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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이 역대 최고가인 리터당 2100원을 넘어섰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영국은 최근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이윤세를 도입해 시행 중이고, 미국도 횡재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둔 대기업에 한시적인 특별세 15%를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텔람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정유사들은 앞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함께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횡재세 부과에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 추이를 보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100원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물가상승과 맞물려 유가가 폭등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제기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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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기 성남 대한송유관공사 판교 저유소로 향하고 있는 유조차들.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에 따른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원, 에쓰오일 1조3320억원, GS칼텍스 1812억원 등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국내 정유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조5079억원이나 증가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재고분에 해당하는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석유제품 공급이 여의치 않자 정제마진도 함께 상승했다.  


국내 정유4사는 올해 2분기 역시 1분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유가 상승에 서민들의 고통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만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유사의 초과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횡재세가 시행되고 있으며 추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영국은 지난달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초과 이윤세는 가계를 위해 150억파운드(약 24조원) 상당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의 초과이윤세는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석유·가스 요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미국 정유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초과이윤세 도입 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이 1분기 영업이익 4조8천억원 중 약 40% 규모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할 경우 다시 재고 손실로 반영되기 때문에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횡재세 역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이 없었는데 지금와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재고분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논리다. 


만약 초과이윤세가 도입하게 되면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안 좋아져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기름값은 결국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어 역할이 한정적"이라며 "국내 횡재세 도입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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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에 정유사 최대 이익 기록하자 '횡재세' 도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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