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서울 지하철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용의자는 피해자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스토킹해왔던 동료 역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계획적인 보복살인으로 판단하고 특정범죄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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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 사진=연합뉴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법상 살인죄보다 더 무겁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31)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보강 수사를 거쳐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할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전 직원이던 전씨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10월 직장인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 해제됐다. 


하지만, 직위 해제된 뒤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와 직원 배치표 등 사내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붙잡힌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오래전부터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쓰인 흉기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쓴 이유도 범행 현장에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생모를 쓴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서울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일회용 승차권을 구입해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이동해 1시간 넘게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흉기에 찔린 피해자는 화장실에 있는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고, 화장실 안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비명을 듣고 신고했다. 이후 역무원과 사회복무요원·시민 등이 함께 전씨를 붙잡았다가 현장에 경찰이 도착한 후 인계했다.


피해자인 신당역 역무원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약 2시간 반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유치장에 입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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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CI. 이미지=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피해자와 피의자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려졌다. 피의자 전씨는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하는 등 스토킹 혐의로 두 차례나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7일 피해자가 전씨를 처음 고소하자 경찰은 이튿날 전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첫 고소 직후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한 달간 실시했다. 한달간 안전조치가 끝나면서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 다른 조치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안전조치 기간 중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연장을 원치 않아 1개월 후 종료했고 안전조치 종료 시점에도 위험성이 계속 있으면 재심의할 수 있다. 


첫 고소 이후 경찰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수사를 시작하자 전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직장에서 직위해제됐다. 하지만, 직위해제 뒤에도 회사 내부망 접속 권한을 그대로 갖고 있던 전씨는 내부망 정보를 통해 올해 1월 바뀐 피해자의 근무지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내부망 접속 권한은 재판이 끝나고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만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피해자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통보받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전씨의 스토킹 행위는 이어졌다. 전씨가 직장에서 직위해제된 뒤에도 스토킹에 시달리자 피해자는 올해 1월 27일 전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두번째 고소했다. 경찰은 2차 고소 당시 아예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전씨는 혐의가 인정돼 올해 2월과 6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은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선고가 있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전씨에 대해 징역9년을 구형한 상태였다. 선고는 전씨의 범행으로 연기됐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피의자 전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등 법원과 경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판사가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스토킹 범죄 혐의자를 구속하지 않아 이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며 "판사와 법원, 나라가 죽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도 추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신당역 역무원' 살해 현장을 비공개로 방문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업무를 마친 지난 15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찾았다. 수행원 없이 혼자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스토킹 범죄로 결국 살해까지 당한 피해자를 국가가 지키지 못한 점에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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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피살사건, 구속영장 기각한 법원..."나라가 죽였다"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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