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활기가 넘쳤던 골목과 시장, 공장지대가 지금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다. 도심 공동화와 지방소멸의 그림자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도시재생사업은 이러한 쇠퇴한 지역을 다시 살리는 가장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건물 보수나 미관 개선을 넘어, 사람과 산업, 문화가 다시 순환하는 구조로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의 핵심이다.
따라서 구도심권 도시는 사회적 비용발생할 수 밖엔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 발전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개발’과 ‘확장’ 중심이었다. 대규모 택지개발과 신도시 건설이 국가 성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구도심의 급격한 쇠퇴와 인프라 불균형이 자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는 청년층 유출로 지역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지역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와 비효율적인 공간 구조는 교통비·에너지비용 등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청년층이 떠난 지역은 일자리와 세수 기반이 약화되어, 다시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사업이 아닌 사회·경제적 회복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의 삶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도시재생의 진정한 목표다.
‘공간 재생’에서 ‘사람 중심’으로 해결해야한다. 그간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은 건물 리모델링, 경관정비 등 눈에 보이는 변화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외형 개선만으로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어렵다. 재생의 주체가 행정기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인, 청년 창업자가 되어야 한다.
서울 성수동이 대표적이다. 한때 ‘쇠락한 공장지대’로 불리던 이곳은 청년 창업가들과 예술인들이 유입되며 ‘수제화 거리’가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지역 안에서 만들어내는 자생력이다.
전주 한옥마을 또한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낡은 한옥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이 직접 한옥숙박·공예·식음료 사업을 운영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순환시켰다. 도시재생은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통해 지역 정체성과 경제적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재생을 위해 세 가지 관점을 점검해봐야 한다. 먼저 지속 가능한 재원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한계는 ‘사업 종료 후’다. 정부 보조금 중심으로 추진되면 유지관리 예산이 끊기는 순간 활력이 다시 꺼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투자, 지역펀드, 도시재생 리츠(REITs) 등 민관협력형 투자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두번째는 지역주민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다. 행정기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협의체, 사회적 기업, 청년 창업자 등이 함께 기획·운영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친환경 기술의 접목이 필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에너지 절감기술을 도시재생 인프라에 결합하는 ‘스마트 재생’이 미래형 모델이다.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소, 공공 와이파이 등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대표적 해외 도시재생 성공사례 중 영국 런던 도클랜드(Docklands)는 도시재생의 교과서로 불린다.
1970년대 항만기능이 사라지며 버려진 공업지대를 30여 년에 걸쳐 금융·문화 복합지구로 바꿔냈다. 정부가 인프라를 정비하고,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는 구조로 협력한 결과다. 도클랜드는 '공공이 틀을 만들고, 민간이 콘텐츠를 채운다'는 도시재생의 원리를 보여준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프로젝트 역시 인상적이다. 요코하마시는 낙후된 항만지대를 문화·비즈니스 복합공간으로 전환하면서, 기업 유치와 시민 참여를 병행했다.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면서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인 사례다.
이외에도 독일 에센은 폐광지역을 문화예술단지로 바꾸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프랑스 리옹은 공업지대를 첨단산업 거점으로 재편해 지속가능 도시의 모범을 세웠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장기적 관점’과 ‘민관 협력’이다.
도시재생은 더 이상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다. 사람과 산업,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 개선보다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의 자생력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 2.0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반영한다. 스마트 기술, 친환경 에너지, 청년창업, 사회적 경제를 결합해 재생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지역회복형 재생이 주목된다.
도시재생의 성공은 결국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얼마나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눈에 보이는 건물보다 보이지 않는 공동체, 빠른 개발보다 느리지만 지속되는 변화가 더 중요하다.
낡은 도시는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살아날 가능성의 공간이다.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희망이 공존하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재생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약력
- 공공정책 연구 경력 21년, 정책분석평가사 1급, 소상공인지도사 1급
- (사)한국동행서비스협회 수석 부회장
- 前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부 연구위원
- 前 건국대, 남서울대, 한세대, 한서대, 백석대 등 외래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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