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임차권 공시 및 임차인 보호에 한계
임차인 권리 보호 위해 주택임대차를 등기부에 공시해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10일 국회에서 전세피해 해소를 위한 '주택임대차등기 법제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실련은 전세사기 해소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적 제도로서 주택임대차 등기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여러 기관에 분산된 주택임대차 정보(부동산등기부, 실 소재지, 주민등록지, 확정일자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주택임대차의 완전한 공시’는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 전세피해를 줄이고 서민주거안정을 실현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토론회의 좌장은 백인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이 맡았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천일 교수(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는 주택임대차등기 법제화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주택의 인도와 전입(주민등록)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공시는 불완전한 형태로 권리관계를 둘러싼 불측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택임차권이 물권의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임차권의 공시도 주민등록과 같은 인적 요소가 아닌 물적 효력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임대차등기 법제화의 기대효과로는 대항력 효력 발생시점을 '익일 0시'가 아닌 즉시로 설정함으로 악의적인 저당권 설정 등으로 인한 사기를 막을 수 있고, 다가구 주택의 경우도 모든 호실에 대한 정보가 온전히 공시됨으로 나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권리들의 존재‧순위‧크기 파악이 용이해지는 점, 임차권을 둘러싼 제3자의 권리 보호, 행정비용 절감,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 제고, 임대차 중개 기능 정상화 등을 꼽았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경국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 공익법무사단장)는 매매의 경우 거래가액이 등기부에 공시되듯이,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가 되면, 임대차보증금이 등기부에 공시되게 되고, 기간이 지날수록 등기부에 기재된 보증금은 신뢰할 만한 전세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즉, 수년간 반복적인 보증금의 등기부 기재는 적정한 전세가격을 형성할 것이고, 이는 이른바 ‘깡통전세’와 무자본 갭투자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것이며, 불법 감정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필요조차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정 법무사는 주택임대차 등기가 의무화 된 이후에는 등기부에 공시되지 아니한 조세의 우선권 배제, 주택임대차등기에 말소기준권리 인정, 경매신청권 부여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토론자들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인 안상미 위원장(미추홀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동의한다며 다만, 대구 신탁사기 사례처럼 등기소 실수로 등기를 누락했지만 등기는 공신력이 없다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 등기가 공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을 어떻게 할지와 보증금이 임대인에게 지급되고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보증금을 임대인이 돌려주지 않을 경우 민사를 통해서만 회수 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악용도 우려되기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힘이 대등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힘을 크기를 맞춰 줄 필요가 있다면서 잔금지급과 등기의무를 동시이행 관계로 하는 것, 임차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보증금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경매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현행 제도를 존치하면서 임대차등기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세 번째 토론자인 박기덕 연구위원(경기연구원)은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는 전세피해 예방과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우선 반영해야 할 사항으로 임대차등기 의무화 및 대항력 발생 시점의 등기 접수 시점 설정, 등기 비용의 사회적 지원 확대, 법제화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이해관계의 조화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한정훈 사무관(법원행정처 부동산등기과)은 개인적으로는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 행정 담당자로서 실무적으로는 대부분의 임대인들은 등기가 지저분해지는 걸 원치 않으므로 임대인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부분이 분명히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에서도 신탁 전세사기 등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 토론회 내용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백인길 이사장은 토론회를 마치며, 앞으로 국회와 여러 기관, 시민단체들이 협력해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법제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전세사기 피해가 예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