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연립주택이 사실상 붕괴 직전 상태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관리의 근본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외벽 곳곳에는 손바닥 크기의 틈이 벌어지고, 계단은 손으로 건드리면 그대로 부서질 만큼 약해져 있다. 천장은 언제 떨어질지 몰라 주민이 실내용 행거로 버티며 살아가는 등, 주거지라기보다는 재난 직전의 현장에 가깝다.
이곳은 1965년에 지어진 이화연립으로, 한때 30여 세대가 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8가구만 남았다. 대부분 고령층·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며, 당장 이사할 형편이 되지 않아 붕괴 공포 속에서 ‘떠날 수 없는 집’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밤마다 벽이 떨어지는 소리만 나도 기절초풍해 뛰쳐나온다”며 “오늘은 무사할까, 이러다 사고 나는 건 아닐까”라고 불안함을訴하고 있다.
이 연립은 오래전부터 구조안전 ‘D등급’ 위험시설로 분류돼 왔고, 최근 균열과 침하 증상이 더 악화되면서 전문가들은 다음 정밀안전진단에서 ‘퇴거 수준(E등급)’ 판정까지 우려하고 있다. 외벽이 건물체와 분리되는 현상까지 나타나 주변 보행자나 인근 주택에도 위험이 전이되는 상황이다.
재건축 시도는 20여 년 전부터 있었지만 주민 동의, 자부담, 이주비 문제에서 매번 멈췄고, 결과적으로 노후 공동주택이 수십 년간 구조 개입 없이 방치돼 왔다. 종로구가 소규모 주택 대상으로 시행하는 집수리 보조나 담장 보수 사업 역시 이처럼 전체 구조가 한계에 도달한 공동주택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번 취재 보도 이후 뒤늦게 정밀안전진단 재실시와 임시 이주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진단만 반복할 뿐 실질적인 이동조치나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불신을 드러낸다. 전문가들도 “행정 절차보다 주민 생명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임시 이주와 안전 확보를 촉구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최근 종묘·세운지구 개발,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글로벌 관광벨트 조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대규모 개발 전략이 서울의 새로운 지도와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작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붕괴 위험을 안고 사는 취약층 주거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 균형 측면에서 뼈아픈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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