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9.2% 상승했다. 1998년 9월 9.3%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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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인플레이션 지수. 자료=OECD

 

OECD 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2월 7.8%에서 3월 8.8%로 급등한 뒤 4월에도 연이어 상승했다. 전쟁의 여파는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4월 11.5%로 전달 10.0%보다 1.5%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주요 곡물 작황이 나빠졌다. 공급망도 혼란에 빠졌고 결국 국가간 식량 보호주의를 초래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주산물인 밀이 작황 부진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서 식료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3.9%에서 4.4%로 올라갔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32.5%로 상당히 높지만 전달 33.7%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둔화했다.


터키의 물가상승률은 전세계 국가 중 최악이다. 물가상승률이 70.0%까지 치솟은 터키에 이어 에스토니아 18.9%, 리투아니아 16.8%, 체코 14.2% 등 9개국이 10%이상 상승했다. 반면 이탈리아 6.0%, 스페인 8.3%, 미국 8.3% 등 5개국은 전달보다 상승률이 하락했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4.8%를 기록하며 일본·스위스 각각 2.5%, 이스라엘 4.0% 다음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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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이미지=픽사베이

 

OECD는 올해 물가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3.0% 수준에 그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전망 때보다 1.5%포인트 내린 수치다. 세계은행(WB) 역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2.9%로 1.2%포인트 줄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스텝'까지 고려하고 있어 경기후퇴 전망은 커지고 있다.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하락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제기됐다. 19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성장세 둔화와 고물가가 맞물리는 '슬로우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세계은행(WB)이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1974년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오일쇼크 등 공급 충격 속에 전 세계 물가상승률은 16.9%까지 치솟았다. 이후 1980년대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의 통화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다. 


세계은행은 주요 선진국들의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린 현재가 197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빚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유동성 회수에 취약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관적인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이 1970년대보다 물가상승률의 절대적 수치가 낮고 임금 상승이나 실업률도 당시보다는 양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세계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치를 발표하는 등 인플레이션를 대비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심각한 상황으로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OECD 역시 중앙은행이 과거보다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물가안정 목표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재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의 강도가 1970년대보다는 약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1981년 당시 폴 볼커 전 미국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극닥전으로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책 신뢰성을 쌓으면서 '극약처방'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하더라도 개도국은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개도국은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존재하고 실제 남아시아와 중남미를 비롯해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 개도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바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총 510억달러(약 65조2천억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파키스탄 역시 경제위기설에 휩싸였다. 


한편 유엔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위기대응 보고서에서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복합적 위기인 '퍼펙트 스톰'으로 인해 전세계 94개국에서 16억명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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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OECD 소비자물가지수 9.2%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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