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기업’ 이미지로 알려진 오뚜기가 미국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거래 분쟁을 넘어, 미국 뉴저지 주 프랜차이즈 보호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OTG 뉴욕은 2008년부터 17년간 오뚜기 제품을 미 동부 지역에 독점 공급해온 한인계 유통업체다.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라면·카레·즉석밥·소스류 등을 유통하며 오뚜기 아메리카의 동부 총판 역할을 맡아왔다. OTG는 “오뚜기 측이 예고 없이 거래를 중단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거래처를 직접 빼앗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 오뚜기는 1969년 창립된 식품기업으로 ‘진라면’, ‘3분카레’, ‘오뚜기밥’ 등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1980년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100% 자회사인 오뚜기 아메리카를 세워 미국 내 유통과 마케팅을 총괄해왔다. OTG 뉴욕은 이 오뚜기 아메리카와 계약을 맺고 동부 지역에서 오뚜기 제품만을 판매해온 독립 유통사로, 구조상 ‘한국 오뚜기 본사 → 미국 현지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 동부 총판 OTG’로 이어지는 3단계 유통 체계 안에서 이번 분쟁이 발생했다.
OTG는 “오뚜기 아메리카가 거래처를 직접 접촉해 제품을 공급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격을 낮춰 시장을 잠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뚜기 아메리카는 “계약은 단순 유통 계약일 뿐 프랜차이즈 관계가 아니며, 계약 해지는 정당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미국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3월 오뚜기 측의 소송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본안 심리로 돌입했다. 법원은 “계약서에 프랜차이즈 관계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어도 실제로 브랜드 종속성과 통제가 있었다면 프랜차이즈 보호법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오뚜기 아메리카가 브랜드 사용, 영업 정책, 마케팅 지침 등을 OTG에 강하게 요구해 왔는지 여부로 좁혀졌다. 뉴저지 프랜차이즈 보호법은 계약 문구보다 실제 거래 실태를 중시하는 강행법으로, 브랜드 종속성이 인정될 경우 ‘유통사’라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인 식품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뚜기가 ‘가정식 대표 브랜드’, ‘착한 기업’으로 알려진 반면, 해외에서는 소규모 파트너와의 분쟁이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 행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G는 오뚜기 제품만 판매하며 시장을 개척했는데, 그런 파트너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은 신뢰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유통 계약이 현지 프랜차이즈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를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법원이 OTG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른 한국 식품 대기업들도 유통 계약과 파트너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프랜차이즈법은 계약 문구보다 실제 거래 관계를 본다”며 “한국 기업들이 현지 유통망을 통제하는 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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