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비자 면제 프로그램 이용자에까지 소셜미디어(SNS) 정보를 요구하는 내용의 규정을 내놓으면서 ‘사상 검열’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0일(현지 시각) 관보를 통해 전자여행허가(ESTA) 신청 시 최근 5년간의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규정안을 공개했다.
ESTA는 한국을 포함한 42개 비자 면제국 국민이 비자 없이 최대 90일간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제도다.
새 규정안은 SNS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사용한 개인·사업용 전화번호, 최근 10년간의 이메일 주소, 신청자 가족의 신상 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문, DNA, 홍채 등 생체 정보 요청 역시 가능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입국 심사 강화’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그동안 미국은 유학생 비자나 영주권·시민권 심사 과정에서 SNS 검토를 확대해 왔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지난 6월 비자 신청자들에게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SNS 플랫폼의 계정을 기재해야 한다”며 누락 시 비자 거부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 취임 이후 올 8월까지 약 4만 건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STA까지 심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실상 단기 여행객에 대한 ‘사상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이민국(USCIS)은 이미 비자·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미국에 적대적 성향’을 보이는 게시물을 확인하라는 내부 지침을 시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 10월엔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린 외국인 최소 6명의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폭력과 증오를 미화하는 외국인은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SNS 검열이 유학생·이민 신청자는 물론 단기 여행객에게까지 확대되자 미국 안팎에서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 전 회장 파르샤드 오지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신청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방문을 꺼리게 돼 관광·비즈니스·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권리와 표현 재단’의 사라 매클러플린 연구원도 “미국의 자유에 대한 약속이 허울뿐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해외 독자들의 반응도 거세다.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한 독자는 “미국 정부와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어 입국하면 추방될 것”이라며 “당분간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썼다.
호주인 독자는 “내가 알던 미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독자는 “충격적 발상”이라며 “결국 미국 시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헌법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부당한 수색·체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그러한 원칙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강남 똑똑플란트치과, 결국 터질게 터졌다 …노동부 특별감독 착수
서울 강남구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인 똑똑플란트치과에서 수년간 비정상적인 근로 관행과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사안은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이 발송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실이 온라... -
'반성문 강요·3시간 대기·사후관리 실종'…논란 확산하는 똑똑플란트치과
강남의 한 치과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직원들에게 수백 줄짜리 반성문 작성, 면벽 서기, 고성·욕설이 반복됐다는 내부 제보가 불거져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환자들의 시술 불편·사후관리 부재·비용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며 파문이 다시 커지고 있다. ... -
“시대인재” 저작권 무단 사용…문저협 가처분·형사 고소 강행
국내 최대 문학·예술 저작권 관리 단체인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가 대치동 대형 입시학원 ‘시대인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형사 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목적을 명분으로 참고서·문학 지문을 무단 발췌하고 출처를 누락하는 사교육 시장 관행을 더는 ... -
장경태 ‘성추행 공작’ 논란…모자이크 해제 영상 공개되며 공방 격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성추행 의혹 영상’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원본 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약 1년 전 촬영된 술자리 장면으로,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 -
‘매우 혼잡’ 대한항공 라운지…아시아나 승객까지 쓴다고?
#. 16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에서 시드니로 떠난 대한항공 고객은 이날 대한항공 앱에서 2터미널 라운지 혼잡 정도를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2터미널에 있는 3개의 대한항공 라운지가 전부 빨간색으로 표기되며 ‘매우 혼잡’이라고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새롭게 연 ... -
[단독] “이런 양아치는 본적도 없다” 62~68만원에 팔고 102~153만원 내라는 여행사
하나투어 CI [하나투어 제공]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렸다. 기존에 결제한 요금의 2~3배 가량을 요구하자 누리꾼들은 “해도 너무한다”며 하나투어를 비판하고 있다.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