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제2 n번방' 사건의 주범 '엘'로 지목된 용의자가 호주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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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검거된 '제2 n번방' 주범 '엘'.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20대 중반 남성 A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제2의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 피해를 본 한 미성년자가 올 1월 '추적단불꽃'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가해자는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단불꽃 활동가인 원은지씨(활동명 '단')에 따르면 피해자는 6명으로 대다수는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단체인 '프로젝트리셋(ReSET)'에도 피해 의심 사례가 제보됐다.


경찰은 '제2의 n번방' 관련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 인력을 확충하고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를 모두 수사선상에 올려놨기 때문에 피해 사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엘'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200여 개를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제2의 n번방 사건은 성 착취물을 다루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장기간 유지되지 않는게 특징이다. 임시 개설됐다가 폐쇄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n번방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경찰은 추가적으로 해외 소셜미디어의 협조를 얻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접근하고자 다양한 수법을 썼다. '나도 성범죄 피해자다', '도와주겠다'는 등 조력자 행세를 하는가 하면 '성착취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은 여러 개의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해 수시로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방의 개설·폐쇄를 반복하면서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엘'은 수사가 시작되자 올 8월 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엘'로 불려진 A씨 범죄 관련 해외 기업에 대해 140여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사상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또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서 지난달 19일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이달 23일 호주 현지 경찰과의 공조 수사(작전명 '인버록')로 시드니 교외에 있는 주거지에서 A씨를 검거했다.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두 점도 확보했다. 압수한 휴대전화에선 성착취물의 존재가 추가로 확인돼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영상이나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내려 받았을 뿐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n번방', '박사방' 등 과거 사건과는 달리 성착취물 영상·제작 유포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송환에 앞서 호주 경찰이 A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윤영준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A씨는 호주 영주권이 없는 한국 국적 피의자"라며 "범죄인과 피해자들이 모두 한국인인 만큼 A씨를 송환해 국내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엘'이 호주에서 검거되면서 공범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공범 3명을 구속했다. A씨가 제작한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피해자 신상정보를 게재한 피의자 3명도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외에 성착취물을 유포·소지하거나 시청한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고 나머지 공범과 방조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는 총 21명이다.


이미 유포된 성착취물 629건은 삭제·차단 조처하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공범과 방조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하거나 A씨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은 A씨를 국내로 송환한 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찰이 호주에 파견돼 범인 검거에 기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척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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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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