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정기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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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소속 기관 선관위원으로부터 골프·해외여행 경비를 제공받거나 회의 참석 수당을 관련 경비로 사용하는 등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며 정기감사 결과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대상 감사는 2019년 2월 기관운영감사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감사는 선관위의 업무 전반, 예산·회계 분야를 중점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249개 시군구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해당 선관위원들에 배분하지 않고 총무위원 계좌에 일괄 입금했다.


상당수가 별도의 직업을 가진 비상임·명예직인 지역 선관위원은 선거 기간 등에 위원 회의에 참석하면 1인당 6만원씩 수당이 지급되는데, 이를 자체 공통비로 적립해 지역 선관위 직원들이 해외여행 경비 등에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선관위 소속 A씨는 선관위원 및 위원 지인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에 동행하면서 적립된 회의 참석 수당과 갹출한 경비에서 총 149만원을 충당했다. 또 같은 방식으로 선관위원과 2박 3일 제주도 골프 여행에 동행하면서 경비 139만원을 제공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이외에도 베트남 호찌민(148만원) 및 다낭(51만원), 일본 오사카(81만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65만원), 태국 방콕(13만원), 중국(85만원) 등을 적립한 수당 등에서 충당해 선관위원과 동반 여행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 20명이 해외·골프 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그외 89명이 전별금(최소 10만원∼최대 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최소 10만원∼최대 90만원) 등을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 총 128명이 사실상 선관위원이 제공한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동반여행'에 대해 "선관위원이 각종 공직선거 등에 출마하는 경우 사무처의 지도·단속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군구 선관위원(2022년 11월 기준 총 1950명)은 기관마다 9명인데, 이 중 3명이 정당 추천이다보니 향후 출마를 염두에 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선관위원들은 선거에 나갈 것을 대비해 선관위 직원들을 미리 관리하고자 여행 경비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11월 기준 시군구 선관위 직원은 1925명으로 이중 128명(6.6%)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노출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는 지금까지 "선관위원은 선관위 직원의 상급 공직자이므로, 직원은 위원으로부터 금품을 금액 제한 없이 수수할 수 있다"고 해석해왔다. 해당 해석을 선관위 내부망 게시판에 2016년·2018년 두차례 올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구시군 선관위원은 비상임 명예직으로 선거관리 업무 등 공무 수행시 외에는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선관위의 해석을 임의해석이라고 규정했다. 즉 선관위원을 '상급 공직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수수해서는 안 된다"며 "위원회 업무와 관련 없는 해외·골프 여행에 동행하면서 위원들로부터 경비를 제공받는 것은 공무 수행과 관련 없는 사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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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감사보고서. 자료=감사원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금품 수수자 128명에 대해 자체조사 후 청탁금지법에 따라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하는 등 적정 조처를 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선관위원들이 소속 직원에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의 격려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하급 직원에 대한 위로나 격려로 보아 청탁금지법상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수행에 관해 ‘공무수행사인’을 ‘공직자등’으로 보고 있으며, 선관위원은 선관위 주요 업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속 직원들의 상급자에 해당하므로 상급자가 하급 직원에게 격려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중앙선관위는 "다만,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선거평가, 소통 등의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금액적인 측면 등 사회통념상 지나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선거 평가, 소통 등의 목적이 수반됐다 하더라도 금액적인 측면 등 사회 통념상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연수 명목으로 여행 등에 직원이 특혜를 받는 것으로 오해가 되지 않도록 (내부에) 안내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가 2013년부터 비상임위원에게 지급한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위원장에 매월 290만원, 위원 7명에 매월 215만원)도 문제로 지적했다.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들은 일비(회당 10만원) 및 안건검토수당(안건별 10만원)을 이미 받고 있다.


감사원은 "선관위법이 규정한 실비 보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을 위반한 수당을 지급하지 말고 관련 규칙을 개정하라고 2019년 8월에 통보했다"며 "중앙선관위는 예우 차원에서 수당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해당 수당에 관한 감사원 지적이 없는 것으로 예산 요구서를 작성·제출해 예산을 부당하게 편성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2022월 11월까지 그간 비상임 위원 15명에게 총 6억5천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지난해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한 노정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 겸임)도 매월 290만원을 받았던 것이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관련 수당 지급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비상임위원에게 실비보상 외에 월정액 등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2019년 감사원 지적을 받고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1월부터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은 중앙선관위원들에 대한 예우의 필요성, 평상시에도 여론 주도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공명선거추진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내년부터 감사관에 개방형 직위를 도입하고, 공직 기강과 투명한 회계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는 대상이 아니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당시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선관위는 지난해 9월∼11월 실시한 자체감사 결과를 감사원에 보냈다.


선관위는 과거 밝힌 대로 ▲ 확진자 투표수요 예측 부실 ▲ 임시 기표소 투표방식 고수 ▲ 관계기관 협업 미흡 등을 부실관리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감사원은 "자체 감사의 내용이 주요 감사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 감사의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앙선관위가 2019년∼2022년 실시한 총 23회의 경력직 채용 서류 전형에서 응시자들의 경력에 점수를 잘못 부여한 경우도 총 57건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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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선관위 직원들, 수당으로 골프·해외여행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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