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현모 전 KT 대표는 2022년 연임이 무산된 배경에 윤석열 정부의 직접적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공기업이 아닌 민영 통신사의 경영 절차에 정권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치·경제권 모두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구현모 전 대표는 이날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KT 정관에 따라 연임 절차를 밟았다. 기존 프로세스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됐는데, 당시 대통령실에서 엄청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에서 다시 후보로 선정됐지만, 그날 국민연금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이례적으로 반대 보도자료를 냈다”며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이 아는 사람을 통해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왔다”며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개인을 문제 삼은 것으로 느꼈다”고 폭로했다.
구 전 대표의 후임 후보였던 윤경림 전 KT 사장 역시 같은 자리에서 “대표 후보로 선정된 직후 시민단체 고발과 검찰 수사가 잇따랐다”며 “지인들로부터 ‘용산 분위기가 안 좋으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 전 사장은 “정치적 압력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당시 상황을 종합해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KT는 두 차례 CEO 후보가 연달아 낙마하며 ‘권력 외풍’ 논란에 휩싸였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과정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구 전 대표는 “국민연금 서원주 본부장이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외부에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당시 기자 질의에 원론적으로 답변했을 뿐”이라며 개입을 부인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 선임 절차상 정당한 문제제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관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할 이사회 절차에 연기금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위법”이라며 후속 조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관계자 실명까지 거론된 만큼, 향후 국회 추가 증인 채택 또는 감사원 감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현모·윤경림 두 후보가 잇따라 사퇴한 이후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새 CEO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으로, 정권과의 친밀한 관계가 부각되며 ‘용산 코드 인사’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KT 내부에서는 경영 정상화 기대와 함께 “결국 외풍에 굴복한 인사”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이번 국감 폭로로 당시 CEO 교체가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의혹이 다시금 부상하면서, 김영섭 대표 체제의 정당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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