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으로 102억원의 불로소득을 거두고도 양도소득세 부담은 7억6000만원, 세율로 따지면 고작 7%에 그친다. 같은 금액을 근로소득으로 벌었다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3일 경실련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2억원의 근로소득에는 약 12억원, 세율 30% 안팎의 세금이 매겨진다. 부동산 불로소득에는 관대하고, 땀 흘려 번 소득에는 가혹한 과세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수년간 서울 집값은 전반적으로 조정을 겪었지만, 강남 고가 아파트 가격만은 예외였다.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부동산 투자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강남 3구로 수요가 쏠린 결과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 보유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왔지만,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조세 형평을 무너뜨리고 강남 쏠림을 가속화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있다. 1세대 1주택자는 양도차익 12억원까지 비과세를 적용받는 데다, 10년 이상 보유·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추가로 공제받는다. 사실상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막대한 세제 특혜가 돌아가는 구조다.
강남 대표 아파트 단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실거래 사례를 보자. 2015년 25억원에 취득한 주택을 2025년 127억원에 매도했다면 양도차익은 102억원이다.
그러나 1세대 1주택자로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적용받을 경우 실제 세금은 7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세금을 내고도 94억원이 넘는 불로소득이 손에 남는다.
같은 12억5000만원을 투자해 지방 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한 경우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갭투자를 통해 지방 아파트 6채를 보유해 15년간 39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올려도, 세금과 전세금 반환을 제하면 손에 쥐는 금액은 23억원 수준이다. 강남 ‘똘똘한 한 채’가 세제 혜택까지 등에 업고 훨씬 큰 이익을 가져가는 셈이다.
근로소득과의 비교는 더 극명하다. 15년간 42억원의 소득을 근로로 벌려면 매년 2억7000만원가량을 꾸준히 벌어야 하고, 이에 따른 근로소득세만 약 12억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는 2억4000만원, 세 부담률은 7%에 불과하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근로소득보다 훨씬 가볍다는 점에서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보유하던 분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상징적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동시에 상당한 시세차익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세제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대목이다.
해당 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 3억6000만원에 취득해 2026년 29억원에 매도될 경우, 세전 양도차익은 25억원을 넘는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면 세금은 1억원에도 못 미친다.
반면 공제를 배제하면 세 부담은 6억원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실거주 1주택자라 하더라도 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공제가 타당한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12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집중된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전면 재검토 △공시가격·공시지가 산정 과정의 투명화 △각종 감세로 누더기가 된 종합부동산세의 실효성 있는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세제도는 불로소득에 대해 엄격히 과세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을 가진 소수만 보호하는 불평등 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어떻게 손보느냐는 현 정부의 부동산 개혁 의지와 조세 정의 실현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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