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발언으로 한때 파장이 일었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성과를 거두며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특유의 정치 방식뿐 아니라 미국 보수 네트워크, 통일교와의 관계를 다시금 비추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사업을 할 수 없다. 나는 오늘 백악관에서 새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은 즉각 정치권과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재명 정권의 독재적 국정 운영과 언론 장악이 미국의 눈에는 ‘숙청’과 ‘혁명’으로 비친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CNN 국제관계분석가 킴벌리 도지어는 “트럼프 발언은 한국 내 교회 관련 사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 겹친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측근이 통일교와 연루된 뇌물 수수 의혹으로 수사받았고, 이에 따른 압수수색을 트럼프가 ‘보수 탄압’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주변 보수 인사들이 이를 ‘보수 공동체 공격’으로 각색해 전달했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통일교 관련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사법 처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의원 등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특검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긴장은 한층 높아졌다. 한학자 총재를 둘러싼 비리 의혹 역시 여전히 수사와 언론 검증의 대상이다.
논란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물러선 태도로 일단락됐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며 오해를 인정했고, 회담은 무역·안보 협력 강화와 ‘흔들림 없는 동맹’ 확인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통일교와 미국 보수 진영, 그리고 트럼프의 관계를 다시 짚게 한다. 통일교는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 타임스’를 인수해 반공 담론을 확산시키며 워싱턴 보수 네트워크에 자리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21년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 참석해 문선명·한학자 총재를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역사적 맥락은 통일교가 미국 보수 진영의 메시지 전달 통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이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활용했고, 이번 사태 역시 보수층의 기대와 반응을 조율하며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그의 방식을 드러냈다.
향후 전망은 복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빅딜형 현실주의’에 기반한다. 관세, 안보, 투자 패키지 등 이해관계 중심의 거래형 외교가 특징이다. 미국 보수 네트워크와 통일교는 여전히 발언권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가 필요할 때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 보수층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할 때, 한미 보수 진영 간 간극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의 안정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트럼프와 미국 보수, 통일교 간 관계의 현재와 향후 과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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