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이 아들을 밀어내고 측근을 앉힌 인사”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수광 회장은 80세(1944년생)의 원로 경영인으로, 김준기문화재단 감사직을 맡아온 창업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남호 명예회장은 여전히 지주사 DB 지분 16.8%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지만, 창업회장(15.9%)과 누나 김주원 부회장(9.87%)의 지분을 합치면 25%를 넘어선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해임 결의를 시도할 경우, 특별결의 요건(참석 주주의 67% 이상 찬성)을 충족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DB 이사회는 창업회장의 오랜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문덕식 대표이사, 강운식 대표이사, 이재형 이사회 의장, 정인환 사내이사 모두 김 창업회장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회장은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단 한 번도 그룹 지배권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며 “김 명예회장이 홀로 맞서기엔 불리한 구도”라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전략적 투자자(SI) 또는 재무적 투자자(FI)’를 백기사로 끌어오는 방법이다. DB그룹 지분 구조상 유통 가능 지분 약 51% 중 22%를 차지하는 주요 투자자 중에서 우호 세력을 확보한다면, 내년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저지하고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DB그룹은 최근 DB손해보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지배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초에는 한 주도 없던 DB 지분이 8월 중순 0.85%까지 올랐고, 자회사 DB하이텍 역시 8월 19~22일 DB손해보험 주식을 연속 매수해 0.03%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DB손해보험 개인 최대주주인 김남호 명예회장(9.01%)에 대한 창업회장의 영향력 확대 시도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 측은 최근 법무법인 선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단순히 경영에서 물러나는 ‘2선 후퇴’가 아니라, 향후 지배구조 변화를 둘러싼 맞대응 준비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이 독자 노선을 택한다면, 아버지와의 경영권 분쟁은 불가피하다”며 “향후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이 한국콜마 부자(父子) 경영권 분쟁과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변화를 넘어, DB그룹 경영권 승계 구도와 오너 일가 내부 역학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분수령이다.
김준기 창업회장 측은 이사회·지분 장악을 통한 지배력 유지할 것이고 김남호 명예회장 측은 법률 자문과 우호세력 확보로 경영권 방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변수는 내년 3월 주총에서의 김남호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할수 있느냐와 외부 투자자(백기사) 참여 가능성이다.
위메이크뉴스는 향후 DB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분쟁 조짐을 면밀히 추적하며, 향후 전개를 지속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신원근 진학사 대표, 국감 증인 출석…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도마에
신원근 진학사 대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질의를 받게 됐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 대표는 오는 10월 14일에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사진출차=SNS ...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