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산쥔마창에서 작은 길을 따라가면 몽골이 시작되는 고원이 나온다. 이 고원은 필자가 여행 다닌 중국의 경관 가운데 가장 편안했던 곳 가운데 하나다.
산의 등성이를 지나가며 차를 어디에 세워도 아름다운 야생화의 천국이다. 중간 중간에는 여유로운 몽골인들의 가옥이 펼쳐져 있다.
사진가들이 오면 수십 번을 세워 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냥 바삐 길을 재촉했다. 그 길을 2시간쯤 달리면 꿍거얼 초원의 시작지인 커스커텅이 나온다.
제법 규모가 있는 군 정도의 도시다. 그 도시에서 북으로 달리면 오른쪽에는 훈찬타커 사막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꿍거얼 초원이 펼쳐진다.
훈찬타커는 가장 사막화가 빨리 진행되는 곳으로 과거 우리나라에 황사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최근 빈번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곳이다. 듬성듬성 펼쳐지는 모래 등성이 사막화가 결코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오른쪽은 초원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양이나 말떼, 혹은 소떼들. 후허하오터에서 만나던 작은 초원이 아니라 대륙의 평온이 느껴지는 진짜 초원이다.
더욱이 고도가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초원의 다양한 풍경은 일행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것 같다. 가끔씩 양떼에 눈을 돌릴 뿐 그들은 마치 샤먼이나 된 듯 자신을 초원에 던진다.

꿍거얼 초원의 한가운데 바이인아오포(白音敖包)가 있다. 이곳은 파오로 만들어진 숙박 지역으로 뒤에는 세계에서도 드문 고산 삼나무 군락이 있다. 그 뒤로 가면 따싱안링(大興安嶺) 산맥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닥터 노먼 베쑨이 사망했던 곳이다.
파오는 몽골의 전통 주택이다. 이동이 편리하도록 천이나 가죽, 나무로 만들어진다. 칭기즈칸은 이 편리한 주택과 멀리서도 눈에 띄는 아오포(敖包)를 바탕으로 유럽까지 자신의 손 안에 넣었다.
초원의 아침은 역시 청신하다. 일찍 잠에서 깨어 세계에서도 드물게 초원지대에 형성됐다는 삼나무 군락을 살펴본다. 그 군락으로 가는 길에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에서 보이는 것처럼 쓸쓸히 죽어 있는 나무를 만난다. 자신의 뿌리에 있는 흙마저도 몰아가버린 바람의 비정 때문에 나무는 말라 죽었다.
사실 우리들은 지금 소비라는 바람을 통해 지구의 뿌리마저 위협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소비의 바람은 우리는 물론이고 이제 중국을 광풍처럼 휩쓸고 있다.
꿍거얼에서 씨린하오터(錫林好特)로 가는 길목에 있는 타리후가 있다. 드넓은 초원, 또 1200m의 고도에 만들어진 호수의 모습은 잿빛이다.

영(靈)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번쯤 들렀다 가고픈 곳 같다. 드물게 새들이 날아 멀리서 온 객을 맞아준다. 새들의 낙원(百鳥樂園)은 40㎡의 드넓은 호수에 백조를 비롯해 홍학, 회학, 큰 기러기 등이 노니는 곳이고, 그 신령함 때문에 매년 4월 18일에는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네이멍구 4대 호수가운데 하나이자, 지앙시 포양후, 바인부르커후와 더불어 중국 3대 백조 호수로 꼽힌다. 호수 입구에는 휴양촌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을 통해 주변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몽골족은 유목 민족이다. 유랑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고대의 몽골족은 집을 짓고 허무는 것을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이동할 수 있는 집을 발명했는데, 이를 ‘멍구파오’라고 한다. ‘파오’(包)는 만족어에서 온 것이고, ‘집’이라는 뜻이다.
나따무는 몽골어로 ‘오락’ 혹은 ‘유희’라는 뜻이다. 이것은 몽골족들의 성대한 전통 명절인데, 일반적으로 7∼8월 사이에 진행된다. 그날은 유목민이 전통 의상을 입고 말 혹은 차를 타고 사면팔방에서 모여든다.
씨름은 유목민이 가장 즐기는 체육 항목 중의 하나이다. 몽골식의 씨름은 연령과 체중을 가리지 않는다. 시합이 시작되면 씨름 선수들은 웅장한 도전 음악 소리 속에서 씩씩하게 나선다. 선수가 등장해서 서로 싸우다가 무릎이 땅에 닿은 사람이 패한 것이다.
활쏘기도 몽골족이 즐기는 체육 항목 중의 하나이다. 찡써(靜射)와 치써(騎射) 두 가지로 나누는데, 찡써는 땅에서 쏘는 것이고 치써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쏘는 것이다.
마토우진(馬頭琴)은 몽골족의 수많은 악기 중 가장 민족 특색이 풍부한 악기로, 말의 머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마토우진’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마토우진의 선율은 은은하고 음색은 넓고 아름다워 초원의 은은함과 어우러짐이 있다.
글 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BEST 뉴스
-
[이상헌의 성공창업] 민생지원금, '단비인가 ·독배인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지원금’이 다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 침체 속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적 경기 부양과 함께 재정 건전성, 물가 안정, 정책 효율성 등 여러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 -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경실련 “권한 쪼개기 우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 전담 공소청과 수사 전담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 제도를 법제화했다. ... -
[신박한 컨설팅] 실패도 성장의 발판, 함께 만들어가는 ‘포용적 문화’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은 수많은 도전과 위기를 겪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상당수의 소상공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 경험’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이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와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도전 정신이 위축되고, 재도전의 기회 또한... -
[신박사의 신박한 칼럼] 소상공인 재기의 불씨, ‘희망리턴재기지원사업’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여러 위기와 변화 속에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영업 제한과 소비심리 위축은 모든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경기하락에 따라 지역경제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반지하 없애겠다던 오세훈 공약은 어디로… 2년간 이주율 2.3% 그쳐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침수 참사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2년간 실제 이주 실적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입임대 공급률은 0.3%에 그치며 정책 효과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22년 8월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 -
[이상헌의 성공창업백서] 부동산과 창업, ‘공간경제’의 핵심 연결고리가 정답
창업은 흔히 ‘아이템’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간’에서 완성된다.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이다. 상권 입지, 임대료, 유동인구, 공간 활용 구조 등 부동산 요소가 창업의 생존률을 좌우한다. 그만큼 부동산은 창업의 무대이자 진입장벽이며, 더 나아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