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한국산 ‘알파고’로 불린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에 승리했다.
이세돌은 18일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한돌과의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국은 객관적인 기력 차이로 이세돌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했다.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한돌은 초반 차분하게 공세를 펼쳤으나 이세돌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비록 2점을 깔고 뒀지만 인간이 AI에 이긴 것은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에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한돌의 착수는 한돌 개발사인 NHN의 서비스 IB 운영파트 이화섭 대리가 모니터를 보면서 한돌이 원하는 자리에 바둑돌을 놓았다. 그러나 한돌은 중반 전투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승부가 단명국으로 끝났다. 애초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다소 허망하게 당한 패배였다.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장문’을 파악하지 못하는 큰 착각을 일으키면서 흑돌을 공격하던 백돌의 요석 3점이 오히려 죽여 버렸다. 순식간에 승률이 곤두박질친 한돌은 몇수를 더 두다가 항복하고 말았다.
이창율 NHN 게임AI 개발팀장은 국후소감에서 “솔직히 말해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황”이라며 “이세돌 9단이 둔 78수를 한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알파고와의 4국에서도 78수로 이긴 것으로 기억하는 데 솔직히 소름이 돋는다”고 놀랐다.
일각에서는 이세돌의 78수를 예상치 못한 한돌이 버그(오류)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다.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돌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 걸쳐 신진서·박정환·김지석·이동훈·신민준 등 국내 대표 프로바둑기사들과 릴레이 바둑을 펼쳐 모두 이겼다. 당시에는 프로기사들이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바둑’을 두듯 한돌과 대결했다.
1국에 승리한 이세돌은 19일과 21일 두차례 더 대국을 한다. 2국에서는 치수를 조절해 서로 동등(호선)하게 대결을 하게 된다.
이세돌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프로라면 당연하게 둬야 할 한수를 착각했다. 의외였다”면서 “대국을 앞두고 AI와 대국을 두며 연구했다. (수비형 바둑을 둔 것은) 조금이라도 승률이 높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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