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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9.13 22: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에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숨진 사례 중 40%는 의료관련 감염 희생자였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항생제 효과가 전혀 없는 ‘슈퍼 박테리아’(슈퍼버그,super bug)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미국에서만 3만명에 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병원 내 약 내성 감염이 팬데믹 기간 중 급증'(Drug-Resistant Infections in Hospitals Soared During the Pandemic, CDC Says)"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생제 내성, 이른바 ‘슈퍼버그’로 인한 사망자가 3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약 15% 늘어난 사망자 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사망자의 40%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였는데 이들은 의료시설 내 감염으로 인해 숨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류는 지금껏 흑사병·인플루엔자(독감) 등과 싸워오면서 현재와 같은 의료 시설 체계와 약을 개발했지만 일부 약은 오히려 인류에게 독(毒)이 됐다"고 평가했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의 세균이 사멸되지만 이 중 일부는 변이를 일으켜 해당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항생제가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지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19의 치료법과 대처법을 잘 몰랐던 유행 초기엔 미국에선 수많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로 인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수가 급증했다.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나면서 항생제의 약효가 없어지거나 떨어지면서 미국 내에서 많은 환자가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0년 3월∼10월 신규 확진자의 약 80%가 항생제를 처방을 받았다. 항생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와 같이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치료를 위한 처방 중 3분의 1이 잘못된 처방이었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이 밝혀졌다. 미국 연방 정부는 항생제의 일종인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고 주변 의료인력 등에 쉽게 전파되는 아시네토박터 세균과 요양원 등 장기 건강관리 시설 등에 자주 나타나는 치명적 곰팡이인 칸디다 진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각각 78%ㆍ60%로 오른 것을 확인했다.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매년 사망하는 사람은 70만 명 이상이다.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없으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가 2050년엔 천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 사례를 미루어 볼때 국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건수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내성률’이 외국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지난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3번째로 많았다. 하루 1000명당 26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국민의 2.61%가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내성균을 잡는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바이신’의 국내 종합병원 내성률은 지난 2018년 34%에서 2019년 40.9%로 증가했다. 같은 용도의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도 지난 2018년 1만1954건에서 2020년 1만8904건으로 60% 가량 늘었다.
항생제 처방 비율이 높은 만큼 오남용 비율도 비례한다. 2019년 항생제 사용실태와 처방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26.1%가 부적절한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국내 항생제 내성률이 2007년 26%에서 2019년 40.9%까지 올랐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 국내에서 4000여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관계자는 "항생제 내성균 발생을 낮추려면 의사 등 의료진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정 기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환자 측에서도 페니실린 계열의 1세대 항생제를 거부하고 무조건 가격이 비싼 세파 계열의 항생제를 요구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근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처방하는 항생제도 의사와 환자 간에 전화통화만으로 진료를 하다보니 굳이 필요없는 강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문진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내성율을 낮추려는 의료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국내 높은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율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항생제 사용량을 지금보다 20% 가량 줄여나가면서 내성율을 낮추는 목표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