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놨다가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도 대한항공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 입장을 내놨다.
대한항공의 일방적 마일리지 개편안으로 혜택이 축소됐다며 소비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아울러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 장관은 지난 19일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원 장관은 지난 19일 "대항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 생존을 이어왔다"며 "폭발적 항공 수요가 왔을 때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마일리지는 경쟁 체제 속 고객 확보를 위해 스스로 약속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유럽연합(EU) 공정경쟁 당국에서 독점으로 인한 고객 피해, 항공 시장에서의 질서 교란, 독과점 폐해에 대해 걱정하는 마당에 고객들에게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진심이고 고객에 대한 감사는 말뿐이라는 불만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마일리지 공제율을 조정하는 스카이패스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기준을 세분화한다.
새 마일리지 제도의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꿀 계획이며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공제율이 커지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마일리지를 덜 써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대항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이) 국민들에게 유리하다고 가르치는 자세로 나온다면 자세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론도 악화하자 대한항공이 추가 혜택 방안을 내놓거나 마일리지 개편안 시행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가량 늘리고, 올해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가량을 운항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확대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사기업인 대한항공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여할 수 없지만 항공 산업 주무 부처로서 국민을 대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국적항공사로서 국민의 은혜를 입은 항공사가 보상할 타이밍이 됐다는 메시지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나섰다.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시행 전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일방적 마일리지 정책 변경이 금융·통신업계의 '과점체제의 폐해'와 유사하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유일한 국내 대형항공사(FSC)가 되는 만큼 정부가 사전에 독점 폐해를 방지하겠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 정부가 사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이 장거리 노선의 공제율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대다수의 단거리 승객이 받는 혜택이 외면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중 국내선 이용 고객의 비중이 50%에 가깝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 중·단거리 고객까지 포함하면 7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보유 고객은 전체 회원의 4%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 공제율이 올라가고 단거리 노선 공제율이 내려가면 대다수의 회원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논리다.
대한항공은 또 외항사와 비교해 개편 이후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마일리지 공제 기준 8구간에 해당하는 인천~LA 노선의 경우 개편 이후 왕복 항공권 구매에 8만마일이 필요하다. 동일한 8구간인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은 13만~15만, 유나이티드항공의 인천~샌프란시스코는 13만7천~16만, 에어프랑스의 인천~파리는 14만~30만마일이 필요하다.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률을 유지하거나 상향한 반면 일반석의 경우 13개 예약 등급 중 7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췄다. 하지만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적립률 100%에 해당하는 예약클래스를 1~4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립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2년,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의 부분적 인상은 20년만에 이뤄진 조치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현재 단거리 노선 마일리지 사용 비중이 높은 것은 그만큼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재인 저비용항공사(LCC)가 있는 단거리 노선보다는 선택권이 적은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혜택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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