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전격적으로 백지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과 관련이 있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노선 변경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작용했을 거라는 의심이다.
의혹의 핵심은 2년 전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통과한 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이 왜 갑자기 지난 5월에 바뀌었냐는 것이다. 변경된 종점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을 포함해 모친 최은순 씨 일가의 땅이 확인됐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토교통부가 6년 전부터 추진하던 사업이다. 당초 경기 양평군은 2008년부터 이 도로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미뤄졌다.
이후 2017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16∼2020년 추진)에 처음 반영됐다. 이 고속도로가 개통될 경우 서울에서 양평까지 1시간 30분∼2시간 남짓 걸리던 차량 이동시간이 15분대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4월 양평고속도로는 경제성과 정책성 등 종합평가(AHP) 결과 0.508을 받아 예타를 통과했다.
잠정 확정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였다. 총사업비 예산은 1조7695억원 규모로 2025년 착공, 2031년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사업 타당성조사에 착수, 지난해 7월부터 양평군, 하남시 등 관계기관과 구체적인 노선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 등을 고려해 예타를 통과한 노선 외 대안 노선이 새로 제시됐다.
새로운 대안은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옮기고, 나들목을 1개 추가 설치하는 한편 도로 길이도 2㎞ 늘려 총 29㎞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사업비는 1조8661억원으로 예타 통과 노선보다 1천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대안이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새로 변경된 종점인 강상면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데, 국토부가 이들에게 특혜를 주고자 노선 변경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은 대안 노선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국정조사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도 종점 변경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국토부가 양평군에 먼저 대안 노선을 제안한 게 아니라고 했다. 양평군이 먼저 국토부에 3가지 노선을 제시했으며 그 중 하나가 대안과 거의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노선도 확정된 것이 아닌데 마치 확정된 것처럼 주장한 것도 반박했다. 국토부는 예타안과 대안을 놓고 비교해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예타안보다 사업비가 약 1천억원 가량 증가하는 대안 노선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대안 노선으로 건설 시 이용 교통량이 하루 약 6천대(40%) 증가해 교통 여건도 개선할 수 있다"며 "대안이 두물머리 인근 도로의 교통량을 하루 2100대 이상 더 많이 흡수해 교통정체 해소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건희 여사 일가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대안 노선 종점은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능해 주변 지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고속도로 인접 지역은 나들목(IC) 주변이 아니면 소음, 매연 등으로 비선호되는 지역"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특혜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같은 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원희룡 장관은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정치 생명과 장관직을 걸겠다며 강하게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결정에 대해 "국민의 삶은 도박 대상이 아니다"라며 맹비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일국의 장관이 감정통제를 못 하고 국책사업에 감정적 대응하는 건 결코 옳지 않다"며 "화가 난다고 수조 원짜리, 수년간 논의해 결정한 국책사업을 안 한다니 어린아이도 아니고…"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논란 속에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에 양평군민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양평군의 숙원사업이던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에 대해 정치권 논란으로 정부가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도 백지화 결정을 철회해 달라며 기자회견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백지화 결정이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사사건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정략적으로 나온데 대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백지화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생을 볼모로 표를 얻겠다는 전략만으로 선동과 공세만을 앞세운다고 비판하며 의혹 제기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강공을 펼치자 더불어민주당도 맞불을 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백지화 결정에 대해 원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마치 어린애들 생 떼쓰듯 '나 싫어' 이런 태도가 말이 되냐"며 "장독대 청소를 맡겨놨는데, 장독이 이상해 '혹시 훔친 것 아닌가' 의심하니 장독을 다 부순 것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이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라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땅에는 KTX 노선이 축구의 '바나나킥'처럼 휘더니, 양평 김 여사 일가 땅은 야구의 '슬라이더 볼'처럼 궤적을 그리며 휘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찬대 최고위원도 "'김건희 로드'야말로 전형적인 이권 카르텔로, 이를 덮으려고 사업을 백지화한다는 것 아니냐. 적반하장에 꼬리 자르기 시도"라며 "분명한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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