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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전기차, 어떻게 세계 1위 가능했나
- [선전(중국) =류근원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전기차 회사가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이하 BYD)는 지난 2023년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질렀고 올해 3분기에는 매출액에서도 2011억 위안(약 38조 9000억 원)으로 매출 252억 달러(약 35조 원)를 기록한 테슬라를 넘어섰다. 올해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143위를 기록한 BYD 본사 전경 사진=BYD코리아 제공 올해 BYD는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143위를 기록했는데 2022년 436위, 2023년 212위에 이어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최근 3년 BYD 순위 변동을 보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음이 간파된다. 전기차 라인업만 가지고 있는 테슬라가 캐즘 현상으로 주춤한 사이에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을 고루 갖춘 덕에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중국의 BYD가 세계 1위 친환경차 제조 기업으로 성장한 건 부정하기 어렵다. BYD 본사에 전시되고 있는 BYD 콘셉트 카 사진=BYD코리아 제공 BYD는 1995년 배터리 회사로 출발했다. 전 세계 휴대폰 3대중 한대에 BYD의 배터리가 탑재될 정도로 성장했으며 2003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2024년 1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17.5%를 점유하는 공룡기업으로 진화했다. 이런 BYD가 마침내 2025년 1월 국내에 전기차 출시를 선언했다. '그래봐야 중국 차' '중국차를 누가 사겠어'라는 국내 소비자의 선입견 속에서도 이미 1000여 대의 BYD 전기버스가 전국 각지를 누비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기자단은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와 주요 차량 시승 및 충칭의 배터리 공장을 둘러보는 취재 기회를 얻어 지난 18~22일 방문했다. BYD 전기차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BYD가 어떻게 세계 1위에 올랐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 BYD 경쟁력 하나…풍부한 자원과 값싼 인건비 BYD 본사와 인근 공장을 방문해 기자들이 한결같이 느낀 감정은 '공포감' 그 자체였다. BYD에는 90만 명의 종업원이 있는데 그중 연구 직원만 9만 1000여 명이라고 한다. 6월 기준 현대차 전체 종업원이 7만 2188명이니 순간 '인해전술'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공장은 24시간 풀가동으로 불 꺼질 시간이 없다. 하루에 1260대, 쉽게 계산하면 58초에 한대의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작업자들은 대부분 30대 전후로 고위직 임원 외에는 40대 이상 연령의 직원을 찾기조차 힘들었다. BYD 본사 1~2층 전시관은 그들의 히스토리와 자체 생산 기술력 소개, 기술 개발에 공헌한 연구 인력의 사진, 자체 보유 특허증, 배터리 폭발 비교 실험실 등이 구비되어 있다. 특히 자사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실험실은 자극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BYD 본사 전시관에서 배터리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송곳 투과시 NCM 배터리는 폭파후 화염에 휩싸인 반면 블레이드 배터리는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사진=BYD코리아 제공 유리창으로 들여다 보이는 내부 공간. 왼쪽에는 블레이드 배터리 오른쪽에는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로 많이 사용하는 NCM(LNCMO) 배터리가 나란히 실험대 위에 장착되어 있었다. 이 상태에서 자신들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블레이드 배터리와 NCM 배터리를 송곳으로 뚫어 각각 폭발하는 장면을 시연한다는 것. 먼저 NCM 배터리를 뚫으니 강한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나왔고 화재가 발생했다. 반명 블레이드 배터리는 송곳이 관통했으나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과격한 시연을 본사 전시관에서 버젓하게 하는 것은 BYD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 배터리 자체 생산 기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BYD 블레이드 배터리 사진=BYD코리아 제공 전기차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자동차의 유리와 타이어 빼고는 다 만든다'는 BYD는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있을 때도 자체 생산 반도체로 커버했다고 하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BYD는 배터리, 모터, 전자 제어장치 등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해 배터리 및 기타 부품 생산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자체 생산 가능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 타사의 어떤 브랜드의 차량보다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코로나19 당시 BYD 공장은 3일만에 라인을 바꿔 마스크 1억개를 생산할 만큼 탄력적으로 운영할수 있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 BYD 경쟁력 둘…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중국은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기업들에 보조금을 직접 줘서 기본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했고 이로 인해 저렴한 전기차도 팔 수 있었다. 이런 방식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이를 불공정 생산으로 규정하고 고강도의 관세를 매겼다. 이로 인해 중국 지방 정부는 전기차 생산 업체에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해 전면 폐지했지만, 정부 차원의 소비자 구매 보조금이 이를 대체하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의 이른바 '이구환신' 프로젝트 지원을 통한 친환경차 보조금 기준이 기존 1만 위안(약 191만 원)에서 2만 위안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인포그래픽=BYD코리아 제공 한편에서 중국 특유의 자동차 구매 제한 제도가 전기차 수요를 늘렸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중국에서는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도시에서 자동차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는데 전기차의 녹색 번호판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한 언론에 따르면 BYD 본사가 위치한 선전의 경우 2021년 4월 기준 번호판 가격이 개인 차량의 경우 6만 위안(약 1000만 원), 회사 차량의 경우 8만 위안(약 14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에 대해서는 번호판 발급 제한에 예외를 둔 것은 중국 당국이 BYD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진배없는 것으로 번호판 가격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 '내연기관 자동차를 서양이 주도했다면 전기차는 동양이 주도할 것' 20일 BYD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 기자 간담회에서 류쉐량(LIU XUELIANG, 劉学亮)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어떤 분들은 중국은 보조금이 있기에 친환경 자동차가 잘 팔리는 것이라고 한다. 7년 전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친환경차 시장은 다르다. 경쟁 속에서 선택을 통해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BYD 브랜드 한국 출범의 제1 목표는 BYD의 친환경차를 한국 소비자들께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 있는 친환경차 기업들과 손잡고 녹색경제 발전에 공동으로 노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BYD가 승용차를 한국에 가져가려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사진=BYD코리아 제공 BYD 코리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서양이 주도한 반면 전기차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이 주도하는 모양새"라면서 "향후 한국의 현대기아차, 일본의 토요타, 중국의 BYD가 협업을 통해 전기차 발전을 함께 도모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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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전기차, 어떻게 세계 1위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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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벤츠 전기차 충돌테스트 현장 '잘 부서져야 안전한 차'
- 지난 8월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는 두가지 측면에서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째는 '벤츠는 안전하다'고 믿던 우리나라 운전자에게 충격을 줬고 '전기차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물론 한국인의 무한한 벤츠 사랑에 거만했던 벤츠도 당황한 건 마찬가지. 급기야 벤츠의 안전성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한국 기자단 30명을 독일 현지로 초대하는 역대급 행사를 준비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헤델핑겐 소재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EQE·EQS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가 운반 로봇에 의해 다음 공정으로 이동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벤츠는 한국 취재진에게 배터리 생산공장과 차량 안전 기술센터(TFS)에서 충돌테스트까지 공개했다. 보안 특성상 좀처럼 공개하지 않았던 장소다. 그들은 그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헤델핑겐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배터리 셀의 조립 공장. 헤델핑겐 공장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운터튀르크하임 부지의 일부로, 메르세데스-벤츠 EQS 및 EQE 모델의 배터리 시스템 생산되고 있다. 이 공장은 약 16,500㎡의 생산 및 물류 구역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인더스트리 4.0 기술을 포함한 최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헤델핑겐 공장 내 배터리 생산설비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헤델핑겐 공장은 기존 변속기 생산 라인과 배터리 생산을 매끄럽게 통합해,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배터리 생산 네트워크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이 공장은 2021년 3월부터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벤츠는 헤델핑겐 외에도, 카멘즈, 브륄 등 독일 내 지역을 비롯해 폴란드 야보르, 미국 투스칼루사, 중국 베이징, 태국 방콕 등 세계 각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순수 전기차 EQE와 EQS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전담 생산한다.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EQE와 EQS 내부의 배터리도 여기서 생산 중이다. 공장에 내부에 들어서기 전 30명의 국내 취재진은 2개조로 나뉘어 안전화와 안전조끼를 지급받고 주의 사항을 들었다. 공장내 안내된 동선을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것과 휴대폰 등으로 개인적인 촬영은 금지라는 설명이었다. 12개의 셀 모듈과 전력 전자 장치가 통합된 EE-컴파트먼트가 조립되는 과정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약 300미터 길이의 생산 라인은 거의 대부분 자동화 공정으로 이뤄진다. 수작업 공정은 수년간 경험을 쌓은 배테랑들이 투입된다고 한다. 70개가 넘는 생산 스테이션을 거쳐 복잡한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이 제작된다. EQS 배터리 시스템은 12개의 셀 모듈과 전력 전자 장치가 통합된 EE-컴파트먼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공장에서는 모든 부품과 배터리 모듈이 자동화된 무인 트럭(AGV)에 의해 운반되고, 200여 대의 카메라가 공장 전역에 설치되어 배터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카메라로 촬영된 데이터는 디지털 문서에 기록되어 배터리 생산의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금속 상자 형태의 하우징에 배터리 셀을 설치하는 공정에서 진공청소기를 장착한 로봇이 실시간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며, 세 단계에 걸쳐 네 개의 셀 모듈을 조합한다. 네 개의 셀 모듈을 한 번에 조합하는 것은 분당 생산량을 고려하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 존재했다. 회로 조립과 검사 과정은 사람이 담당하고 있었으며, 개스킷을 장착하는 큐브에서는 작업자가 직접 배터리 하우징에 부품을 수작업으로 삽입했다. 배터리 시스템은 거의 자동화로 이뤄져 있지만 회로 조립과 검사 과정은 숙련된 기술자가 투입된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이 과정에서 20여 대의 카메라가 조립 과정을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그 결과를 디지털 문서에 기록되어 저장된다. 현지 공장 관계자는 한국에서 불이난 배터리 정보도 아마 이곳에서 기록되어 본사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부 하우징에 셀을 장착하고 상부 하우징으로 덮는 결합 공정에서는, 로봇이 배터리의 방수성 및 리튬이온 용액의 누출 여부를 검사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하우징 내부에 헬륨 가스를 주입하고, 얇은 막대기가 달린 로봇이 방수 및 누출 여부를 측정한다. 벤츠 관계자는 "헬륨 기체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배터리 성능 검사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헬륨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비싼 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 덕분에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의 불량률은 1% 미만으로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혹여 누수가 발견되면 해당 공정은 즉시 중단되며, 수동으로 오류를 수정한 후에 공정이 재개된다. 엄격한 최종 검사를 통과한 배터리는 제품별로 일련번호가 부여된 후, EQE 배터리는 북부 브레멘의 승용차 공장으로, EQS 배터리는 진델핑겐의 팩토리 56으로 보내져 완성차 조립에 사용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관계자는 "배터리 시스템의 조립은 매우 정밀한 작업으로, 헤델핑겐 공장은 최소한의 불량률을 유지하며 세심하게 생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벤츠만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벤츠 팸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코스는 당연히 충돌테스트 현장 관람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차량 안전 기술센터(TFS)에서 한국 출시를 앞둔 2025년형 EQS 전기 세단의 정면충돌 테스트를 한국 취재진에 처음 공개했다. 충돌테스트를 앞두고 직원들이 테스트 차량에 센서를 부착한뒤 이를 점검하고 있고 2층에선 국내 취재진이 이를 관전하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현장은 철처한 보안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가동을 시작한 이 센터는 벤츠가 자사 신차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 약 3대, 1년에 900대씩을 충돌 테스트에 투입하는 곳이다.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차량은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 상에서 15,000 회의 사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약 150 회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충돌 테스트 팀은 60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고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차량 안전 기술 센터(TFS)에서는 안전이 1/100 초, 1/1000 초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날 테스트는 EQS 차량니 출발 지점으로부터 약 70m를 달려와 콘크리트와 금속으로된 장애물과 정면으로 충돌할때 발생하는 상황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수십대의 카메라와 조명장치들이 상하좌우에서 충돌 장면을 촬영하고 차량이 어떻게 파손되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자동차가 로프에 걸려 64㎞로 장애물과 부딛쳤다. 엄청난 굉음과 함꺼 먼지가 피어올랐다. 파손된 차량에 가까이 가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외관은 처참했다. 본네트 부위는 전파되다시피했고 각종 용액이 누출되어 바닥으로 흘렀다.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부서졌는데 벤츠 관계자는 되레 만족해 했다. 그들이 흡족해하는 이유는 앞부분이 제대로 파손되면서 충격을 흡수했고 에어백이 터진 운전석쪽에는 어떤 손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바디를 무조건 튼튼하게 만들어서 파손이 안되는 강한 차량을 만드는 게 아니라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잘부서지는 차량을 만들어 운전자를 보호 하는 것은 많은 고급차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다. 테스트 안내를 담당한 율리아 힌너스 벤츠 충돌 안전 엔지니어는 "운전자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상황을 감안해 충돌 속도를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덕분에 운전석에 앉힌 성인 크기의 더미와 운전석 바로 뒤에 앉은 어린이 형태의 더미도 멀쩡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휠과 커튼 에어백이, 2열에는 커튼 에어백이 펼쳐지면서 유리창 등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는 2차 충격을 막아 줬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넓게 펼쳐진 하이퍼 디스플레이도 금 간 곳 하나 없었다. 힌너스 엔지니어는 "충돌 직후에는 자동으로 손잡이 잠금이 해제돼 탑승자가 빨리 차 밖으로 나오거나 구조대원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인 만큼 사고 시 탑승자의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다. 충돌 테스트 직후 촬영된 차체. 본네트 부위는 전파되었지만 운전석과 뒷부분은 부서지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충돌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이 멈추는 지점의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차체 하부에 있는 배터리 손상 여부를 정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벤츠는 EQS를 비롯한 전기차에 사고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구조적 설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충돌 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설계된 승객 탑승 공간 바로 아래에 배터리를 배치했고, 차체 바닥에는 고강도 강철로 이뤄진 보호막을 탑재했다. 어떤 방향에서 충격을 받더라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국 취재진이 부서진 차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벤츠는 신차에 대해 1만5천여번의 시뮬레이션과 최소 150번의 충돌을 거치는데, 지금까지 이 과정에서 배터리 화재나 폭발, 감전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벤츠가 지난해 10월 진델핑겐 차량 안전 기술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한 전기차 대 전기차 정면충돌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는 손상되지 않았다. 새로운 차량 안전 기술 센터(TFS)의 시설은 그 이상의 기능을 제공한다. 차량을 어떤 각도로든 충돌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자동 운전 중에 발생하는 충돌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다양한 겹침 각도의 충돌이나 두 대의 차량이 이동 중인 상태에서의 측면 충돌 테스트도 가능하다. 모든 기능을 탑재하고 완성된 차량을 테스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고 많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개별 부품을 슬레드 테스트로 시험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도움이 된다. 이 경우 실제 충돌은 발생하지 않으며, 슬레드가 갑자기 제동된다. 결론적으로,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형태의 사고를 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충돌 테스트 현장이었지만 의문과 아쉬움은 남았다. 과속방지턱 없는 독일서 과연 과속방지턱 테스트를 그들이 고민했을까. 벤츠 측은 이에 대해 다양한 오프로드 테스트를 통해 하체에 대한 충격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오프로드 코스에서의 충격 테스트와 과속방지턱 충격은 전혀 다른 요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EQE 전기차에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차량 밑면의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팩 내부 셀이 손상돼 발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최종적인 수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벤츠는 과속방지턱이 많은 한국이나 멕시코 같은 나라의 특수한 도로상황에 대해서도 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벤츠 운전자들을 감안해 벤츠 측은 향후 국내 도로 사정에 맞는 다양한 조건의 과속방지턱 테스트 진행해주고 또한 그 결과를 적극 공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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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벤츠 전기차 충돌테스트 현장 '잘 부서져야 안전한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