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확인된 사형 집행 건수가 1,518건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4년 전 세계 사형 집행 대다수는 중동이 차지했으며, 이는 중국, 북한, 베트남 등 사형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들에서 비공식적으로 집행된 사형 수천 건은 제외된 수치이다. 팔레스타인점령지역과 시리아에서도 지속적인 위기 상황으로 인해 관련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사형 집행국 수는 15개국으로 2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사형은 오늘날 세계에서 용납될 수 없는 잔혹한 관행이다. 하지만 2024년에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15개국에 불과해 2년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세계가 이토록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형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2024년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국가들은 중국(수천 명), 이란(972명 이상), 사우디아라비아(345명 이상), 이라크(63명 이상), 예멘(38명 이상) 순이었다.
한국의 사형제 폐지 움직임
한국에서는 사형제 존폐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한 한 해였다. 강력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사형제 폐지를 향한 움직임들이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지난 11월 29일, 야당 국회의원 65명 주도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1999년부터 매 국회마다 발의되어 도합 열 번째로 발의된 이번 사형제 폐지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정부를 향한 사형제 폐지 압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국내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논의가 재점화된 것에 대해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은 “전 세계 국가 중 4분의 3에 가까운 국가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했다”며, “사형 집행 국가는 시간이 갈수록 계속 줄어들고 있기에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형제 대안으로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서는 “사형제의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형벌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7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의 사형제 무기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많은 지도자들이 사형제가 공공 안전을 개선한다는 거짓 명분을 내세우거나 대중들에게 공포를 심기 위해 이 제도를 무기화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사형 집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25명이 사형에 처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초반부터 “폭력적인 강간범, 살인자, 괴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수단”으로 사형제를 반복해서 언급함으로써 사형제가 특별한 범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에서는 인권 옹호자, 반체제 인사, 시위자, 정치적 반대자, 소수 민족을 억압하기 위해 사형제가 사용되었다. 중동에서는 무려 1,442건의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이는 2023년에 비해 34% 증가한 수치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권력에 도전한 이들은 가장 잔인한 형벌에 처해졌다. 사형제는 용기있게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콩고민주공화국은 사형 집행 재개 계획을 발표했고, 부르키나파소 군정당국은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불법적인 사형 집행 증가
2024년 집행된 사형 건수의 42%(637건)가 마약 관련 범죄로 인한 것이었다. 이는 국제 인권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불법으로 간주된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그리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에서도 마약 관련 사형 집행이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불균형적으로 큰 반면, 마약 밀매를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형제 폐지를 향한 전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계속되었다. 현재 사형제 완전 폐지국은 113개국이며, 법적 폐지국과 실질적 폐지국을 합하면 145개국에 달한다.
사형 집행국은 15개국으로 국제앰네스티 집계 이래 2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고, 사상 처음으로 전체 유엔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사형 집행 유예에 관한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전 세계는 캠페인의 위력을 다시금 목격했다. 일본에서 사형수로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하카마다 이와오(Hakamada Iwao)는 2024년 9월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3월, 재판 절차의 중대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흑인 록키 마이어스(Rocky Myers)는 전직 배심원, 지역 활동가 및 국제 사회의 압박에 힘입어 사면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연방법원과 항소법원은 1,000명 이상의 사형 선고를 감형했으며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은 사형 집행 유예를 유지했다. 유럽의 유일한 사형 집행 국가인 벨라루스에서는 1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곧 사면됐다.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짐바브웨가 사형제를 폐지했고, 잠비아는 사형제 폐지를 향한 법적 절차를 마련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캠페인은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낸다. 소수의 지도자들이 사형제를 무기화하여 악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류는 변하고 있다. 사형장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로부터 이 세계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강조했다.
BEST 뉴스
-
DB그룹 경영권 향방 중대 고비…김남호 명예회장, 법률 자문 검토
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제공/연합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 -
“출산 후 수혈 못 해 아내를 잃었다”…영주 A 병원 예고된 인재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의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서 출산 직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지만, 정작 응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혈액조차 확보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박주민 “오세훈, 비(非)강남 버렸다”…경전철 공약 ‘빈 껍데기’ 전락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해 온 강북·동북권 경전철 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균형발전 공약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과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21일 열린 ‘오세훈 시정 3... -
인천공항 제4활주로서 화물차 사고 사망…공항 안전관리 또 도마 위에
26일 오전 6시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인근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공항 외곽 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연합뉴스]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 -
“유기견 보호소를 ‘실험동물 창고’로…휴벳 사태 전모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휴벳과 이 회사가 운영·연계한 동물병원 및 보호소들이 연달아 동물 학대·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정읍 보호소 유기견 안락사 후 카데바(해부 실습용 사체) 사용, 군산 보호센터의 실험 비글 위탁 관리, 돼지 사체 급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 기업과 그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