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21(목)
 

미국의 어느 납세자가 IRS(미국 국세청) 세무조사관과 유쾌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존스턴씨!!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신은 시민으로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으며, 우리는 당신이 웃음으로 세금을 납부(pay taxes with a smile)할 것이라고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존스턴은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예, 조사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조사관님이 나에게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pay taxes with cash)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웃음으로 세금을 납부하라니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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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위의 대화는 납세자가 웃음으로 세금을 대신할 수 있다고 잠시 착각에 빠진 조크였습니다.


역시 말이 안 되겠지만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웃음을 참느라 고통스러운 날들이 될 겁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집안에 사물인터넷과 연결된 감각 센서들 그리고 카메라들이 작동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사람들이 하루에 얼마만큼이나 웃는지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됐다는 중국의 개개인 얼굴인식 시스템 이라면 그런 것 쯤은 더더욱 잘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인타임'(In time)에서는 사람들은 팔뚝에 개개인의 재력 즉, 수명이 표시됩니다.  어떤 이는 앞으로 남은 수명이 단 하루, 또 어떤 이는 남은 수명이 이백년이나 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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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타임' 스틸컷

 

남의 수명을 뺏기도하고 유산으로 물려 받기도 합니다. 가난한 자들은 수명이 다하면 길을 걷다가도 사망을 하며, 부자들은 늙지도 않으며 오래 사는 세상입니다. 


그 재력의 원천인 수명으로 집도 사고 세금도 내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운 미래를 영화화했습니다.


세금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어져 온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이 갖는 의무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금은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사회적 혜택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세금이 없으면 복지도 없습니다. 복지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년전인 미국의 대선 때,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앤드류 양이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불리는 UBI(Universal Basic Income)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지만 그다지 큰 주목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저 우리나라의 허경영처럼 취급되고 말았던 그의 ‘기본소득 안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자동화로 혜택을 본 기업들에게 부가가치세(VAT)를 걷어 모든 시민에게 매달 1000달러씩 UBI를 지급하자고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앤드류 양의 ‘기본소득 안’은 매우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안이 구체적이기 때문이지요. 

 

‘재원을 어찌 마련해서 극단적인 양극화의 완충작용을 하겠다‘ 하는 것 말입니다. 그의 주장에 소셜 미디어 ‘레딧’의 공동 창업자인 IT 거부 알렉시스 오하니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등이 공개적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기본적 소득의 담론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예가 있습니다. ’스위스의 기본소득에 관한 국민투표‘ 였죠. 

 

매월 300만원씩 지급을 하는것에 동의를 하는가에 대한 투표에서 스위스 국민들은 기본소득을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관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을뿐더러 ’기본소득‘ 또는 ’보편적복지‘로 기존의 풍족한 복지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 이민자 급증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스위스 사람들의 예에서 보듯이 보편적 복지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재원 마련이 확보 되지 않는다면 이쪽을 빼서 저쪽을 막는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해지는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보편적 복지가 주는 혜택과 반대급부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 입니다.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도 기본소득과 비슷한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에서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걷듯, 저소득층에겐 보조금(음의 소득세)를 주자고 했습니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문제 아닙니까. 


아침신문을 보면 여기저기 ‘기본소득’에 관한 정치인들의 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 ‘빛이 늘면 나라가 망한다‘라며 재난복지에 관해 비판적이던 보수 언론들의 논설 까지도 전 국민의 기본소득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 냅니다. 

 

하지만 그들의 복지정책 속에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관한 내용이 없습니다. 일본처럼 무한정 국채를 발행하자는 것인지, 예산을 아껴서 만들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경제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시중에 돈이 풀리다보면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고 그 기본소득은 물건을 사는 값으로 증발을 해 버리는 수도 있을 겁니다. 


한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 정치인들의 담론에는 충분한 연구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따라줘야만 할 것이며. 그런 것을 눈여겨보는 국민들의 꼼꼼한 혜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글=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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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문화ZIP] 차라리 웃음에 세금을 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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