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낸 후 포르쉐 차량을 버려둔 채 잠적했던 20대 운전자가 사고 후 20여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해당 운전자는 숙취 운전을 한 정황이 있지만 음주운전을 한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북부경찰서는 1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20대 운전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신안동 한 도로와 인도 사이에 차량이 올라타는 단독 사고를 낸 뒤 적절한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사고 전날 술을 마신 뒤 당일 오전까지 주차된 차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낸 정황을 포착했다.
사고 직후 차량을 버리고 잠적했던 A씨는 20여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주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경찰은 A씨에게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적용했다.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장시간 잠적한 운전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비슷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광주시청사 울타리를 들이받은 SUV 차량 운전자는 잠적 17시간 만에 나타났고, 인도로 돌진한 차량을 버려두거나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한 운전자도 각각 30시간 넘게 잠적하다 경찰에 출석했다.
일부 운전자에 대해 "차 안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들 중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된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5월에는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차량 2대를 추돌하는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음주운전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시도였지만 차 안에서 경찰 근무복과 장구류 등이 발견되면서 덜미를 잡혔다가 음주운전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경찰은 사고 후 도주한 운전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관련 운전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운전자가 차량을 버리고 가기 전까지의 행적을 추적해 음주 정황을 자세히 수사 보고서에 담아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판결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증거는 될 수 없겠지만 양형을 위한 노력으로 정황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를 하고 있다"며 "A씨 역시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음주 여부를 확인해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