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앙갚음 성료… 이제 숙적 중국이다
T1 천적 젠지 제끼고 5번째 ‘월드 챔피언십’ 우승 도전
한국 리그(LCK)에 배정된 시드 중 서열상 맨 끝자락(4번)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했지만, T1의 역량은 어디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T1은 27일(현지 기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속개된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젠지를 세트 스코어 3대1로 격파했다. 준결승까지 진행되는 동안 내수 시장에 국한된 ‘종이 호랑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량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로써 T1은 내달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숙적인 중국 측(LPL) 빌리빌리 게이밍을 다룬다.
전회차 우승팀으로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을 가진 T1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전에 오른다.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LCK 서머에서 턱걸이로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고, 스위스 스테이지(16강) 첫 경기에서 LPL 2번 시드인 톱 이스포츠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불안한 기조마저 보였다.
하지만 T1은 큰 무대에 특화된 DNA를 가감없이 발휘하면서 연전연승을 이어갔고, 이후 8강에서 다시 만난 톱 이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완파했다. ‘월드 챔피언십’에만 나오면 성적을 냈던 과거의 패턴을 입증한 셈이다.
특히 T1은 그동안 10연패(敗)라는 굴욕을 안겨준 ‘천적’ 젠지를 맞아 시원하게 앙갚음하는 쾌감도 느꼈다. 실제 T1은 지난 2023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젠지를 3대2로 제친 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한 차례도 젠지를 이긴 적이 없다. 젠지는 2023년 LCK 서머 스플릿부터 올해까지 T1에 정규 리그 6전 전승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전 전승이다. 2023년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 단판 승부에서도 T1을 울렸다.
T1은 4강에서 젠지를 물리치면서 2022년부터 3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들어가게 됐다. ‘월드 챔피언십’ 14년 역사 중 지금까지 3년 내리 결승에 입성한 팀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T1의 전신인 SK텔레콤 T1뿐이다.
또한 T1은 2013년과 2015년, 2016년, 2023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등극하는 등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e스포츠 구단 중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하고 있다. 우승하지 못한 해에도 출전만 하면 최소 4강에는 진입했다.
여기에 T1의 주전이자 한국 e스포츠를 상징하는 인물인 ‘페이커’ 이상혁은 '살아있는 전설'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결승 진출 때도 주전(미드 라이너)으로 활약했고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또 한 번 3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파리(프랑스)=김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