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21(토)
 

지난 3일 뜬금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충격을 넘어 황당 그 자체였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고삐 풀린 폭주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표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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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쇄회로 TV(CCTV)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당연히 모든 관심은 국회로 쏠렸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소집을 요청했고 유튜브 계정으로 실시간 국회 상황을 중계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향하는 도중 개인 유튜브 중계로 급박한 상황을 전하며 군 병력의 국회의원 체포에 대비해 국민들에게 국회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시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빠르고 정확한 결단력도 돋보였다. 우왕좌왕하던  몇몇 의원들과 달리 한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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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진입을 저지하다 부서진 국회 본관 사무실. 집기류가 있는 공간으로 입구를 봉쇄하기 위해 집기를 꺼내는 과정에서 부순 것으로 보인다. 사진=류근원 기자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했던 계엄군에 맞선 국회의원 보좌진과 취재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슈만 생기면 국회를 점거하고 몸싸움을 벌이던 과거 이력도 이번에는 도움이 됐다. 


들이닥치는 계엄군 앞에서 집기를 쌓아 막고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은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응원을 받았다.


병기를 들었지만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계엄군도 한몫했다.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상황이지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법하다. 자식 같은 군경을 달래고 혼내며 몸으로 막던 시민은 진정한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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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이 진입을 저지하다 부서진 국회 본관 사무실. 계엄군의 진입을 막을 때 사용한 집기류가 보인다. 사진=류근원 기자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약 6시간은 눈총만 받던 국회가 국민들 마음 한편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재정립되기에 충분한 순간이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되고 이튿날부터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러 온 국민들의 시선은 남달랐다. 국회의사당을 대표하는 상징 푸른색의 돔형 지붕을 바라보며 국회가 짊어진 무게감과 권위를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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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동장에서 본 국회의사당 본관 사진=류근원 기자

 

국회 본관 푸른색 ‘돔형’ 지붕이 만화영화 ‘로봇 태권 브이’ 머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비상 상황 시 지붕이 열리고 로봇 태권 브이가 날아오르거나 미사일이 발사된다고 믿었던 이래 처음으로 우리가 국회를 믿고 지켜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렇다면 국회 본관 ‘돔형’ 지붕을 열면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기대했던 첨단 무기는 당연히 없다. 돔형 천장을 걷어내고 아래를 내려본다면 국회 본관 중앙 3층의 널찍한 로텐더홀(Rotunda Hall)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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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더홀에서 바라본 국회 천정 돔형 지붕 내부 모습 사진=류근원 기자

 

국회의사당 본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에는 세종대왕, 오른쪽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동상 사이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로비가 나오는데 이곳 중앙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면 돔형 지붕이 바로 보인다.


홀 좌우로는 방송에서 자주 보던 국회의원들의 회의 장소 제1~2 회의실이 연결되어 있다.


로텐더홀이라는 이름에서 ‘로턴다(Rotunda)’는 중세 중부 유럽에서 유행한 둥근 천장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한다. 중앙 돔 아래에 위치한 로텐더홀은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여, 투명하고 개방된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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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본관 3층 로텐더홀 사진=류근원 기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때는 보통 로텐더홀에서 진행하며, 국회 내 갈등 등으로 의원들이 이곳에 모여 푯말 시위를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은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 정치의 중심지임을 증명했다. 6시간의 비상계엄령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땅에 민주주의가 더욱 공고히 자리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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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총 받던 국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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