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형 종합병원들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새로운 병원을 확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른바 ‘병세권(대형병원‧종합병원이 인접한 지역)’이다.
지역사회에서 신규 종합병원을 유치할 경우 의료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고소득 의료 종사자 유입으로 인한 주택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합병원이 지역사회에 건립되면 미래먹거리인 바이오산업 관련 회사들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진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서울 노원지역과 인천광역시 청라와 송도, 경기도 시흥과 평택 등에서 각각 종합병원이 들어설 계획"이라며 "대부분 ‘빅 5’로 불리는 주요 병원들이 의료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먼저 종합병원이 부족한 서울 노원구에 바이오메디컬 단지 조성은 이런 분위기를 주도했다. 서울시의 '동북권 신도심' 개발 사업에 따라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부지에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메디컬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노원구는 정책자문단을 구성하고 서울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협의에 한창이다.
인천은 그야말로 종합병원 각축장이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청라국제도시, 세브란스병원은 송도국제도시에 각각 새 병원을 건립할 방침다. 청라신도시에는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청라 의료 복합타운 우선 협상자로 선정돼 향후 글로벌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연히 주변 아파트 시세는 들썩였다. 지난 2월 기공식을 가진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착공해 2026년 개원이 목표로 송도 부동산가격 인상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는 서울대병원이 들어온다. 올 상반기 서울대병원 건립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8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분원급이다. 평택에도 브레인시티 산업단지 내 의료 복합타운 공모 결과 아주대병원-투게더 홀딩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미 을지대의료원의 경우, 경기도 의정부에 900병상 병원을 올해 3월 개원하며 대전과 노원에 이어 의정부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중앙대의료원은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흑석동에 이어 경기도 광명에 700병상 병원 설립을 통해 재도약 기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희대의료원은 경기도 하남에 500병상 규모 병원을 그리고 아주대의료원은 경기도 평택파주에. 한양대병원은 경기도 안산에 병원 신축을 예정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이 각각 들어서면 지역 집값 상승에 유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2019년 개원한 은평성모병원 바로 앞 ‘은평 스카이뷰 자이’(전용면적 84㎡)는 8월 12억93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대형병원 인근 입지에 인기 브랜드 아파트의 명성은 은평뉴타운 일대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하기 충분했다. 내년 개원 예정인 중앙대 광명 병원 앞 ‘유-플래닛 광명역 데시앙’(전용면적 84㎡)도 15억2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져 주변 시세를 이끌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고령화 사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주택 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다만 실제 병원 완공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의 진단대로 대학병원 유치는 해당 지역에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의료접근성 그리고 병원 인근 아파트 집값 상승 등 대학병원 개원에 동반되는 경제적 효과는 크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역에 속한 로컬 병원들은 대형병원의 진출 소식으로 당장 위기감을 느낀다. 그동안 신생 대학병원은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 치료, 지역 병의원과의 상생을 표방하지만 수익을 따지다보면 경증환자까지 진료하며 인근 병의원의 몰락을 초래하기도 한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노린 무분별한 종합병원의 유치전은 되레 종합병원의 몰락의 단초를 제공할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도 이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지자체의 유혹을 거부하기엔 한계에 다다랐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의 관계자는 “종합병원 하나로 경영하기에는 한계다. 주변 땅을 매입해서 증원을 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다.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모두 새로운 병원과 환경을 원한다”며 “대학병원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의 요구도 적지 않다. 지역 의료계 우려는 알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절박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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