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8(화)
 

약국 문이 닫힌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약을 살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약국 앞에 설치된 화상 투약기에서 약사와 화상으로 원격상담을 한 후 의약품을 살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일 제2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원격 화상 투약기) 등 11건의 규제특례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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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자판기'로 불리는 '원격 화상 투약기'. 사진=365약통 블로그

 

'약 자판기'라고 불리는 '화상 투약기'는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 판매기를 말한다. 약국 앞에 설치된 일반의약품 화상판매기는 약사와 화상통화로 상담 및 복약지도 후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판매기다.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다보니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를 통한 약 판매는 약사법에 의해 불법으로 간주됐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판매는 약국과 일부 편의점에서만 가능하다. 


쓰리알코리아는 2013년 화상 투약기를 개발해 2019년 1월 시범사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규제에 묶여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없었던 사례에 해당한다.   


이번 화상 투약기 허용 결정으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해열제와 위장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13종 외에도 알레르기약과 제산제 등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야간이나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에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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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소속 약사 100여 명은 지난 20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의약품 자판기 도입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약 자판기는 환자 대면 상담 원칙을 위반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며 “맹목적인 규제 완화보다 공공 심야약국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에 반대해 온 대한약사회는 지난 20일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불법 의약품 유통과 기기 오작동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이의를 제기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약 자판기의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의 약 자판기는 2013년 인천의 한 약국에 설치됐다. 2012년 쓰리알코리아가 개발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당시 약 자판기는 화상투약기로 불렸다. 


약 자판기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하다. 약국 밖에 설치된 자판기 화면을 통해 약사와 상담한 뒤 지정한 일반의약품을 선택해 결제하면 약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약 자판기가 나오자마자 약사들은 반발했다. 대면하지 않는 상담은 복약지도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복약지도는 대면이 원칙인데 약 자판기는 비대면이라는 것이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약 자판기가 위법이라 판단해 설치 2개월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복지부의 판단은 약사들의 주장과는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당시 복지부가 약 자판기를 '위법'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약국이나 점포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약사법 제5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약 자판기는 2019년 다시 사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규제샌드박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쓰리알코리아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으로 약 자판기 안건을 신청했다. 이듬해 6월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안건상정 자체가 안됐다. 이후 약 자판기 업체는 지난 21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약 자판기는 2021년 12월 개최된 제21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다시 다뤄졌지만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를 전제로 안건 상정이 보류됐다. 


제22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가 지난 20일 약 자판기는 조건부 수용으로 결론났다. 10여년간 끌어온 약 자판기는 시범사업으로 일단 허용됐다. 약사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시범사업은 끝내 허용됐다. 

 

일부 의료업계 관계자들은 약사들이 집단 이기주의로 기술 혁신과 소비자들의 편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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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자판기‘ 나온다…야간·휴일에도 약사와 화상 상담 후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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