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현장에서 고위험 작업이 필요한 곳에 로봇이 등장했다. 무거운 패널을 설치하는 로봇, 드릴로 타공하는 로봇, 밀폐된 공간에서 방수 페인트를 칠하는 로봇,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청소하는 로봇 등이 극한 작업환경에 도입돼 있다.
실제로 국내 기술로 개발된 건축 도장로봇은 근로자가 고층 건물 외벽에 매달려 작업하는 위험을 대신해 로봇이 외벽을 타면서 도장 작업을 진행한다. 주로 아파트 도장·재도장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102m에 달하는 화력발전소 연돌 도장공사에 투입돼 단 20일 만에 무사고로 도장작업을 완료해 업계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고위험 작업을 대신할 로봇 기술을 건설 현장에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삼성물산은 액세스 플로어(Access Floor) 시공 로봇(이하 플로어 로봇)을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액세스 플로어는 이중바닥 시스템으로, 하부 바닥에서 일정 높이만큼 공간을 두고 지지대를 설치 후 상부 패널을 덮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주로 반도체 공장이나 클린룸, 데이터센터의 전산실 등에 도입된다. 이번에 도입한 플로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며 무게 10kg의 상부 패널을 설치한다.
플로어 로봇을 활용하면서 현장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 전망이다. 엑세스 플로어는 현장에 따라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 시공하는 경우도 있어서 작업자 추락 등의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플로어 로봇은 현재 아산 디스플레이 현장에 도입해 운영 중이며, 11월 말 평택 반도체 현장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와 함께 내화뿜칠과 드릴 타공, 앵커 시공 등 단순·고위험 작업을 수행할 로봇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도 삼성물산의 자체기술이다. 이들 작업은 천정이나 벽체 상부에서 작업자가 불완전한 자세로 작업해야 해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된다.
내화뿜칠은 건물 철골 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해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필수 작업이다. 이 작업은 근로자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데다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고소 작업대 상부에 내화재 분사를 위한 로봇 팔을 적용하고, 하부에는 원료 혼합기와 저장 설비를 일체화했다. 특히 이동식 플랫폼을 적용해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특히 로봇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안전 인증도 잇따라 획득했다. 드릴 타공 로봇의 경우, 2021년 6월 국내 건설 현장 최초로 한국로봇사용자협회에서 발급하는 ‘협동 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 인증서’를 받았다. 협동 로봇 설치 작업장 안전 인증서는 협동 로봇이 설치된 작업장 근로자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 시스템의 설치 단계에 대한 안전 기준 적합성을 심사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건설용 로봇은 대부분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고정돼 있지 않고 이동하며 작업하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인증이 필요하다. 현재 삼성물산 현장에서 활용하는 장비 중 플로어 로봇과 드릴 타공 로봇이 해당 인증서를 받았다.
이같은 기술은 대규모 철골 기둥으로 이뤄진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 먼저 적용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현장 근로자가 유해 물질 또는 고소 작업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삼성물산 M&E 센터장 전영운 상무는 “건설업은 기술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로봇을 활용한 시공 자동화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다양한 로봇 전문회사들 및 시공 협력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건설 현장의 전문성과 안전을 모두 확보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자동화 기술이 빠르고 효과적인 작업을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근로자 안전을 지킨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작업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이 더 많이 개발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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