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쿤밍(昆明) → 따리(大理) → 리지앙(麗江) → 샹그릴라(香格里拉) → 시솽반나(西雙版納)
구름의 남쪽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윈난(雲南)은 중국 여행 마니아에게 가장 선호받는 지역이다. 필자도 5차례 정도 윈난을 여행했다.
이곳이 우리나라 여행자들의 코드에 꽂힌 것은 10년 남짓이다. 낯선 천국을 찾아 떠나는 노마드 중 하나였던 문영배 선생은 윈난 중원에 있는 따리(大理)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말한다. “이곳에 이틀 정도 있으면 그저 괜찮은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3일 이상 있으면 이곳에 빠져서 떠나기 힘듭니다. 마치 이 땅이 행자를 잡는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도 이곳에 정착해 ‘넘버 3’라는 소박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도 오지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번화한 여행도시였다. 이곳에 사람이 붐비자, 아래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제임스 님에게 이곳을 맡기고 위롱쉐산(玉龍雪山) 아래로 옮겼다.
문영배 선생뿐만 아니라 벚꽃마을의 안방마님 김명애 씨도 초반기에 이곳에 빠진 노마드 중 하나다. 이곳을 여행하다가 마음이 있다면 이들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앞선 노마드이자 작은 사업을 하는 이로 만나야지 신선을 만나듯이 하면 안 된다. 사실 여행자들은 정당한 지불에 인색한데, 이런 자세는 옳지 않다.
따리에서 3~4시간쯤 걸리는 리지앙은 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 성소 중 하나다. 1996년 이 도시에 리히터 지진계 7의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지역이 폐허가 됐는데 지금의 고성 지역만은 안전했다.
수백 년 된 고건축이 큰 지진에서 버틴 것이 신기했고, 그 독특한 모습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이 도시를 형성하는 포인트는 위추안(玉泉)호수에서 흘러나온 위허(玉河)가 도시의 중심을 여러 갈래로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모습이다.

이름처럼 맑은 물빛은 도시를 청량한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작은 시내 옆으로는 카페가 있다. 사람과 상권의 중심에 형성되는 쓰팡지에(四方街)는 도시 곳곳에 형성된 중심지로 밤에는 공연하는 장소, 낮에는 약속의 광장처럼 쓰인다.
고성은 각자의 취항에 따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보이차나 날염 등 각종 특산물 쇼핑은 물론이고 나시족 전통 공연 등 낮과 밤으로 흥밋거리가 있다. 또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서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비포 선 라이즈> 같은 사랑을 기대하며 바를 서성이기도 한다.
사실 제대로 된 하늘 아래 여행은 리지앙을 떠나면서 가능하다. 리지앙의 한 축에는 수허(束河)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윈난 남부 저지대인 시솽반나에서 시작되어 길게 이어진 차마고도(茶馬古都)의 중심 도시 중 하나다.
차마고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세계에 알려졌지만, 수허는 최근까지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필자가 2004년 9월, 여행 기사에 이 단어를 썼는데, 네이버에 검색되는 차마고도에 관한 첫 기사일 정도다.
차마고도는 이후 티베트를 향해서 이어진다. 라싸까지는 도보로 가면 수개월이 걸리는 험난한 길이다. 차로 가도 아무리 빨라야 4일, 보통 일주일은 걸리는 길이다. 지금도 낙석이 떨어지는 위험한 길이다.
하지만 길의 중간에는 봄이면 두견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신비한 설산들이 모자를 쓰고 있다. 라싸를 향한 참배객도 만날 수 있고, 중디엔(中甸)이나 더친(德欽), 망캉(芒康), 보미(波密), 린즈(林芝) 같은 도시들을 지난다.
이 길에서 내가 느낀 것은 갈수록 힘들어 하는 땅 신들의 분노였다. 지구온난화는 만년설산을 가진 이곳에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설산은 갈수록 위축되어 가고 있었다.
그 현장에서 나는 황석영 선생의 〈바리데기〉에서 나온 한 문장을 생각했다.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남보다 더 좋은 것 먹고 입고 쓰고 살려고 우리를 괴롭혔지. 그래서 너희 배를 함께 타고 계시는 신께서도 고통스러워하신대.”
구름 아래의 마을 윈난(雲南)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말한 샹그릴라의 실제 모델로 가장 유력한 곳이다.
몇 년 전부터 이 지명으로 중국 동네들 간에 만만치 않은 기 싸움도 있었지만 어떻든 윈난 성 북부에 넓게 펼쳐진 지역이 샹그릴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샹그릴라의 중요한 요소들로는 만년설산, 모계사회, 장족 불교 등의 특징이 있는데 이곳이 그 조건에 부합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윈난성은 40만km2로 남북한의 두 배 정도 면적인데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고도 100m에서 6740m까지 다양한 지형이다. 태국을 닮은 시솽반나에서 쿤밍, 따리, 리지앙, 샹그릴라(중뎬), 더친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행자들에게 아주 행복한 곳이다. 사실 윈난은 바삐 돌아도 두 달은 투자해야만 대강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글=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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