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했다. 다른 동료들에게 업무가 가중될까봐 더 열심히 일했는데 단축근무를 쓴다는 이유로 팀장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폭언과 모욕을 일삼았다.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을 정도였다.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하고 있고 자살 예방 교육도 받았다. 더 버티기 힘들어 A씨는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 3개월. 직장갑질을 당하면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3명인 73.5%가 ‘참거나 모른 척’하고 있었고, 15.8%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직장인 10명 중 9명(89.3%)이 ‘참거나 퇴사’를 한다는 뜻이다.
‘참거나 모른 척’ 했다는 응답은 2019년 9월 조사(59.7%)에 비해 13.8%나 늘었다. 신고를 해도 달라지지 않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갑질금지법’ 3년,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리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29.1%가 ‘있다’고 응답해 직장인 10명 중 3명은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은 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9년 9월 44.5%에서 3년 만인 올해 9월 29.1%로 15.4%가 줄었다.
지난 1년간 직장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n=291)들을 대상으로 괴롭힘 수준에 대해 물어 본 결과 ‘심각하다’는 응답이 35.4%로 나타났다. 심각하다는 응답인 2019년 9월 조사(38.2%)와 비교하면 변함이 없었다. 즉, 갑질금지법 시행 및 사회적 인식 변화로 직장 내 괴롭힘은 줄어들었지만 심각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괴롭힘으로 인한 의료적 진료/상담 경험에 대해 물어본 결과,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32.3%,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가 응답이 4.8%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4명은 진료나 상담이 필요할 정도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이를 직장인 전체로 환산하면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본인이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있다’는 응답이 8.6%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받은 영향으로는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음’ 49.8%, ‘근로의욕 저하 등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음’이 44.7%로 높게 나타났으며, 이외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인 건강이 나빠졌음’ (30.9%), ‘직장 내 대응 처리절차 등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음’(25.1%) 등이었다. (중복응답 기준)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느꼈음’이 남성(44.1%)보다 여성(57.9%), 정규직(45.3%)보다 비정규직(57.3%)에서 10% 이상 높았다.
지난 1년 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들에게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을 물어본 결과,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8.5%로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23.4%), ‘비슷한 직급 동료’(21.3%) 순이었다. 응답자 중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6.5%)과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4%) 등 9.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행위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은 행위자 중 사용자가 30.2%로 가장 많았는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신고도 할 수 없고, 사용자에게 과태료도 부과할 수 없으며, 괴롭힘으로 퇴사해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3중 차별’을 겪고 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가 73.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3.4%), ‘회사를 그만두었다’(15.8%) 순이었고, 회사 또는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응답은 2019년 9월 59.7%에서 2022년 9월 73.5%로 13.8%나 높아졌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74.5%),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2.8%)였다.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직장인 10명은 9명(89.3%)은 ‘참거나 퇴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신고 결과에 대해 물어본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가 66.7%,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가 23.3%로 나타났다.
신고한 이후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60.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경험이 ‘있다’가 23.3%였다.
신고한 직장인 3명 중 2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60%가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4명 중 1명이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뜻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일하는 직장에서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라는 응답은 57.6%로 ‘줄어들지 않았다’(42.4%)보다 많았다.
특성별로 보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남성, 정규직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상위관리직은 76.5%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해 일반사원(51.5%)보다 25%나 높았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갑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구제절차인 직장 내에서의 신고 절차나, 노동부 등 공적 신고 절차는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참거나,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신고에 따르는 피해자 불이익이 없도록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매년은 아니더라도 2~3년에 한 번은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그 결과를 가지고 진행하는 실질적인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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