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자기와 목가구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으로 30여 년 발품을 팔면서 고미술품을 모아온 수집가의 책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며 고미술의 세계에 처음 눈떴다. 진품과 가품을 가릴 줄 모르던 시절 겪은 시행착오부터 고미술 상인들과 전문가들을 만나며 안목을 키운 에피소드까지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며 독자들을 고미술 세계로 안내한다.
어렵게 구한 청자를 몇 달 동안 품에 안고 지내는가 하면, 부엌가구인 삼층찬탁의 절묘한 비례를 즐기려고 거실에 배치한다. 박물관 유리창에 갇힌 유품이 아니라 생활공간에서 일상을 함께하는 애장품이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보니 그의 해설은 특별하다.
공들여 수집한 소장품과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가 보고 또 본 국보급 작품에 대한 해설에 30년 동안 숙성시킨 고미술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냈다.
현재 한성대 특임교수로 재직중인 저자 최필규 교수는 에필로그에서 "걷다 보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나며 내 눈을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 골동품이다. 골동품의 세계는 일보일경(一步一景)이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난다"고 했다.
저자가 고미술의 세계에 처음 눈뜬 것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해외 출장과 연수를 다닐 때였다. 홍콩과 베이징 특파원 시절에는 중국 골동품을 수집하며 만난 현지인의 호감을 얻어 중국 관리 등 취재원을 소개받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고미술을 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머문 것은 우리 옛 물건이었다.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는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진품과 가품을 가릴 줄 모르던 시절에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박물관과 인사동, 답십리 고미술 상점에서 만난 상인들과 전문가들은 좋은 스승이 되어 주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과 자신만의 수집 철학을 갖추기까지 직접 겪은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려주며 저자는 고미술 세계에 입문하는 길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우리 고미술을 사랑한 이 평범한 수집가의 감상법은 독특하다. 주인에게 몇 번씩 찾아가 떼를 써서 구입한 청자(청자상감 물가풍경 유병)를 가슴에 품고 몇 달 동안 만지고 또 만지고, 보고 또 보았다. 저자는 수집한 소장품을 일상생활에서 옆에 두고 함께 살아간다.
특별한 날에만 박물관까지 찾아가 감상하는 유물이 아니라 연인처럼 매일 보고 싶은, 말 그대로 애장품이다. 조선백자 술병과 술잔을 챙겨가 좋은 친구와 약주를 나누고, 외국인 손님에게는 고려 다완에 차를 대접한다. 원래 부엌가구인 소나무 삼층찬탁은 거실 한편에 두고 책을 올려 두는데 기둥과 널판이 만나 이루어진 공간들의 절묘한 비례를 매일 보기 위해서다.
고미술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해설은 미술관 도슨트와는 전혀 다르다. 마치 왜 자신의 소장품을 사랑하는지, 왜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가 국보급 작품을 보고 또 보아야 했는지 미학적으로 해설하며 고백하는 듯하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30년 동안 숙성시킨 고미술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들려주는 저자의 고미술 해설은 특별하다.
도자기와 목가구 작품 하나하나를 살피기에 앞서 저자가 우리 고미술의 역사와 미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두 편의 글은 고미술 세계의 훌륭한 가이드이다.
'불과 흙의 오묘한 마술'에서는 10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우리 도자기의 천 년 역사를 개괄했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 선조들이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보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어 세계 도자 예술사에서 가장 빛나는 위치에 올랐는지를 해설한다.
'조선 목가구의 실용주의 미학'에서는 사랑방, 안방, 부엌 등 놓이는 생활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조선 목가구의 실용적인 자연미를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 미학은 다름 아닌 목수의 장인정신과 목가구를 사용한 선조들의 안목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설한다.
도자기의 오묘한 색감과 목가구의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해 공들여 촬영한 300여 장의 컬러사진은 마치 미술관 전시실에 서 있는 듯 독자들에게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김건희 ‘판도라 폰’ 공개되자… 도이치 공범 이준수 추적, 행방 묘연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가 공개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숨은 인물’로 지목돼온 56세 이준수 씨의 실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8월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