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3일 국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영란법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새누리당 안홍준·권성동·김종훈·김용남 의원이 던졌다.
지난 2012년 8월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약 2년8개월 만이다. 법안은 공포된 날부터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께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식사와 선물 등 접대와 청탁 문화를 비롯한 우리사회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간 합의를 통해 탄생한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시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는 당초 원안의 취지를 그대로 살려냈다.
직무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게 김영란법의 골자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금품가액의 2~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부정청탁의 유형은 15개로 세분화됐으며 7개의 예외사유를 뒀다. 공직자 중 부정청탁을 받고 그 직무를 수행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는 국회와 정부출자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등 공무원을 비롯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 등이다. 여기에 이날 법사위 논의를 거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및 임직원도 추가로 포함됐다.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를 비롯해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로만 한정됐다. 이에 따라 전체 김영란법 적용대상은 3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의 부정청탁·금품수수에 대한 공직자 신고 의무 조항은 유지됐다.
공직자나 그 배우자는 김영란법의 위반 행위가 발생했거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해야 한다. 배우자가 금품 등을 수수한 것을 알게 된 공직자가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본인이 처벌을 받게 된다.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표결 직후 "이 법이 탄생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의장은 "우리나라가 시민들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선진국가로 나아가려면 지금처럼 세계 46위의 부패지수로는 더 이상 안된다"며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빈부격차 해소도 경제발전도 문화 융성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 등 위헌 소지가 남아있는데다 검찰권 남용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어 시행 과정에 있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BEST 뉴스
-
[단독] "LG전자, 직원 10명 중 4명 잘린다…초대형 희망퇴직"
LG전자가 대규모 감원에 돌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LG전자 직원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아 "기사화를 부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LG전자 소속을 인증한 LG전자 직원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신빙성 있는 자료로 분석된다. ... -
DB그룹 경영권 향방 중대 고비…김남호 명예회장, 법률 자문 검토
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제공/연합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 -
“출산 후 수혈 못 해 아내를 잃었다”…영주 A 병원 예고된 인재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의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서 출산 직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지만, 정작 응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혈액조차 확보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박주민 “오세훈, 비(非)강남 버렸다”…경전철 공약 ‘빈 껍데기’ 전락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해 온 강북·동북권 경전철 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균형발전 공약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과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21일 열린 ‘오세훈 시정 3... -
인천공항 제4활주로서 화물차 사고 사망…공항 안전관리 또 도마 위에
26일 오전 6시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인근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공항 외곽 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연합뉴스]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