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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문화ZIP] 우리는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로 교감한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기사를 보고, 미디어를 읽고 보는 행위들 모두가 알고 보면 디지털 숫자를 인식하는 것이다.     데이터 공급자의 거대한 메모리장치에서 텍스트나 영상을 선택하면, 그것은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변환이 되어야 한다.   그다음 우리가 디지털 신호를 받아들인 후 아날로그 신호로 바뀌어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정보들에 대한 공감(좋아요)을 하고 반응하는 모든 것들 또한 숫자 놀음이다. 그 숫자들로 인해 수익도 결정된다.  그뿐 아니라 주민번호, 학번, 반번호, 키, 점수, 석차, 아파트 동, 호수, 자녀의 반 등등,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모든 것이 숫자로 매겨진다.    뼈빠지게 돈을 벌어서 아이들의 숫자(등수,성적)를 올리는데에 올인한다. 그리고 통장의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우리는 기쁨과 좌절을 느낄수 밖에 없다.  국가도 숫자의 통제이고 관리이다. 18세기 독일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통계(statistics·statistik)’라는 단어의 어원이 ‘국가에 대한 과학(지식)’이다.    정부는 수출실적, 재정, 실업률, 취업률, 금리, 이 모든 통계 숫자로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사회는 계산 가능한 사회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 계산이 불가능해진다면 모라토리엄, 국가 부도가 되는 것이며 국가 간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이 숫자로 사람들을 통제하며 인위적으로 조작을 하여 사람들을 기만한다.  최근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숫자는 바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련한 숫자다. 00번 확진자등, 치료자, 사망자 통계가 우리들 사회, 경제, 개인들에게 너무도 큰 영향을 주는 숫자들이다. 마스크를 구입하려 해도 주민번호 뒷자리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전 세계가 그 숫자에 일희일비하며 결과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을 두고 많은 국가들이 모범사례로 손꼽는 이유는 바로 숫자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이다.    국제기구들도 소수점 하나에까지 민감하게 계산을 하는, 팬데믹이 가져다준 숫자의 세상이다.   그 디지털 숫자가 전자 신호에 불과 하지만 사람들은 숫자가 보여주는 결과에 민감하고 가슴 졸이고, 그것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는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한말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너가 생각하는 진짜가 뭔데? 그건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 신호에 불과할지도 몰라.“ 설혹 모피어스의 말처럼 숫자로 결정되는 이 세상이 허구라 할지라도 당장에 우리들은 숫자를 통제 해야만 한다.   정부의 통계는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로, 경제는 예전의 수치로, 환자의 숫자는 제로를 향하여.   그 디지털 신호가 아나로그화 되어 사람들의 귀와 눈으로 들어와 많은 감동과 위안을 주게 될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호준 문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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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문화ZIP
    2020-05-19
  • 쓰촨 -사람들 사이에 4개의 강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중국의 느낌은 계절을 떠나서 황량하다는 것이다. 설혹 식물이 무성한 여름이라고 해도 중국 전역은 너무 황량하다.   두지앙얜위쭈이    하지만 중국의 여러 지방 가운데 쓰촨의 공중 풍경은 나에게 그런 느낌이 아니라 아주 신비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상당수의 날들은 밑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간간이 그런 안개 위로 하얀 설산이라는 모자를 쓴 푸른 빛의 산들이 적지 않다.   구름 속에 떠 있는 이런 산들을 보노라면 문득 그 자리에서 내리고 싶은 욕망이 솟아나곤 한다. 신선들이 살 것 같은 그런 곳이 쓰촨이다. 실제로도 쓰촨은 여행자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다. 우선 날씨가 좋고, 음식이 좋고, 온갖 경치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중국 4대 요리에 포함되는 쓰촨은 풍부한 물자를 바탕으로 음식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음식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고 향차이(香菜)라는 강한 향의 원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쓰촨음식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탄스관푸차이(潭氏官府菜)에 가보는 게 좋다. 이미 전국에 체인망이 있어서 타 지역에서도 이 음식점의 맛을 볼 수 있지만 원조집이 바로 이곳이다.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지아통빈관에서 강을 따라 민산판디엔방향으로 400m쯤 오다가 만나는 인항추안추이지우루(銀杏川菜酒樓)도 정통 쓰촨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천요리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고 향차이(香菜)라는 강한 향의 원료를 쓰지 않는다   그밖에도 쓰촨요리로 널리 알려진 마파두부의 원조집이나 쓰촨요리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훠궈(火鍋)는 황청라오마를 비롯해 많은 곳이 유명한데 어디를 가도 나름대로 실망하지 않는다. 단, 너무 매우므로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 고생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날씨가 좋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청두의 겨울은 해를 보기가 힘들 만큼 안개로 덮여 있다.   다행히 기온은 낮지 않기 때문에 여행이 힘들지는 않다. 오죽했으면 '청두 개는 해를 보면 짓는다'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안개 속 같은 풍경을 여행해도 이곳 여행이 풍성한 것은 경치를 넘어서는 풍성한 맛과 인문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은 각기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갖가지 풍성한 축제와 문화를 갖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고장 중에 하나여서 청두는 천부(天府 하늘마을)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쓰촨(四川)은 무척이나 선명한 뜻을 가진 지명처럼 ‘네 개의 내(川)’를 가진 도시다. 서쪽에서 진사지앙, 야롱지앙, 따두허, 민지앙의 거대한 물 줄기가 이 땅을 흐르고 있다. 모두 만년설산에서 발원한 물 줄기로 창지앙의 가장 중요한 상류 하천이다.   중국 현대사에 익숙한 이들이 강 이름을 들으면 금방 대장정(大長征)을 생각해 낼 것이다. 진사지앙이나 따두허는 장정군이 꼭 건너지 않으면 안 될 가장 중요한 이동상의 장애물이었는데, 이 강을 건넘으로써 시베이(西北) 평원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정의 두 지도자인 주더(朱德)와 덩샤오핑(鄧小平)은 쓰촨이 고향이기에 마음이 더 애잔했을 것이다. 이 네 개의 강을 건너면서 중국 현대사는 시작됐다.   이 강으로 가는 여행 코스는 그다지 잘 개발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소개할 여행지는 대부분 민지앙을 따라가는 여행 코스다. 서쪽을 지나는 따두허의 옆에는 공가산이라는 설산의 대표 주자가 있다. 쓰촨의 지도를 보면 중국 전도의 축소판처럼 생긴 것에 놀란다. 하지만 더 놀랄 것은 쓰촨이 가진 무한한 여행 자원이다. 필자도 쓰촨을 몇 차례 여행했지만 이 성에서 본 것은 극히 미미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실 쓰촨은 한달을 투자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여행지다.    마치 외계의 유적 같은 5000~3000년 전 유적으로 외계인 같은 형상을 한 모습이 인상적인 싼싱투이(三星堆)를 비롯해 진시황과 비슷한 시대에 만들어진 인류 최고의 수리 시설 가운데 하나인 두지앙위앤(都江堰), 삼국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조인 촉나라의 정치 중심인 청두 등 수많은 곳이 역사 자원이 풍부하다.   거기에 도교의 성지인 칭청산(靑城山), 불교의 성지인 어메이산(峨眉山) 등 정신문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거기에 쓰꾸냥산, 공가산으로 이어지는 만년설산 지역은 장족 불교 등이 녹아 있어서 또 다른 샹그릴라로 추앙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2008년 봄 쓰촨은 대지진이라는 재앙을 맞았다. 거기에 언제 다시 지진이 다시 올지 모른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지진인 탕산대지진처럼 수십년은 지나야 지진의 상처를 극복하고, 위협감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쓰촨은 이대로 간과하기에 너무 빼어난 여행지들이 많다.   글 =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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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9
  • [박경훈 칼럼] 독서의 기쁨
    아는 것이 힘이다. 지식은 자신의 인격이다. 학문이라는 것은 ‘인간 경험의 체계적인 집성이다’ 자연을 통해 얻는 경험의 집성은 자연과학이고, 사람관계로 얻어지는 경험의 집성은 인문사회과학이다.    서울시립도봉노인종합복지관내 열린도서관   인간은 누구나 지식을 갈구한다. 책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식을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논어의 첫 장 첫 줄에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라는 말이 나온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배운 것을) 익힌다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아마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자가 이렇게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부를 하는 것이 기쁜 게 아니라 공부를 통해 기쁨을 얻는다는 의미인 것 같다. 공부하는 것은 즐겁지 않지만, 공부를 하다가 무언가 깨달을 때는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만화책을 무척 좋아했다. 누가 만화책을 갖고 오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기어이 읽었다. 시골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 가끔 나오는 만화책도 무조건 손에 넣고 말았다. 아마도 다섯 수레는 아니어도 몇 수레는 되었을 것이다.    일생을 통해 가장 감동적인 책을 들라고 하면 소년시절에는 플루다크 영웅전, 성년기에는 수호지를 주저하지 않는다. 삼국지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말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수호지가 더 재미있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을 근대화로 이끈 영웅들의 열전 ‘후 대망’ 또한 대단한 책이다. 자손들에게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스로 깨닫는 자는 책에서 자신을 찾는다. 책을 읽자.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만들고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 어떤 그릇이든 자신의 크기만큼 담는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책을 만권 읽고 붓을 들면 신들린 듯 글을 쓴다고 했고, 책 다섯 수레를 읽어야 비로소 남자의 자격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시카고 대학은 설립이후 3류 대학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1920년 부임한 로버트 허친슨 총장이 ‘The great book project’를 만들어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는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았다. 이후 시카고 대학은 노벨상 74개를 휩쓴 명문 중의 명문대학이 되었다.    해리 투르먼 미국 대통령은 “모든 독서가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지도자는 반드시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에 살았던 가장 위대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효과는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와 같다.독서는 완전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며, 쓰기는 정밀한 사람을 만든다. 결국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든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할 진리가 있다. ‘무식한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허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무서워하라.’ 글=박경훈 한국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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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7
  • 쑤저우(蘇州)-역사만큼이나 빛난 물의 도시와 정원
    2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쑤저우는 강남 정원 문화의 중심도시다. 도시가 처음 생긴 것은 기원전 514년이다. 오왕 부차의 아버지 합려(闔閭)와 복수심에 불탄 오자서(伍子胥)가 세운 도시다.    시 전체가 와이청허(外城河)라는 운하에 싸여 있고,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운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물의 도시’라 할 수 있다.    다른 도시들에 ‘동방의 베니스’라는 말이 많이 붙어 있지만 쑤저우가 그 첫 자리에 든다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워정위안(拙政園)   쌀, 명주, 차, 물고기 등이 풍부하게 생산되어 어미지향(魚米之鄕)이라 불리기도 한다. 쑤저우에는 시내 곳곳에 아름다운 정원들이 있는데, 그 중 주워정위안(拙政園)과 류위안(留園)은 중국 4대 명원(名園)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하이테크 단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해 중국 도시 가운데 가장 체계 있게 도시개발을 이끈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대규모 공단을 이곳에 조성했다.    쑤저우의 상징적인 여행지는 주워정위안(拙政園 졸정원)이다. 이곳은 쑤저우시 동북거리 178호에 위치하고, 면적 5만 2000㎡의 거대한 원림이다. 이곳은 동원(東園), 중원(中東園), 서원(西園) 그리고 주거 건물로 나뉜다.    주거 건물은 현재 위안린(園林)박물관 전시 홀로 이용되고 있다. 동부는 밝고 명쾌하게 트여 있고, 평평한 산등성이와 먼 산, 소나무 숲과 초원, 대나무 마을과 굽이져 흐르는 물을 주로 하고 있다.    주요 경치로는 란쉐탕(蘭雪堂), 주이윈펑(綴云峰), 푸롱씨, 톈추안팅(天泉亭), 수샹관 등이 있다. 중국 정원 문화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류위안의 맛은 꽃이 만발한 봄이나 시원한 기운이 도는 가을에 천천히 돌면서 여유를 갖고 봐야만 그 맛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연꽃이 피고, 정원수들이 울창해 멋은 있지만 너무 습해서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류위안(留園 류원)은 중국 4대 명원(名園) 중의 하나로, 명나라 만력(萬曆) 20년(서기 1593년)에 처음으로 건설되었다.    류위안(留園 류원)   봉건시대 관료 타이푸스(太僕寺) 샤오칭(少卿) 서태시(徐泰時)의 개인 화원이었으며, 동원(東園)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류위안과 이웃하고 있는 지에추왕뤼스(戒幢律寺)를 서원(西園)이라 칭한다.    후치우(虎丘 호구)는 쑤저우에서 북서쪽으로 5km 떨어진 언덕으로, 춘추시대 오나라 왕 부차(夫差)가 그의 아버지 합려(闔閭)의 묘역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은 오랜 역사, 다채로운 문화, 아름다운 풍경이 조화를 이뤄 ‘삼절(三絶)’이라 불리고, 이곳의 가장 유명한 경치는 ‘지우이’(九宜)라 불리고 있다.    1000여 년 동안 현지의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쑤저우(蘇州)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시인 소동파는 쑤저우에 와서 후치우를 보지 않으면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곳은 수많은 고사성어들이 생긴 곳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단어가 생긴 ‘감천’, 오왕 합려가 칼을 시험했다는 ‘시검석(詩劍石)’,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 ‘천인석(千人石)’ 등을 비롯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한산스(寒山寺 한산사)는 육조시대에 세워진 고찰로, 시(詩) 한 수로 세상에 유명해진 절이다.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가 ‘풍교야박(楓橋夜泊)’이란 시를 써 이곳의 정경을 묘사했다.    한산스(寒山寺 한산사) 종탑   (달은 지고 까마귀는 우는데 천지 가득 서리가 내리네/ 풍교에는 고깃배 등불 마주하여 시름 속에 졸고/ 고소성 바깥 한산사에/ 한밤중 종소리 울릴 제 객선이 닿았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펑치아오(楓橋 풍교)는 한산스와 더불어 당대의 시인 장계의 시로 유명해진 곳이다. 천년 동안 이 시 하나가 이 다리의 정서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교는 단공석홍교(單孔石拱橋)로 대운하가 이곳을 통과했다. 한산스와 마주보고 있다.     스즈린(獅子林 사자림) 역시 유명한 정원 중 하나다. 쑤저우성 동북 레이먼(類門) 내의 위안린루(園林路)에 위치하고, 원대(元代) 원림을 대표한다.    스즈린은 원래 보리 정종스(正宗寺) 뒤편의 화원으로, 이곳은 타이후 돌무리를 깎아 만든 정교한 인공산으로 유명한데, 많은 석봉(石蜂)들의 형상이 사자(獅子)를 닮았다 하여 이러한 이름이 지어졌다.    인공산은 상하 내외로 굽이져 선회하며, 동굴과 계곡에 들어서면 마치 미궁에 들어선 듯하여 한 치 앞도 분간할 수가 없고, 반드시 쉰산루(循山路)를 통해야만 동굴에서 나올 수 있다.    마치 미궁과 같은 동굴은 바로 불법의 힘에 비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위안린루 23호에 위치하며 28, 3번 버스가 간다.     왕스위엔(網師園 망사원)은 총면적이 약 240평에 달하는 크기로 쑤저우 시에 있는 정원 중 가장 작은 규모이나 볼거리가 많다.    배치가 빈틈없고, 경중이 분명하고 변화가 풍부하며, 공원 내에 공원이 있고, 풍경 외에 풍경이 있어 매우 정교하고 깊숙하고 고요하다.    비록 건축물이 많으나 비좁은 듯한 느낌이 없고, 연못이 작으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 쑤저우의 고전 조경 풍치림 중 매우 독특한 특색을 지닌 본보기로 여겨지고 있다. 밤에는 강남의 전통 공연을 펼치는 공연을 한다.    이위안(怡園 이원)은 구성(舊城) 중심의 런민루(人民路) 중단에 위치하고 있다. 이위안은 청나라 때 만들어진 개인 정원으로, 쑤저우 조경 풍치림 중 가장 늦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다른 풍치림의 여러 가지 좋은 점을 갖추고 있으며, 배치가 빈틈없고 수법이 적절하여 비교적 높은 감상 가치를 지닌 곳이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 오피니언
    2020-05-15
  • 집콕 생활에서 ‘미니멀 라이프’는 향후 발전 될 분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콕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복잡한 삶을 살면서 멀티형 인간이 되기 위해 내 자신을 너무 소진시키지는 않았는지 반성했다.      삶을 채우기만 했지 비워내는 일을 너무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참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도 가져봤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미니멀리즘의 효과를 스스로 체험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유’라는 개념은 점점 퇴색하고 있다. ‘소유’보다는 ‘관계’에 더 집중하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저는 21세기형 소비자라 칭하고 싶다.    바로 ‘단순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도시의 삶을 잠시 정리하고 섬에서 혹은 자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 어느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직접 실천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 머물던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점차 확산되면서 해외 슬로시티에서 한 달 살기로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생활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현대 도시인들의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 아날까 싶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며, 지혜롭게 비워내기 주택문화를 만들어 가는 소비자들은 주로 젊은 층이다. 특히 이사를 자주해야 하는 1인 가구의 경우는 더욱더 비워내기에 관심이 많다.    즉, 소유의 개념에서 사용의 개념으로 소비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렌탈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즉, 품격 있는 소비자의 개념 있는 소비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그 출발이 ‘집’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사용가치가 없어진 불필요한 제품으로 해당 공간을 채울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료를 내고 빌려 사용해서 해당 공간을 비워 놓는 것이 품격 있는 소비라 할 것이다.     집을 이사하거나 사무실을 이전 할 때 가장 많이 버려지는 제품 중에 하나가 바로 책이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한국의 독서율은 세계에서 하위에 해당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성인(만 19세 이상)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이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 대비 각각 7.8%포인트, 2.2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인 48%는 1년에 책 한권도 안 읽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향학열을 책으로 위장해서 집 거실이나 사무실 한 편을 전부 책으로 도배한 경우도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비단 집안 정리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단순화 시키려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별로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SNS 친구들을 정리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SNS친구들에게 새로운 신상을 자랑질 하던 허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지인의 숫자가 인맥의 수준이라고 부추기던 어떤 SNS 강사의 말이 우습게 들리기 시작한다.     유명 서점에 가면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하는 서적 코너가 새로 생길 정도로 현대 도시인들에게 ‘비워내기’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비우기 시작하면서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비움으로서 채워지기 시작한다는 역설을 몸으로 느끼는 품격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친한 도시인들에게 있어서 사실 스마트폰에 있는 수만은 앱 중에서 일주일에 1번 사용하거나 혹은 한 달에 한 번 사용할지 모르는 용량 무거운 앱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사실 이것 또한 낭비라 생각된다. 필요할 때마다 앱을 다운 받아서 쓰고 곧바로 다시 지우는 디지털 미니멀라이프는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집안에 혹은 사무실 등 자신의 활동 공간에 필요 없는 걸 찾아내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삶에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필수품만을 찾아내어 내 곁에 두게 된다면 결국 내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유통9단 김앤커머스 김영호 대표 kimncommerce@naver.com   
    • 오피니언
    2020-05-15
  • 강남수향(江南水鄕)-고색 창연한 동양의 베니스
    사람들에게 강남 수향을 인상 깊게 만든 것은 톰 크루즈가 나온 영화 <미션 임파서블 3>다. 이 영화에서 그림 같은 마을과 강들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강남 수향 가운데 하나인 시탕이다.    시탕   영화 <색계>에도 이런 수향의 풍모가 잠시 나오는데, 이곳은 상하이 인근 마을이다.    상하이, 저지앙, 지앙쑤 지역은 산이 많지 않고, 평지에 가까워서 대부분의 도시들로 물길이 나 있다. 또 작은 호수들을 통해 진주를 생산하고, 고기와 새우 등 먹을거리를 얻었다.    동양의 베니스라는 이런 마을들은 수십 곳이 있지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곳은 조우주왕이나 통리 등 지앙쑤 성 지역과 우전, 시탕 등 저지앙 지역에 많다. 이곳 여행을 떠나보자.    조우주왕(周莊)은 강남의 수향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다. 그만큼 여행 자원이 잘 정비된 반면에 개발로 인한 인위적인 색채가 강한 곳이다.    조우주왕(周莊)   중국에는 '중국 산천의 아름다움은 황산(黃山)에 집결해 있고, 중국 수향(水鄕)의 아름다움은 조우주왕에 집중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2001년 아펙회의 때는 참가단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우지앙(吳江)시와 상하이시의 칭푸(靑浦)현 경계에 있으며, 상하이의 뎬산후(澱山湖) 지역에서 6km 떨어져 있고, 쑤저우시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다.    조우주왕은 그 개발 역사가 긴 만큼 잘 정비된 곳이다. 도시를 흐르는 물과 고색 창연한 집, 다리 등이 어울린다. 내부에서 유명한 곳은 첸푸지앙스(全福講寺)나 쑤앙치아오(雙橋) 등이 있다. 첸푸지앙스는 송대에 만들어진 절로 건축미가 빼어난 사찰이다.    쑤앙치아오는 스더(世德)와 잉안(永安) 두 다리를 말한다. 명대에 만들어진 다리인데 서로 연결되어 있다. 모양은 고대의 열쇠를 닮았다.    그밖에 난시지에(南市街)에 있는 거부 선완싼(沈万三)의 주택인 선팅(沈廳)은 청나라 건륭제때 만들어진 100여 칸의 저택으로 조우주왕 건축의 표본이다.    특히 조우주왕에는 수많은 술집과 식당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션지우지아(沈酒家)이며 유명한 요리로는 완싼티(萬三蹄), 츈쓰리쿠와이(純絲鯉膾), 쉰칭도우(薰靑豆), 싼웨이위엔(三味圓), 칭수이따자시에(淸水大閘蟹) 등이 있다.    완싼티는 돼지족발, 특히 뒷다리를 이용한 요리이다. 먼저 센 불에 돼지족발을 삶은 뒤 다시 약한 불에 천천히 오랜 시간 동안 삶는다.    먹을 때는 자르지 말고 뼈를 살 속에서 꺼낸 다음 먹는다. 느끼하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다. 츈쓰리쿠와이는 잉어 요리로 대단히 맛이 좋으나 현재는 잉어가 매우 적어 평소엔 먹기가 어렵다.   통리(同里)의 옛 이름은 푸투(富土)다. 가장 먼저 개방한 수향 조우주왕에서 서쪽으로 10km쯤 떨어져 있고, 배들도 다닌다. 쑤저우에서는 40km 정도 떨어져 있다. 주변이 온통 물이다.    통리(同里)   아니나 다를까 동방의 작은 베니스라고 불린다. 내부는 다른 수향과 마찬가지로 잘 정비된 맛이 있지만 더욱 빼어난 점이라면 강가로 난 고풍스런 집들을 잘 정비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다듬어 놓았다는 것이다.    통리는 정문으로 들어가 나룻배로 마을을 돈 후 투이스위앤(退思園 퇴사원) 등 주택 등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여행한다.    투이스위앤은 통리의 건축 가운데 가장 전형적인 건물로 정자, 누락, 사당, 다리, 회랑, 연못 등이 가장 잘 배치된 건물이다.    내부는 그리 화려하지 않으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홍루몽〉 등 적지 않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었다.     루즈(쾎直)는 통리, 조우주왕 인근에 있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수향이지만 색다른 멋을 가진 곳 가운데 하나다.    쑤저우에서 28km쯤 떨어져 있고,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이다. 당대 이후 형성됐는데 마을의 모습이 록(쾎)자를 닮았다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루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오셩스(保聖寺)의 나한상과 상업거리가 유명하다. 또 이곳은 다섯 걸음에 다리 하나(五步一橋)라는 말이 있을 만큼 다리가 많은데, 41개의 옛 다리가 촘촘히 자리하고 있다.    시탕(西塘)은 조우주왕이나 통리에 비해 개발이 덜 된 천연의 수향(水鄕) 가운데 하나다. 희색 담장에 검은 기와, 도시를 가르는 작은 배들의 흔적, 연무가 낀 모습 등은 마치 한폭의 그림 같다고 느껴지는 곳이다.    송대에 건설된 망셴치아오(望仙橋)를 비롯해, 라이펑치아오(來鳳橋)나 우푸치아오(五福橋), 워롱치아오(臥龍橋) 등은 명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도시 전체를 기품 있게 하는 다리들이다.    또 중푸탕(種福堂), 준원탕(尊聞堂), 쉐자이(薛宅) 등은 강남 전통 건축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집들이다.    시탕은 지아싱(嘉興)에서 33km쯤 떨어져 있다. 또 상하이에서 90km쯤 떨어져 있는데, 상하이에서 지아싱으로 향하는 중간에 있다. 가장 가까운 도시는 지아산(嘉善)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상하이에서 토·일요일에 시탕행 전용 여행 버스가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우전(烏鎭 오진)은 중국 유명 작가 마오둔(茅盾)의 고향이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고, 청년기에도 이곳에 내려와 살았던 적도 있다. 강남 8대 수향에 들어가는데, 아직 개발이 덜 되어 있다.    우전(烏鎭 오진)   가장 큰 특징은 동서남북이 십자가 형태로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안에는 오래된 민가와 명청시대의 건물, 바둑판식의 거리, 다리 등이 전형적인 강남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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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4
  • [편의점세상] 외국인의 반말
    가게에 들르는 대부분 외국인은 한국인이 못지않게 예의 바르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돈을 건네거나, 올바른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소수의 외국인은 말이 반토막이다. ”담배 줘.......“ ”이것 있어........“ 묘하게 기분이 상한다. 우리말이 서투른 외국인에게 낱낱이 따질 수도 없고, 가르칠 수도 없으니... 아마 반말을 사용하는 외국인은 주위에 있는 한국인들이 거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외국인을 고용한 업체의 주변 사람들이 올바른 언어 사용법을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예의바른 스리랑카 스님 친구들이 한국 방문했을때 찍은 기념 사진 글/사진= 편의점 아재 625(유기호)   ♣편의점 아재 625 칼럼은 기존 기사체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을  수필형 문체로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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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3
  • [이호준의 문화ZIP] 마르세유 흑사병을 기억하라
    프랑스의 마르세유 사람들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1580년에 이미 적극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 모든 선박은 선원들의 ‘건강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또한 모든화물, 승무원과 승객을 검사하여 질병의 징후가 있는지 확인했으며, 질병의 징후를 보일 경우, 선박은 마르세유 부두에 입항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검역을 마치고 난 후에라도 선박은 최소 18일간의 검역기간을 대기해야 했고, 무증상자라도 검역관이 전염병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은 마르세유 해안의 섬에 격리하여 최소 50일에서 60일간 관찰을 거쳐야만 했다.  시 의회는 ‘보건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이 위원회는 도시 보건을 위해서 권고안을 작성해 놓았다. 마르세유에는 최초의 공립병원이 지어졌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채용했다. 또한, 보건위원회는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해 놓았고 시민들과 공유도 했었다. 이러한 꼼꼼한 방역 대책도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처참한 결과가 있었다. 1720년 중동의 레바논지역에서 출발한 상선 속에서 흑사병이 시작됐다.  그리스의 서머나, 리비아의 트리폴리, 키프로스를 거치는 동안 승객과 승무원들이 전염되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리보르노 항에서는 이 배의 하역을 거부해서 참화를 면했다. 이어서 배가 향한 곳은 프랑스의 마르세유. 선박이 마르세유에 도착하자마자 항구 당국에 의해 라자렛의 검역소에 즉시 배치되었고 일정 기간 사람이나 물건은 배에서 내릴 수 없도록 매뉴얼대로 시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배에 실려있던 면화, 실크 및 화물들이었다. 마르세유에는 중동지역의 특산물과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상인들의 대형 창고가 있었고, 당시 중세 박람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그 물건들을 기다렸던 상인들은 마르세유 시에 검역 완화를 요청했다. 여러모로 조여오는 상인들의 압박에 마르세유시는 굴복하고 말았는데 그 대가는 처참했다. 흑사병이 발병한 후 2년 동안 마르세유의 총인구 9만 명 중 5만 명이 사망했다. 시체가 쌓인 마르세유거리. 사진출처=위키완드   그 인근 엑상프로방스 지역으로 확대된 결과 5만 명이 감염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이때의 재앙으로 경제와 인구가 회복하는 데는 4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큰 노력과 방비를 하지만 그 많은 노력이 무너지는 것은 그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인간에 의해서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검역시스템을 갖추어도 숙주가 되어버린 인간의 이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거나 방심하는 순간 전염병은 소리 없이 빠르게 퍼진다. 전염되는 사람들은 내 지인, 내 가족부터이다. 지난봄 내내 집안에 갇혀 있었고 젊은 혈기에 갑갑증이 생기는 것  마저 다 이해하지만, 나 하나로 인해서 내 가족의 연장자가 사망한다면 그 후회를 어찌 감당할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나. 이태원클럽 확진자 발생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제가 무너지고 다시 2차 확산 조짐을 보인다고 걱정이 크다. 상인들의 압박에 굴복하고 처참한 댓가를 치러야 했던 프랑스 마르세유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이호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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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의 문화ZIP
    2020-05-12
  • 항저우&강남 수향-풍요가 빚어낸 영웅들의 고향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 때문인지 강남(江南)이라는 말이 주는 선입견이 있다. 중국에서 강남은 다양하게 풀이된다.    수향 시탕 야경   사실 문학적으로 말한다면 강남은 창지앙의 중남부까지를 말하지만 중국에서 문화적인 지형도로 강남은 항저우에서 쑤저우 등 화동 지방을 일컫는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 항저우가 있다”는 말은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듣는 말이다. 흔히 화동으로 불리는 쑤저우와 항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평안한 땅이다.    베이징이나 화북 지방은 기마민족이 포진한 북방과 가까워 항상 전화(戰禍)에 시달렸다. 반면에 북방의 전쟁 소식이 이곳에 닿기 전에 큰 전쟁은 이미 끝이 난 경우가 많았다.    3월이면 사방에 꽃이 물든다. 로마제국의 재정까지 흔들었다는 비단이 나오는 곳도 쑤저우 등 화동지방이다. 중국 최고의 명차로 꼽히는 롱징을 비롯해 이 지역의 풍요를 말할 것들은 끝이 없다.   쑤저우 주워정위안   강남의 중심도시 항저우의 중간에 있는 시후(西湖)는 그 문화의 중심이다. 필자는 10여 차례 시후를 찾았다.    사계절을 모두 봤고, 정자 밖의 정자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로우와이로우(樓外樓)에서 깊은 맛을 가진 항저우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후가 인상적인 곳은 그곳에 잠겨 있는 시간의 향기다. 그 가운데는 백거이와 소동파처럼 호수의 공사에 참여한 이들의 역사도 있고, 호수 옆에 있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수심도 담겨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별스러운 것이 있다면 ‘백사전(白蛇傳)’의 이야기일 것이다. 멀리 쿤룬산에서 이곳을 찾은 백사는 이곳 청년인 허선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인근 사찰에 있는 법해 스님이 그 사실을 알아서 백사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는데, 허선은 이에 놀라서 죽는다.    백사는 사람을 죽인 죄책감과 허선에 대한 사랑으로 온갖 시련을 겪고, 쿤룬산에서 신약(神藥)을 구해와 허선을 살린다. 하지만 다시 법해는 다시 백사를 뇌봉탑에 가둔다.    사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죽은 이야기일 텐데 사람들은 서서히 요물인 백사보다는 파괴적인 심상을 가진 법해를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때문에 이제 법해가 이기는 결론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항저우 여행에서는 곳곳에 있는 이 이야기만 생각해도 느낌이 있다. 둘이 만났다는 단교는 물론이고 백사가 갇힌 뇌봉탑에는 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밤에 즐기는 버라이어티쇼 송성에서도 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천당들의 여름은 좀 괴롭다. 40℃에 육박하는 날씨도 날씨지만 90%를 넘는 습도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을 줄줄 나게 하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를 많이 쓰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이곳에 많이 몰리는데, 요즘은 5일 근무제가 활성화되는 만큼 가장 좋은 여행 시즌인 봄이나 가을에 금토일 정도로 계획을 잡는 게 현명하다.     우리가 화동지방을 볼 때 가장 큰 주안점을 둘 것이 있다. 바로 정치와 철학이다. 현대 중국을 세운 인물들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후난(湖南)과 쓰촨(四川) 사람들이었다.    마오쩌둥, 류샤오치, 펑더화이, 주더, 덩샤오핑 같은 인물이 그곳 출신이다. 하지만 장쩌민이나 우방궈, 후진타오 같은 현대 지도자들은 대부분 물산이 풍부한 지앙쑤나 저지앙 등 화동 출신이 많다. 그런 배경에는 이곳이 오랜 지식을 축적한 지성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 여행에서 중국 사상계를 생각하고 떠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여행을 만들 수 있다.    아직 필자도 다 실행해 보지 못했지만 화동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여행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3월이면 유채꽃이 어우러지는 지역들을 유유자적하게 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항저우 롱징에 차가 나는 청명(淸明 4월 5일 전후)에는 이곳의 사람들에 빠져볼 일이다. 4월이 지나면 어디든지 아름다운 꽃이 핀다.    쑤저우 정원은 물론이고 후치우 언덕에 꽃이 피면 조우주왕이나 통리 같은 수향(水鄕) 마을의 오래된 옛 침대에서 늦잠을 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양징후 등지에서 게(蟹)가 여물어간다.    그밖에도 이곳은 아름다운 여유가 있다. 지아싱(嘉興) 등지는 비단철이 되면 누에고치를 판매하는 이들로 시장이 형성되고, 샤오싱(紹興)의 오봉선들이 모인 곳에서는 즐거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 오피니언
    2020-05-09
  • [201칼럼]영국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이유
    영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영국은 유럽국가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영국의 누적 사망자수는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이영일 논설위원 6일(현지시간) 영국 보건부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76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하루 전날과 비교했을 때 649명 늘어난 수치다. 영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7만명을 넘은 미국 다음으로 많다.  유럽 최대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 다음이다. 영국 정부는 각국의 사망자 집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만1101명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6111명 늘어났다. 유럽에서 확진자 수 20만명 선을 넘은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이어 영국이 세 번째다. 영국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아졌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사태 초기 인구 중 대략 60%가 면역을 얻으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집단면역' 논리를 펴면서 마스크 착용도 권고하지 않았고, 휴교령과 외출금지령 등 봉쇄 조치도 내리지 않아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처음으로 공식 권고한 건 지난달 30일, 필수 외출을 허용하는 '절반'의 봉쇄조치도 다른 유럽 정부보다 열흘 가량 늦은 3월 23일에서야 발령했다. 영국 의학계와 과학계 전문가들은 "왜 결정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사실에 근거한 우리들의 경고를 애써 무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때부터 대응을 잘 했다면 사망자는 5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대응 실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감 없는 행동도 있었다. 수퍼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영국의 코로나19 차단 전략을 만든 과학 전문가 닐 퍼거슨 교수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두 차례 이상 이동제한을 어긴 사실이 탄로났다. 당시 영국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봉쇄령을 내리고 도시간 이동을 금지했던 시기였다. 퍼거슨 교수가 3월 중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언론은 비판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로버트 젠릭 주택부 장관이 이동제한 기간 동안 지방에 있는 별장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임했다.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영국이 방역에 실패한 이유에는 '느스한 방역 시스템'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전염병에 강했다고 자부하던 자존심도 무너졌다.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는 식민지나 다른 나라 얘기로만 치부하면서 안이한 생각으로 대응하다가 코로나19에 속수무책 당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일일 검사역량을 10만 건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오전 9시 기준 24시간 동안 12만2347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면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지만, 약속을 무리하게 달성하기 위해 검사건수 집계 기준을 변경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영국 정부는 연구소에서 최종 결과가 나온 경우에만 코로나19 검사 건수에 포함하다가 가정이나 요양원 등에 보낸 검사 키트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사건수 집계 기준을 변경했지만 하루만 10만명 기준을 넘은 다음 4일 연속 영국의 검사건수는 일 10만건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23일부터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슈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 점포를 제외한 모든 점포의 영업이 중단됐고, 불필요한 이동은 제한되고 있다. 사망자가 유럽국가 중 가장 많은 3만명을 넘어선 날 영국은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도입했던 봉쇄조치를 다음 주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의 총리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해 오는 10일 봉쇄조치 완화 출구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봉쇄조치를 완화한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결정이 영국 코로나19의 확산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 오피니언
    2020-05-07
  • [편의점세상] 군대가요, 휴가왔어요, 제대했어요
    가게에 입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자주 들른다.     ”휴학하고 5월에 군대가요.“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짧은 머리 그 아이, ”휴가 왔습니다“라며 씩씩하게 들어온다.    말투가 바뀌었다.   머지않아 '제대 했어요'라고 하며 가게문을 들어설 것 같다.   가게 안에 있으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지만,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내 인생도 석양을 향해 흘러가고 있겠지?   글 사진= 편의점 아재 625(유기호)   ♣편의점 아재 625 칼럼은 기존 기사체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을  수필형 문체로 독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 오피니언
    2020-05-06
  • 후이저우-각양 각색의 문화가 빛나는 중국 문화 태동지
    당대 중국 지도부를 이해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후이저우를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다. 후이저우, 아주 낯선 지명이지만 이곳이 함의하는 의미는 무한가지다.  당월패방군   장쩌민, 후진타오를 비롯해 상하이방이나 지앙쑤 출신의 사고는 이곳 후이저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조상의 연원은 대부분은 후이저우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후이저우의 기품 있는 마을 가운데 하나인 시디(西遞)와 홍춘(宏村)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피난지이다. 항저우나 쑤저우 등은 큰 전쟁에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에 속하지만 춘추전국시대에는 전쟁의 곤란을 겪기도 했다.  시디의 기품있는 건물   이곳에서 좀더 들어와 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황산의 아래에 있는 이런 마을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그들 앞을 흐르는 강이 가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이 마을을 지나는 신안강(新安江)은 부춘강(富春江)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전당강(錢塘江)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강의 이름처럼 처음에는 학문에 뜻을 품었다가 어려워지면 부를 쫓고, 결국은 돈의 못에 빠져드는 삶을 찾고 싶어 했다.     툰시 신안강   이 때문에 명나라 말기 이후 이곳 출신 휘주 상인은 전국을 주름잡는 대상인 집단으로 번성하였고, 이들은 각지에서 상업 활동으로 번 돈을 고향에 투자하였다. 휘상들이 고향에 지은 저택, 사당, 패방, 민가 등 각종 건축물이 전화를 거의 입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디는 사방이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로는 두 개의 내가 흐르고, 그 사이로 난 메인 거리를 바탕으로 형태를 이루었다. 도시의 집들은 흑백의 조화를 이룬 건축물들이다.    마을은 11세기에 시작되어 14세기에서 500년간 번성했다. 이후 근대에 들어서 정체된 시간을 보냈다. 124개 가구의 명청 옛집과 3곳의 사당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홍춘은 황산의 서남 산기슭에 위치한다. 홍촌은 대부분 왕씨(汪氏)로 이루어진 집성촌이다. 촌락은 12세기 중엽 남송시대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13세기 후반에 홍춘 왕씨가 이곳에 거주를 정하기 시작하였다.    홍촌 풍경   이후 15세기 명 영락 연간에 유명한 풍수지리가를 초빙하여 촌락의 배치를 정하고 가로(街路)와 수로, 우물을 건설하는 등 오늘날 촌락의 기본 구조를  이때 만들었다.    툰시(屯溪)는 황산시를 일컫고, 시셴(縣)도 인근 여행 도시다. 툰시는 현재 황산시의 중심도시다. 이곳 인근에서는 흥미로운 건축물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파이팡(牌坊)이다.    파이팡은 공이 있는 신하들에게 조정의 허락으로 세운 공적비다. 낮게는 수m에서 높게는 10여m에 달하는 파이팡들은 과거 이곳이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는지 느끼게 해준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시셴에 못 미쳐 있는 탕위에파이팡쥔(棠팟牌坊群)과 시셴의 중심에 있는 쉬궈스팡(許國石坊)이다.    탕위에파이팡쥔은 건륭제가 강남을 순행하던 중에 빠오씨[鮑氏] 집안에 내린 파이팡으로 규모나 위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반면에 쉬궈스팡은 명나라 만력제 때 예부상서나 무영전 대학사 등을 지낸 허국의 공을 그린 패방으로 높이 11.5m의 8각 패방이다. 8각 패방은 신하라고 해도 함부로 쓸 수 없는데 허국에만 허락된 것으로 중국에 하나밖에 없는 패방이다.    허국 패방   재미있는 것은 허국이 조선을 방문해 우리 지식인들과 많은 교분을 나눈 인물이라는 것이다. 명 융경제는 등극 원년에 한림원검토(翰林院檢討)였던 허국과 병과좌급사중 위시량(魏時亮)을 조선에 보내 즉위를 알리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허국 일행이 조선에 들어오는 도중에 명종이 붕어하고 선조가 왕위에 오른다.    다행히 그는 조선을 방문해 문묘와 성균관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조판서였던 박충원은 물론이고 고봉 기대승과도 시문을 교류했다.    이 과정에서 맹자나 이기론 등에 익숙한 조선의 학문을 높이 사기도 했다. 허국은 관리뿐만 아니라 수행원에게도 시문을 주었는데, 당시의 교류한 문서도 어딘가에는 잘 보관되어 있을지 모른다.    쉬궈스팡에서 다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또우산지에(斗山街)가 있다. 후이저우 사람들은 본래 자식이 똑똑하면 공부를 시키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사를 시켰다. 때문에 후이저우는 최고의 거상인 호설암을 비롯해 많은 명 상인을 배출했다.    또우산지에는 그 상인들의 옛 본거지로 지금도 그들의 부유했던 생활을 볼 수 있는 고택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남자들은 장사와 학문을 위해 밖에 나갔지만 여인들은 하늘만을 튼 독특한 구조의 집 안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밥을 지어두던 쓸쓸한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 오피니언
    2020-05-04
  • 황산-중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명산
    황산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중국을 여행한 이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꼽으라면 황산을 꼽는 이가 대다수다.    황산 등산로   황산은 기이한 소나무(奇松), 괴이한 모양의 돌(怪石), 구름 바다(雲海), 온천(溫泉)의 4대 절경으로 유명하다. 황산의 아름다움은 계절 시각에 따라 구름과 안개가 조화를 이루면서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인은 황산을 가 봐야만 비로소 중국의 산수화와 수묵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 여행자들의 황산 여행은 보통 2일로 잡는다. 등산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오전에 윈쿠스에서 정상 부근으로 정상 부근으로 걸어 올라가 시간이 나는 대로 주변을 돌아보고, 베이하이빈관이나 도미토리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정상부를 마저 돌아보고 위핑루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일반 여행자들은 윈쿠스에서 케이블카로 바이어링까지 올라가 정상부를 다 돌아본 후 역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찍 바로 바이어링으로 출발하면 시간상으로나 체력에도 문제가 없다.    기봉   흔히 기차역 등지에서 호객하는 버스를 탔을 때, 산 아래에서 호텔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방식은 그리 좋지 않다. 황산은 입장료가 비싸므로 하루는 산 안에서 숙박하는 게 경제적이다.    산 입구에서 호텔을 호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보다는 산 위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 하루는 정상 부근에서 자고, 다음날 내려오면 된다. 도미토리도 비싸지만 산 위의 음식값은 상상 이상이다. 미리 도시락 등을 준비하는 게 좋다.    중국 최대의 여행 성지답게 황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다양하다. 대부분은 난징과 항저우를 경유하는데 하루에 8대 정도가 있다. 버스의 경우 항저우에서는 치처시짠(汽車西站 西溪路 112호)에서 아침 7시부터 차가 있는데, 시간이 유동적이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툰시까지 3시간, 황산산문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역 앞에서는 황산 등산 입구인 윈쿠스(云谷寺)까지 가는 차가 적지 않게 손님을 불러 모은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한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가는 길에 페이추이쿠(翡翠谷)를 보기 원하면 탕코우(湯口)에서 내려 다녀올 수 있다.    등산이든 케이블카든지 우선 윈쿠스(云谷寺) 쪽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윈쿠스는 입구에서 봤을 때, 오른쪽에 위치한 황산 여행의 출발점.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입장료 사는 곳이 있다. 입구로 들어가 왼쪽으로 들어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고, 직진하면 등산로다.    케이블카는 바이어링(白鵝교)까지 2.8km인데, 8분쯤 걸린다. 바이어링은 황산 정상 부근의 한 축이다. 시션펑(始神峰), 스즈펑獅子峰), 파이윈딩(排云頂), 멍삐셩화(夢筆生花) 등은 바쁘게 돌면 2시간, 늦게 돌면 4시간 만에 다 구경할 수 있다. 뻔한 길이니 그다지 헤매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황산 정상 부근에는 시하이빈관(西海賓館)과 베이하이빈관(北海賓館) 등 고급호텔과 베이하이빈관에서 운영하는 도미토리 등의 숙소가 있다.  황산 전경 만약 일찍 정상부 여행을 마쳤다면 당일에 위빙루(玉屛樓)까지 걸어서 위빙루빈관에서 자고(이곳도 표준방 400위안 정도) 다음날 일찍 내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베이하이빈관이나 시하이빈관 쪽에서 자고 다음날 일찍 짐을 꾸려 광밍딩에서 일출을 본후 톈하이(광밍딩에서 1km)를 거쳐 위핑루(톈하이에서 2.5km)로 간다. 그 길의 중간에 롄화펑을 들어가서 볼 수 있다. 또 위핑루에서는 잉커쏭 보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위핑루 약간 옆에 즈광꺼(慈光閣)로 가는 케이블카가 있다. 체력을 감안해서 움직이는 게 좋다.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면 톈두펑을 오를 수 없다. 위핑루에서 톈두펑까지는 1.5km고, 다시 반산스(半山寺)까지 1km, 즈광꺼까지 2.5km이다.    내려와서 바로 역이나 툰시로 가는 차를 탈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온천지구에서 하루쯤 묵을 수 있다.    정상부에서는 시하이(西海) 빠이윈로우(排云樓)에서 단샤(丹霞)로 내려와 케이블카나 도보로 푸롱링(芙蓉嶺)으로 갈 수 있다. 물론 첫 번째 황산 등반자라면 이 코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황산 절경   황산은 800리 내에 형성된 산봉우리의 바다이며, 또한 운해(雲海)가 감돌고 있는 ‘기산’(奇山)이기 때문에, 황산에서는 ‘뭇 봉우리들이 해를 둘러싼 아름다운 절경’을 볼 수 있고, 또한 운해일출(雲海日出)의 찬란함을 맛볼 수 있다.    단, 이러한 절경을 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가장 이상적인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있다. 지세가 높고 광활하며 동쪽을 향한 곳이라면 시야가 넓고 멀어 태양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모습이나 운해(雲海) 면상(面上)의 순간 정취를 보거나 촬영할 수 있다.    황산(黃山)의 가장 아름다운 일출 지점은 수광팅(曙光亭), 칭량타이(淸凉臺), 스즈펑(獅子峰), 단시아펑(丹霞峰), 스신펑(始信峰), 치스펑(棋石峰), 공양산(貢陽山), 광밍딩(光明頂), 바이어링(白鵝嶺), 스쑨펑(石퓉峰), 위핑펑(玉屛峰), 리엔후와펑(蓮花峰), 톈두펑(天都峰) 등지다.    가장 좋은 시간은 봄 새벽녘 5시 30분∼6시, 여름 새벽녘 4시 40분∼5시 10분, 가을 새벽녘 4시 50분∼6시 20분, 겨울 새벽녘 5시 30분∼6시다. 일출을 보려는 사람이 많고 장소가 협소하니 반드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일출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녁놀을 볼 때도 지세가 높고 광활하며, 시야가 넓고 서쪽을 향한 위치를 선택한다. 이렇게 하면 저녁놀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황산의 저녁노을   황산의 저녁노을을 감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은 시하이(西海) 파이윈팅(排云亭), 단시아펑(丹霞峰) 꼭대기, 페이라이펑(飛來峰), 스주펑(石柱峰), 치스펑(棋石峰), 광밍딩(光明頂), 리엔후와펑(蓮花峰) 등지다. 저녁놀과 일몰이 서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해가 서쪽으로 질 때를 전후로 한 시각이 저녁놀을 감상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다.   매년 11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가 황산의 운해를 감상하기에 이상적인 계절이고, 특히 비나 눈이 내린 후 날이 갑자기 개면 일출과 일몰 시에 오색찬란한 운해를 형성하여 ‘천연색 운해’라 칭하고, 그 정경이 정말 장관을 이룬다.    이 시기가 대기 요동이 적고, 구름층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운해를 형성하기 쉽고 또한 비교적 늦게 사라진다. 여름에 황산은 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아래층 기온이 높고, 대류(對流)가 비교적 강하기 때문에, 구름층의 안정성이 파괴되기 쉽다. 이리하여 여름엔 황산 운해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운해를 감상하는 지점은 운해 형성의 고도(高度)에 따라 달라진다. 운해의 고도가 800m 이하일 때는 즈스펑(紫石峰)·반산스(半山寺)·타오후와펑(桃花峰)에서 난하이(南海)를, 루셩팅(入亭)·이다오링(一道嶺)에서 동하이(東海)를, 바이운쥐(白雲居)에서 시하이(西海)·수시양펑루(書箱峰麓)·푸롱링(芙蓉嶺)에서 베이하이(北海)를 감상하는 것이 비교적 이상적이다.    황산의 운해   만약 운해의 고도가 1600m 이하일 때는 황하이강(黃海崗)·우핑로우(玉屛樓)에서 난하이를, 칭량타이(淸凉臺)·스신펑(始信峰)에서 베이하이를, 바이어링(白鵝嶺)·공양산(貢陽山)에서 동하이를, 파이윈팅(排云亭)·페이라이스(飛來石)에서 시하이를, 핑톈펑(平天峰)·광밍딩(光明頂)·아오위펑(鼇魚峰)에서 톈하이(天海)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만약 운해의 고도가 1600m에서 1800m 사이일 때는 황산의 몇 개 대주봉, 즉 리엔후와펑(蓮花峰)·리엔조우펑(煉舟峰)·톈두펑(天都峰)·광밍딩(光明頂)·스먼펑(石門峰)·치스펑(棋石峰)·바이어펑(白鵝峰)·공양산(貢陽山)의 산꼭대기에 올라 운해를 볼 수 있다.   중국기상청의 통계에 따르면, 황산에 출현하는 불광은 매월 평균 2∼5차례로 비교적 자주 나타난다. 불광은 빛과 수증기가 조화를 이뤄 동그랗게 만들어 지는 일종의 신기루다.    황산 불광 출현의 황금 시기는 비가 온 후 갠 날 오전 9시 이전과 비가 내리고 갠 날 저녁 5시 이후이다. 황산의 불광을 감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지역은 톈두펑(天都峰)·바이어펑(白鵝峰)·위핑로우(玉屛樓) 주변·칭량타이(淸凉臺) 위·톈하이(天海) 펑황송(鳳凰松) 주변·푸롱펑(芙蓉峰)·추이웨이펑(翠微峰) 등이다.    일반적으로 모두 해발 1600m 이상에 위치한다. 만약 상술된 소개를 근거로 가장 좋은 시각과 이상적인 지역을 잡을 수 있다면, 자신의 그림자가 불광의 오색찬란한 빛의 고리 속에 비추어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주요 여행지로는 페이추이쿠(翡翠谷 비취곡)가 있다. 산 아래 골짜기인데 이 골짜기는 황산 동부의 계곡으로 연인의 계곡(情人谷)으로 불린다. 물은 황산 정상부인 롄두안펑(練丹峰)과 시신펑(始信峰) 등지에서 흘러나온 물이다.  비취곡   40여 개의 연못이 특히 아름답다. 이곳에서 영화 〈와호장룡〉을 촬영하기도 했다. 탕코우에서 빵차로 왕복할 수 있다.    굉밍딩(光明頂 광명정)은 황산의 두 번째 봉우리로 1860m다. 이곳에서 사방의 황산 운해를 볼 수 있고, 정상부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명나라 때 사찰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유적만 남아 있고, 그 자리는 기상대가 차지하고 있다.    일출을 보기에도 적격인 장소다. 톈하이(天海), 위핑루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거쳐서 등산을 시작한다.    롄화펑(蓮花峰 연화봉)은 위핑루 북쪽에 위치하며, 1864m지만 황산은 물론이고 화동지방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다. 옌화링(蓮花嶺)에서 롄화펑으로 가는 1.5km는 페이롱쏭(飛龍松), 다오꽈쏭(倒쮽松) 등 소나무와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길이다.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톈무산(天目山), 서쪽으로 루산(蘆山)을 북쪽으로는 지우화산(九華山)과 창지앙(長江)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잉커쏭(迎客松 영객송)은 위핑루좌측에 있는 소나무다. 돌에 의지해 선 높이 10m, 두께 64cm의 이 나무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잉커쏭   손님을 맞는 소나무라는 이름과 명성 때문에 손님을 반기는 많은 집에서 이 소나무의 사진을 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외국 원수 접객장소인 안후이팅(安徽廳)에 있는 거대한 철화(鐵畵)를 비롯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수령은 800년가량이고, 한쪽 가지가 나와 있는데, 그것이 마치 어깨를 내밀어 손님을 반기는 모양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톈두펑(天都峰 천도봉)은 위핑루와 즈광거 사이의 등산로에서 약간 우회한 위치에 있는 봉우리로 황산 제 3봉이다. 1830m로 롄화펑보다 낮지만 산세가 험준한 난코스다. 베이하이 쪽에서 늦게 출발할 경우 이곳을 보기 힘드므로 이곳을 보기 원한다면 베이하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 오피니언
    2020-05-04
  • 이제는 공적마스크 가격 내려야 할 때
    지난주부터 공적마스크 1인 구매한도가 두 장에서 세 장으로 늘어났다. 이른 새벽부터 약국앞을 줄서던 두 달 전의 모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됐다. 이처럼 마스크 수급이 안정되면서 마스크 재고를 파악해주는 어플도 점차 퇴물이 되어 가고 있다.    마스크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지난 3월3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울의 한 약국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장면은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이 됐다.   다만 정부가  1인 3매는 마스크 개인 구매 수량을 늘리면서 간과한 부분이  노출됐다. 마스크 공급량 확대와 함께 마스크 가격 인하도 고려해야 했다는 점이다.  최근 마스크 가격인하 요구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공적 마스크 도입으로 끝을 모르고 치솟던 마스크 가격은 1장당 1,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코로나 19 사태 전보다 여전히 2~3배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게 현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공적마스크의 가격을 내여야 할 때라는 의견이 속속 표출되고 있다. 그중에 현재의 공적 마스크 공급과정에 이뤄지고 있는 불필요한 중간 과정을 없애면 공적 마스크 가격을 1천원으로 충분히 낮출 수 있단 의견은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마스크 제조업체 사장이 마스크가격 인하가 가능하다는 인터뷰를 한 것이 불씨가 된 셈이다. 마스크제조 1위업체인 웰킵스의  박종한 대표는 연합뉴스 TV인터뷰를 통해 "재포장을 하거나 분할을 하거나 이런 불필요한 일들을 (유통업체가) 계속하는 거죠. 지금 가격이 1천원이 된다고 하면 수요가 더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거든요"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마스크 재고에 문제가 없으면 1인 3매 구매방안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가격 조정은 아직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식약처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당장 1000원으로 가격을 인하하라는 요구가 거세졌다. 한 누리꾼은 4인가족 3장씩 사면, 일주일에 18000원이다. 한달에 72000원이다. 도대체 마스크에만 얼마를 지출해야 하냐고 물었다. 마스크 공급업체를 지오영 말고 여러 업체로 다양화하는 것도 공정성 시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까지 나왔다. 지금 이대로라면 몇몇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로 나중에 뭇매를 맞을것이 뻔하다며 현재의 유통구조의 문제점까지 따지기도 했다. 그밖에도 KF94와 KF80의 제조 단가가 다를텐데 가격이 모두 1500원이라는 점은 납득할수 있다. 각각 가격을 다르게 판매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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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03
  • [칼럼] 박쥐는 죄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요즘 그 발생원천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것은 앞으로 반복될지도 모르는 이 바이러스의 위험을 벗어나거나 피해를 줄여 나갈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쥐와 코로나(사진출처=픽사베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그 최초원인으로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생물은 박쥐였다. 이에 따라 곳곳의 박쥐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동물시장에서 박쥐들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과거 사스(2002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사태 당시에도 박쥐가 ‘마녀’로 지목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박쥐는 사실 잘못이 없다. 박쥐는 과거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그 서식지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이 서식지를 인간의 마을이나 아파트단지로 옮겨온 것도 아니다.    인간이 박쥐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오히려 인간이 빠르게 생산기지과 주거지, 생활반경을 확대하면서 자연과 동물 서식지를 파괴한 결과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있던 박쥐를 인간 세상으로 가져오고, 가까이 노출시키고, 그래서 그들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염시킨 것은 사실 인간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말라리아 에볼라 등 다른 질병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말라리아 광견병 에볼라 등 1년에 수십만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질병들은 모두 숲이 파괴되면서 인간에게 발생하기 시작한 질병들이다.   소두증 태아기형 등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2015~2016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면서 WHO가 임신을 회피할 것을 권유하는 사태를 낳기도 했다.    1940년대 아프리카에 국한해서 ‘발생’하던 이 바이러스가 이제는 전세계로 번진 것이다. 이 지카바이러스도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으로 이집트 숲 모기들이 밀림 대신 도시에 서식하면서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기는 하지만 라임병의 발생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것도 마찬가지. 스웨덴의 노루에 기생하던 진드기가 노루들이 없어지면서 설치류에 서식하게 됐고, 따라서 인간과의 접점이 잦아지면서 진드기를 매개로 한 질병(라임병)의 발생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질병을 ‘인수(사람-동물)공통의 감염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동물이 인간에게 옮기는 감염병은 전체 감염병 가운데 70%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야생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들이 전세계적으로 확산 되고 있고, 이는 ‘신종 감영병’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정의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ldlife Fund)은 최근 발표한 ‘자연파괴와 감염병에 대한 최신 보고서(The loss of nature and rise of pandemics)’에서 이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의 확대문제를 지적하면서 “자연을 파괴하니 인간에게 대유행 감염병이 창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야생생물들을 불법적으로 매매하고, 여러가지 이종의 야생생물과 가축들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다룸으로써, 야생생물과 가축으로부터 인간에게로 바이러스가 넘어가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신종 전염병이 크게 증가한 것은 인간이 기후와 자연 생태계를 변화시킨 것이 주 원인이다. 특히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노출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포획된 동물들을 무차별 유통 판매 과정에서 유례없이 혼동이 야기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는 중국 우한시장의 모습을 상기해보자. 이종간 바이러스 확산이 일어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러 동물들이 우리에 갇힌 채 층층이 섞인채 쌓여 있었다. 애완용이나 식용으로 판매 중인 이들 동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에게 매우 가까이 노출된 것이다.    다시 박쥐얘기로 돌아와 보자. 박쥐 역시 포획을 당하거나 서식지가 훼손돼 이전에 살던 자연환경과 다른 상황에 노출되면 면역체계가 흔들리기 마련이고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병원균을 억제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 역시 과로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살감기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쥐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져 감염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박쥐에서 박쥐로만 한정되던 이 감염병은 다른 동물로 전이되고, 나아가 동물(박쥐든 천산갑이든)에서 인간에게 옮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우리가 겪은 것처럼 사람과 사람간에 폭발적인 전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전세계적으로 감염자는 약 9천명, 이때 치른 경제적 비용은 300억~500억 달러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그 규모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단, 3~4개월만에 전세계적으로 300만명이 넘는 환자, 20만명을 훌쩍 넘어선 사망자를 낳았다.     경제적으로는 전세계의 무역거래를 중단시키고, 내수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세계경제 성장을 마이너스로 추락시킨 것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산업화를 위해, 경제성장을 위해 파괴한 자연이 그 대가를 톡톡히 인간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과연 과거와 같은 이런 산업화가 진정 인간의 복리를 증진시켜 주는지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품어볼 시기가 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려준 ‘계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뇌도 없고 미미한 기생체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이다.  자연파괴를 가져오는 생산과 소비의 질주를 멈추고, 자연생태계의 균형과 상호작용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고 돌아보아야 할 때임을 이 코로나19는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죄를 물어야 할 대상은 박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김병철 칼럼리스트(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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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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