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글로벌 투자시장을 위축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에도 기조 변화가 두드러진다. 가파른 성장 가능성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찾던 과거와 달리 다소 느려도 내실 있게 성장하며 안정적 수익 창출 능력을 가진 '켄타우로스(반인반수의 신화속 짐승)’형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실제 미국 벤처캐피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는 최근 "유니콘의 시대가 저물었다" 고 선언하며 '켄타우로스'형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서머는 “성장 가능성 하나만으로 수십 수백억 투자를 받던 시절은 지났다”고 했다. 외부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내실과 지속가능한 구조를 먼저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필드에서도 ‘켄타우로스형’ 스타트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외부의 투자 유치 없이 자체적인 매출과 아웃소싱을 병행하며 9년간 성장해온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투자 역제안 및 인수합병(M&A) 제안이 크게 늘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 안 받으면 바보’ 소리까지 들으며 투자 유치를 권하는 분위기였는데 몇 달 사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고 전했다.
전략적으로 자체서비스와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스타트업도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아웃소싱은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던 과거와 달리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SK그룹사 등 여러 대기업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T스타트업 슬로그업 관계자는 “테크 프로바이더(Tech Provider)’라는 기업 정체성을 두고 자체서비스 운영과 아웃소싱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최근 투자 및 M&A 제안이 크게 늘었고 대형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슬로그업은 누적거래액 200억 이상의 가전 설치·관리 서비스 ‘쓱싹’과 SK네트웍스, SK가스, SK렌터카 등 그룹사 전반의 대형 프로젝트를 도맡으며 외부 투자 없이 매년 30% 이상의 꾸준한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관계자는 “작년까지 스타트업 투자 시장엔 아웃소싱은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기조가 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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