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23(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가 채권시장에 겉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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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코리아. 사진=레고랜드코리아 SNS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채무를 갚지 못하고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한마디로 부도가 난 것이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지분 44%를 소유하고 있고, 멀린엔터테인먼트 22.5%, 한국고용정보 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대주주다. 


2020년 당시 레고랜드 코리아는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동화전문회사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인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이를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지난달 2050억원 자산유동화증권의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중도개발공사는 2050억원 대출금 중 412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빠졌다. 결국 지난달 28일 강원도는 법원에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결국 부도가 났다. 


중도개발공사의 빚 보증을 했던 강원도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회생절차를 선택한 것이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채무액 중 상당액을 탕감받을 수 있고 납부 기한도 연장돼 강원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기대 이하의 매출로 부채규모가 3800억원이며 부채비율 또한 600%에 달한다. 예상보다 모자란 매출로 강원도에 내야할 임대료도 못내는 상황에 대출금마저 못 갚게 됐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정치적인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강원도의 야심작으로 손꼽았던 레고랜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역점을 둔 사업이었다. 당시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강원도가 대신 대출금을 떠안는 방식으로 약정을 했다. 


레고랜드 매출이 예상대로 달성됐다면 임대료와 대출금을 제 때 갚아나가며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레고랜드는 기대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잦은 사고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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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전 강원지사(왼쪽)와 김진태 강원지사.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강원도는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전 지사가 아닌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를 선택했다. 도지사가 바뀌면서 레고랜드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이 달라졌다는 게 정치계의 해석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며 "당시 최문순 도정은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천50억원 채무에 빚보증을 섰다. 이 빚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지사와 여당은 레고랜드 사태를 문재인 정권과 최문순 도정의 실패 사례로 보여주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를 결정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원중도개발공사 부도는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면서 금융시장과 채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이 빠르게 불안해지고 경색돼 가고 있다. 파장이 커졌다. 부도가 난 자산유동화증권 2050억원 중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큰 550억원을 가지고 있다. 한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증권사 흑자도산설까지 나돌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 속에서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의 예상 밖 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결정은 채권시장을 넘어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원래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했거나 보증한 지방채는 국채와 비슷한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이자가 높지 않은 안전 자산에 해당한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지방채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부도 위험까지 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심어 준 셈이다.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했던 과정에 대해 전 정권과 최문순 전 지사의 무리수였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레고랜드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방채를 안갚겠다고 결정한 김진태 지사의 판단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몰고 왔다.   


이미 사태는 채권 시장으로 번졌다. 우량기업(AAA등급)인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려 한 회사채 4천억원 중 1200억원이 유찰됐다. 지난 17일 한국도로공사(AAA)의 채권과 19일 과천도시공사(AA)의 채권도 전액 유찰됐다. 지방채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우량기업의 자금조달까지 차질을 빚을 정도로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레고랜드 사태는 공사의 채권을 넘어 부동산, 재개발 시장에도 번졌다. 지난 21일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PF가 8,250억원 차환에 실패해 시공사들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21일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문제가 된 ABCP 2050억원에 대해 2023년 1월까지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회사채를 비롯한 채권시장은 회복이 쉽지 않다. 경제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확대됐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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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뒤흔든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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