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저에게 원치 않은 구애를 합니다. 점심시간마다 자신과 밥 먹기를 강요하고 다른 직원과 밥을 먹으면 다른 사람과 밥을 먹는 것이 질투가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점심 식사를 거절한 이후에는 제 하급자가 맡았던 일을 저에게 시킵니다. 사적인 만남을 거절하자 저에게 폭언도 하였습니다. 제발 상사와 일적인 대화만 하고 싶습니다.
#회사 대표가 저에게 사귀자고 합니다. 거절했더니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맡고 있던 업무도 다른 직원에게 넘겼습니다. 대표에 의한 성추행과 폭언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대표가 권고사직도 못 해준다고 해서,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연애를 규율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직장인 72%는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동의했다. 평가‧감독 권한이 있는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사내 연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동의' 여부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이 72%로 '동의하지 않는다'(28%)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지난 2월 미국 방송매체 CNN의 대표 제프 저커는 자신의 후임인 부사장과 연애를 하면서, ‘상급자는 자신과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감독하는 관계에 있을 수는 없고, 만약 그러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이를 인사팀에 보고’하도록 한, 인사 규정을 위반한 것을 이유로 사임하였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에 평가‧감독 권한이 있는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합의된 관계가 존재할 경우, 상급자는 이를 인사 담당자에게 보고하여 인사 담당자가 직속 후임에 대한 대안적인 평가‧감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세계 최대 기업 구글은 감독‧평가 권한 등 우위에 있는 자와 후임 간의 관계를 금지하고, 정직원 뿐만 아니라 외부인력 직원(하청직원, 독립 계약자 등)과도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고 있다.
직장인 11%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원치 않은 상대방에게 구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대답하였다. 남성(8.1%)보다는 여성(14.9%)이, 정규직(9.2%) 보다는 비정규직(13.8%)이 원치 않은 구애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직장 내 성범죄의 행위자는 ‘직장 상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행위자가 ‘임원이 아닌 상급자’인가 45.9%,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가 21.4%로 둘을 더해 ‘직장 상사’가 성희롱 행위자인 비율이 67.3%였다. 이어 ‘비슷한 직급 동료’(18.6%),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7.9%),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3.8%) 순이었다.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의 경우 행위자가 ‘임원이 아닌 상급자’이 44.5%로 가장 높았고, ‘비슷한 직급의 동료’(22.0%),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19.7%),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7.9%) 순이었다.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행위자가 사용자와 상급자를 더한 ‘직장 상사’가 64.2%였다. 회사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직장 상사’가 직장 내 성범죄의 행위자였다는 의미다.
피해자와 비교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급자가 직장 내 성범죄의 행위자인 비율이 높다는 점은 직장 내 성범죄가 직장 내 불균등한 권력관계로부터 파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행위자가 피해자와 비교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 행위자가 피해자에 대한 평가‧감독‧인사 권한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행위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신고를 막거나, 피해자가 행위자에 항의하거나 피해를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업무 환경을 악화시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귀사가 직장 내 성범죄로부터 잘 보호하는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48.5%,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5%로 나타났다. 특성별로 보면 여성(63%)이 남성(42.8%)보다, 비정규직(59.3%)이 정규직(46.3%)보다 회사의 성범죄 보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69.2%)이 회사가 성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부가 직장 내 성범죄로부터 잘 보호하는지'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4.5%로 ‘그렇다’는 응답(25.5%)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특히 여성노동자의 86.5%가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여성을 향한 살인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 강은희 변호사는 “상사와 후임 간의 연애를 금지하거나 상사의 보고의무를 부여하는 외국의 사내연애금지 취업규칙들은 본질적으로 합의된 관계를 전제하므로 합의 된 관계와는 거리가 먼 직장 내 성범죄의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감독‧평가 권한을 가진 상사와 후임간의 연애를 금지하거나, 이를 보고할 의무를 상사에 부여하는 결정은, 후임과 상사는 본질적으로 평등할 수 없음을 인지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할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